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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닭목재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닭목재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14.03.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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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대관령 출발점에서의 훈련팀.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순백의 `겨울왕국'…7년만에 백두 20구간 마쳐

2014년 2월23일 아침 7시10분, 서울시의사산악회 훈련팀을 태운 버스는 강원도 횡계를 향해 출발한다. 지구촌 겨울철 스포츠의 축제인 제22회 동계 소치올림픽이 끝나는 날로 이제 세계의 눈은 차기 개최지인 평창을 향하고 있어 더욱더 기대가 되는 산행이 될것이다.

4년동안 피와 땀을 쏟은 선수단은 희비가 엇갈리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노력은 4년 후 평창에서 큰 빛을 발하리라 기대해본다. 2월9일 명성산에서 시산제를 치른 서울시의사산악회 새로운 집행부(회장 연재성,등반대장 조해석,총무 노민관)가 첫 훈련팀 산행지로 이곳을 택한 이유가 여러모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평창군 도암면의 경게를 이루는 산으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능경봉은 주변의 발왕산(용평스키장의 모산)과 제왕산의 명성에 가려 찾는 이가 많지 않던 산이었다. 최근 들어 백두대간 종주가 모든 산악인의 필수코스가 되어 찾는 산악인의 발걸음이 잦아진 산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쌓여 대관령을 사이에 둔 선자령(1168m)과 더불어 겨울 산행지로 대표적인 산이 되었다.

고루포기산은 또 어떤가? 흔치 않은 4자리 산이름의 `고루포기'란 순수한 우리말로써 `머릿골'의 속어인 `골패기'의 표준음이라고 한다. 다른이는 그산에 고로쇠나무가 많아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알수가 없다.

평창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횡계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 구영동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이 10시10분 , 영동지역에 몇십년만에 내린 폭설을 보려고 모여든 관광객과 산악인들로 정말 발 딛을 틈이 없다. 이 인원이 좌우로 갈라져 자측의 선자령,우측의 능경봉-고루포기산으로 나뉘겠지만 정체가 되어 쉽지 않은 산행이 될것이다. 835m의 대관령고속도로 준공비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는 열린 산문안으로 들어선다.

능경봉까지의 1.1km의 산길로 산객으로 꽉 들어차 옆길로 추월도 못하고 일렬종대로 서서히 전진한다. 온통 흰색의 산에 주위에 침엽수들이 무거운 짐을 메고 끙끙대며 서있는 느낌이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 많은 눈을 보기는 처음이다. 등로는 많은 사람이 다녀 러쎌이 되었지만 좁은 길이라 추월하려면 허벅지까지 빠지는 고역을 치러야만 한다. 한발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주위의 풍광을 감상한다.

좌측의 제왕산으로 갈라지는 3거리를 지나 제법 고도를 높이니 몸에서 땀이난다.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고 물한모금을 마신다. 이제 능경봉(1123m) 정상이다 너른 능경봉 정상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다. 우리 훈련팀은 정상을 지나쳐 조금 너른 장소에 모여 행동식을 먹는다. 행동이 빠른 전명숙 선생이 한묶음의 사과를 꺼낸다. 산에서는 행동이 빨라야 한다며 가방의 무게가 1kg는 줄었을꺼라고 농담을 한다.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잦은 산행으로 단련된 훈련팀원들은 오랜만의 눈산행에 흡족한 기분이다. 금년 1월말에 심설을 기대하고 일동의 귀목봉에 올랐으나 만족한 눈을 만나지 못한 탓이다. 이제 고루포기산까지는 5.3km, 계속되는 일렬종대의 산행은 언제나 끝이 날지 답답하기만 하다. 영동고속도로 턴넬이 지나는 횡계치까지 한참을 내려가니 걷기가 조금 수월해진다. 좌측으로 강릉시내와 푸르른 바다가 보이고 턴넬을 빠져나온 승합차들이 쏜살같이 내달린다. 우측으로는 평창올림픽의 주무대가 될 횡계시내가 펼쳐진다. 날씨는 약간 흐리지만 바람한점 없이 조용하다.

가능한 여선생님들을 중간에 세우고 앞뒤에 남선생들이 산행을 리드한다. 박병권 전임 회장 부부가 열심히 오른다. 박보영 여사! 남편이 산악회 총무때부터 동행하더니 이제는 프로가 되어 어엿한 훈련팀 대원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훈련의 결과이리라. 전망대가 있는 삼거리까지 계속 오름길이다. 서울을 벗어나 미세먼지도 없어진 맑은 산공기를 마음껏 들여 마신다.

능선을 오르는 대원들.
산에서의 행복이다. 숨이 차면 찰수록 더 많은 신선한 공기를 가슴속에 채워 놓는다. 우측에 횡계시내로 갈라지는 삼거리, 전망대에 도달한다. 여기도 많은 산행객들로 앉을 자리가 없다. 선자령, 곤신봉, 매봉등이 북쪽으로 마루금을 그으며 바람개비같은 풍력발전소가 백두대간의 운치를 더한다. 우리의 동료의사인 조석필 선생은 `태백산맥은 없다'라는 책자에서 `이땅의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라고 외치지 않았는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이 땅, 귀한지 알고 아끼고 잘 다듬어야 하겟다.

정상석도 없는 고루포기산(1238m), 같이간 연재성 회장, 강미자 선생, 박병권 선생 부부와 기념촬영 후 허기진 배를 채우러 모여 앉는다. 이때 시간이 오후 1시10분. 노민관 총무가 준비한 눈치우는 삽이 엉치까지 빠지는 눈밭에 17명이 앉을 장소를 구축하였다. 버너를 달궈 온갖 라면을 끓이고 각자 가지고온 행동식으로 넉넉한 점심을 먹는다. 폭설로 먹이가 충분치 않은 곤줄배기 새 두 마리가 우리 언저리를 서성인다. 그래 너희들도 먹고 살아야지…떡부스러기 몇점을 던져 놓는다.

예상한 대로 닭목재까지의 6. 3km 구간은 전혀 러쎌(눈길을 제일 앞에서 헤쳐 나가며 길을 만드는 행위, 혹은 눈이 다져진 길-Russel, 제설차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안되어 있었다. 우리 훈련팀이 첫발을 내딛는 처녀지였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허허 벌판의 눈길을 그것도 6키로 이상이나 ! 잠시 우왕좌왕하는 사이 조해석 총무가 쐐기를 박는다. `이것 때문에 왔는데… 가야지요…' `그래' 하며 내가 앞으로 치고 나간다. 다들 소리없이 따른다. 무릎까지 때론 엉치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한발한발 발자욱을 남긴다.

여선생들은 가급적 뒤로 돌리고 남자들이 앞장을 선다. 아이젠에 달라붙는 눈덩이까지 발걸음의 무게를 늘려 힘을 배가 시키고 눈을 털기도 만만치가 않다. 약20분을 헤치고 나간후 임무 교대 ,그 뒤로 유승훈, 이석기, 박석진, 박석준 선생 등이 순백의 겨울왕국을 치고 나간다. 영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왕산제2쉼터를 지나 왕성한 체력으로 밀고 나가니 해볼만 하다. 발에 달라붙는 눈덩어리는 아이젠을 벗으니 훨씬 덜하다. 아무리 습기가 많은 습설이라도 눈에 철분이 많은 건지 의심이 간다.

어느덧 왕산제1쉼터를 지나면서 산에 가스가 차기 시작하고 그 많던 대간꾼의 표지기마저 잘 안보이니 산행은 늦어지기 시작한다. 나에게도 좌측 대퇴부에 근육통이 생겨 배낭을 벗어 진통제를 먹고 5분간 쉰다. 실로 오랜만에 해보는 `러쎌'로 무리가 되었나 보다. 가지고 있던 행동식을 입에 한웅큼 넣고는 물로 넘긴다. 힘을 줄이기 위해 조심조심 걷는다. 시간은 오후 5시40분 조해석 등반대장이 경로를 수정한다. 닭목재로 가지 않고 근처 목장으로 하산하여 임도를 따라 걷기로. 날씨는 어둑어둑 해지고 넓은 눈바다에 이정표가 보이지 않으니 이리 가보고 저리 가보고 한다. 마지막 타자로 나선 공준석 선생이 파란 목장 지붕이 보인다고 큰소리로 외친다. `공굴러' 가듯이 러쎌하던 공 선생이 길을 낸것이다.

이방인을 보고 컹컹 짖는 황구가 지키는 목장엔 멋진 말두마리가 큰 눈을 껌벅이며 우리를 반긴다. 청마해에 말을 만났으니 운수 대통할 한 해가 되리라. 임도를 30분 정도 걸어와 45번 국도상의 안반데기(떡을 칠때 쓰는 나무판처럼 넓고 평평한 지형)마을에서 오후 6시20분 산행을 끝낸다. 날은 이미 캄캄해지고 가로등 불빛만 우리를 비춘다. 러쎌을 하며 약 5km를 4시간에 주파 하였으니 모두들 기진 맥진하다. 2014년 2월23일은 길고 힘든 하루였다고 기억될 것이다.

후기) 2007년 11월10일부터 1박2일 여정으로 대관령-노인봉 구간을 2014년2월23일 닭목재-대관령구간을 마쳐 7년만에 백두대간 20구간(도상거리 36km)을 마치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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