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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9] 경영의 문제와 의사회 _오동호 정책이사
[칼럼 29] 경영의 문제와 의사회 _오동호 정책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4.03.1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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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오동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지난달 15일 서울시의사회에서 주최한 개업 세미나에 전공의·공보의 등 2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여 오래간만에 개업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날의 주요강의는 서울시의사회의 의무이사, 법제이사와 보험전문위원이 직접 참여하여 개업 초년생이 놓치기 쉬운 문제를 회원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강의하였다.

최근 우리경제의 장기침체와 의료경영 여건의 악화로 개업시장이 상당히 어렵고 신규 개업의가 감소하던 차에 의사회가 주최한 세미나의 성공을 보면서도 우려가 교차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개업이 어려운 만큼 창업 이후에도 이어지는 의원 경영의 문제들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은 개업을 시작하면서 봉착하는 문제들에 대한 준비 경영이란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되지 않는다면 개업 환경은 점점 열악해 질 수 밖에 없고 개원가의 위기 또한 의료계의 위기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원 경영의 문제는 누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2000년도 의쟁투 이후 일시적인 수가인상에 힘입어 신규 개업이 늘었었고 유수한 단체에서 개업관련 세미나가 봇물 터지듯이 이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의사회가 아니라 개업 컨설팅 회사나 여러 장비회사들이 그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개업 강의를 하였다.

의사는 진료와 의학적 지식 연구에만 몰두하시고 그 외의 문제들은 경영 자문 회사에게 맡겨 달라는 식의 선전이 먹히는 것은 진료수익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경영수지를 맞출 수 있고 경영에 신경 쓸 시간에 의학적인 지식 습득에 매진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에서 수가 인상을 감축시키고 제도적 통제를 통해 의료를 압박하면서 개업가의 수익율이 급감하였고 개업 관련 회사들도 상당수 없어지고 회원들이 경영의 문제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줄어들었다.

최근 경영난 속에 개원의협의회 등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비급여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는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건보공단이 급여화로 강제 징발하는 과정은 너무나 간단하다.

경제 여건이 안 좋아 질수록 경영의 문제는 중요해질 수 밖에 없으며 현재 의료계의 경영위기는 경제의 장기 침체 뿐만 아니라 제도와 법률에 의한 의료의 통제에 기하는데 경영에 대한 해법을 회원 스스로가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경영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의 강의에는 참석하면서도 회무에 정통한 의사들이 직접 강의하는 의사회 회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한 편으로 개원의협의회의 무수한 강좌 중에서 제도와 관련된 강의가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와 경영의 문제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의무, 보험, 법제와 같이 의원 경영과 관련된 회무의 내용은 방대하기만 하다.

우리의 의료체계는 건강보험공단의 독점적 지배구조에서 사회주의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무수한 고시와 삭감으로 인하여 의과대학교육 과정에서 배웠던 교과서 위주의 진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병원 경영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더욱 의학적 지식 연구에 매달리는 듯한데 한정된 수가와 줄어만 드는 비급여율에서 의학 기술을 통한 경영문제의 해결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몽골의 침입에 대항하여 고려인들은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길 수는 있었지만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우선 필요했던 것 아닐까. 하지만 불심이 깊었던 고려인은 모든 것은 불심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던 것 같고 의사들이 현실의 문제를 의학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의학에 대한 열정과 현실적 문제를 분리하는 것이 사회주의 의료체제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지만 당장은 뽀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치료자로서의 직업 윤리상 완벽한 기술은 최고의 가치중 하나이며 교과서 위주의 진료에 대한 신념을 포기하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의 의료 현실은 교과서적인 진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되어야 할 의사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환자들의 선택권 마저도 침해하고 있는 사회주의적 의료체계를 바꾸는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요양기관당연지정제의 철폐가 단시일내에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당장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원 경영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의료를 옥죄는 제도와 관련된 회무에 대해 회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주의하여야 한다.

또 지속적인 연구를 통하여 개선책을 마련 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매체와 통신 수단을 통하여, 때로는 실전 세미나를 통해서 의사회의 회무가 회원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전달되고 소통됨으로써 의사회에서 어렵게 쌓아 올린 회무정보가 회원들의 경영에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동호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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