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26 (일)
'의사'라는 이름
'의사'라는 이름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1.13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正名)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름(名)이 그에 합당한 실(實)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바로 세워진 명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자의 정명사상은 이렇게 이름이 가진 힘과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특히 그 이름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 매우 크다. 인술을 펼치고자 청운의 꿈을 품고 의대를 졸업, 많은 개원의들이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로서 그 이름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실(實)이다. 의사가 의사로서 바로 설 수 있는, 그 이름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보상'이 그야말로 전무하다. 의사들이 환자를 위해 최선진료, 적정진료를 펼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자체가 부실하다는 뜻이다.

의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임에도 '비급여'라서 금액부터 말해야 하는 상황, 의사로서 환자에게 정말 권하고 싶은 치료법이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진료를 머뭇거려야 하는 상황 등 어려움의 근원을 찾다보면 언제나 '저수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허용 문제만 해도 그렇다.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하고 국민 개인이 지출하는 사보험 비용이 줄어들어야 의사와 국민 모두가 행복한 '올바른 의료'가 가능한 것이다.

개별 지출하는 사보험료는 자기 품 안의 돈이고, 건강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손해처럼 느껴지는 역설에 대해 환자들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들이 한결같이 '수가 정상화'를 외치고 있는 것은 소위 말하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합리적인 수가제도 속에서 환자 진료부터 각종 청구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동네의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정부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달 15일, 의사들이 진료실 밖으로 나와 깃발을 들었다. '의사'라는 이름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의사들이 거리로 나왔다는 것, 그 의미를 정부는 숙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지윤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