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Ⅰ : '의료 한국'의 위기, 탈출구는 없나 - ① 모든 위기의 근원은 '저수가'
특집 Ⅰ : '의료 한국'의 위기, 탈출구는 없나 - ① 모든 위기의 근원은 '저수가'
  • 의사신문
  • 승인 2013.12.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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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곤 <의협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

송형곤 의협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
양질 서비스 포기 요인…국민건강 관리 `빨간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를 극찬하며 자신의 공약인 미국판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 케어'를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전국민 건강보험은 유신 독재가 한창이던 1977년부터 낮은 의료비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명목하에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가 자리잡기까지 의사들은 수많은 규제속에서 가장 기본적인 의학적 판단을 기본으로 한 진료권까지 위협을 받으며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 이제는 국민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상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개혁이 필요하며,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가, 흔히들 저수가 라고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낮은 수가를 받고 있을까? 2006년 심평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진료수가의 원가보전율은 73.9%이다. 즉, 원가가 1000원이 드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가격이 739원이라는 뜻이다. 원가가 1000원이 드는 의료서비스를 의사가 739원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듯 원가에도 미치지도 못하는 서비스를 판매하는데에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따를 수 밖에 없다.

1인당 진료수가가 워낙 낮기 때문에 의사들은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적정진료를 포기하고 가능한 많은 수의 환자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환자당 진료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은 필요한 문진과 진찰행위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진율과 의료사고의 비율을 높인다. 또한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여할 수 없으므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환자들의 불만도 높아진다.

현재의 수가제도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한 진찰, 처치에 대한 행위료는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검사료를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하였다. 이에 따라 일선 현장에서는 재정적자 타개를 위해 검사를 통해 메울 수 밖에 없고, 이는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초래하고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본인 부담금이 낮은데다, 특히 민간의료보험에서 보상을 받는 경우 환자의 부담이 더욱 적어지므로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병원 쇼핑을 하며 불필요한 진료와 검사를 요구하는 의료과소비가 초래되고 있다. 또한 진료수가가 낮다 보니 의료기관에서는 충분한 인력을 쓸 수 없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들의 업무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들의 업무강도는 OECD평균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공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주당 근무시간이 80시간 이상이며 심지어 100시간∼120시간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가 정책이 의사와 보건의료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원가보전율 73.9%…수익률 낮은 중환자실·산부인과 기피
보건 의료인 과도한 업무 인한 의료사고 위험성도 높아져


최근 산부인과 학회는 그 동안 줄어들던 산모의 모성사망률이 2008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2011년도에는 산모의 모성사망률이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발표했다. 산부인과는 극심한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진료과목으로서 산부인과 지원자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저수가제도로 인해 의료의 질이 떨어져가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 수치로 입증된 사례이다.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가로 인해 거의 모든 대학병원들이 정상적인 진료활동을 통해서는 이익이 아니라 손실을 보고 있다.

그 손실을 장례식장 운영, 주차장 수입과 임대료, 그리고 건강검진센터의 운영 등 비진료분야의 수익을 통해 보전하고 있다. 특히 중환자실은 운영할수록 손실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중환자는 기피하고 오히려 외래진료를 늘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증질환의 치료를 전담해야 할 대형병원들이 외래진료에 집중하면서 작은 중소형병원들과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낮은 수가로 인한 부작용이 막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저수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낮은 의료비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는데 진료수가를 현실화 하면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국민의 저항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진료수가를 인상하는 경우 의료비 총액이 급증하여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건보재정의 파탄을 두려워하는 정부가 오히려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담분과 공무원의 건보료를 건보재정에 지급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을 방만하게 경영하고 호화청사 건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적정한 수가 책정을 통해 의사들이 합당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국민들의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의무이다.

송형곤 <의협 상근부회장 겸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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