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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쇼팽 〈야상곡〉 제2번 작품번호 9번-2
프레데리크 쇼팽 〈야상곡〉 제2번 작품번호 9번-2
  • 의사신문
  • 승인 2013.11.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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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42〉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이 피아노 음악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데,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장르가 `성격적 소품(Character Piece)'이다. 고전적 형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피아노 소품들은 아름다운 시적 영감과 함께 선율과 화성이 쉬워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배경에는 피아노의 개량으로 연주가 보다 쉬워졌고, 한편 신흥부르주아의 등장으로 집안에 피아노를 들여놓으면서 교양을 쌓는 필수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악보 출판도 활발하였고 살롱문화의 등장도 한몫을 하면서 작곡가들은 악보 출판과 함께 아마추어 연주자들까지도 염두에 둔 짧고 쉬운 피아노곡을 쓰게 된다. `성격적 소품'은 마음 편하게 음악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작곡가 자신의 기질이나 감성을 음악 속에 좀 더 쉽게 투영할 수 있어, 멘델스존의 〈무언가〉, 슈만의 〈어린이정경〉, 리스트의 〈에스테장의 분수〉, 차이코프스키의 〈사계〉처럼 `표제'를 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쇼팽의 〈야상곡〉은 아무런 표제 없이 더 직감적이고 순간적인 음악, 개인의 내면을 투영하고 있다. 쇼팽은 모두 21곡의 야상곡을 작곡했는데, 그중 19번, 20번, 21번은 사후 출판된 유작이다. 쇼팽 개인의 내밀한 분위기를 진하게 풍길 뿐 아니라 여성적인 선율 위주로 작곡된 곡들이 많다. 하지만 `여성성'이 쇼팽 그 자체는 아니다. 사실 격렬하고 남성적인 곡들도 많이 썼다.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은 “쇼팽을 연주할 때면 듣는 이의 가슴에 직접 말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야상곡'은 18세기 세레나데와 같은 개념으로 쓰였는데 19세기 낭만시대에 `성격적 소품'이 등장하면서 그 중 하나가 되었다. 야상곡은 영국 작곡가 존 필드가 최초로 발전시킨 음악양식이다. 비평가 렐슈타프는 “쇼팽은 필드 작품의 선율과 반주를 흉내 내고 있다.”고 지적하였지만 평론가 니크스는 “흉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 최초의 자극을 받아 일부분을 차용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며 존 필드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쇼팽만의 독특함을 덧붙여 그의 `야상곡'을 한층 풍부한 것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제1번(Op.9-1) 존 필드의 영향이 두드러지지만 22세 청년 쇼팽의 혈기와 고민이 묻어있다. △제2번(Op.9-2) 쇼팽 특유의 슬픔 속에서 나오는 정열이 녹아 있어 “터치의 순수함을 가지고 센티멘털리즘에 빠지지 않고 연주한다면 음악이 진부해지지 않는다.”고 음악학자 하네커가 말하듯 쇼팽음악의 대표곡이다. △제3번(Op.09-3) 쾌활한 해학성을 지닌 전형적인 살롱음악이다. △제4번(Op.15-1) 독창성과 시적 정서의 풍부함이 잘 나타나 존 필드의 영향에서 벗어난 특성을 볼 수 있다. △제5번(op.15-2) 젊음과 따뜻함과 함께 서정적인 느낌이 강렬하다.

△제6번(Op.15-3) 클레치누스키에 따르면, 초고에 `햄릿 공연을 보고'라는 문구를 적었다가 `들으면 스스로 안다'로 고쳐 썼다고 한다. 마주르카풍의 명상적인 분위기로 고국을 그리워하는 쇼팽의 마음이 묻어난다. △제7번(Op.27-1) 음울하면서도 웅장한 곡으로 하네커는 “중간부에는 베토벤의 모습이 있다.”고 말한다. △제8번(Op. 27-2): 매혹적인 선율과 가장 정교한 장식음, 마무리의 완벽함을 보여준다. △제9번(Op. 32-1) 곡의 끝 부분이 매우 극적이고 강렬한 열정으로 하네커는 “이 부분은 단조로 비극의 북소리가 울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제10번(op.32-2) 특별한 음악적 설명이 없이 듣는 것만으로 음악적 감흥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걸작이다.

△제11번(Op.37-1) 1838년 조르주 상드와 마조르카 섬에 머물며 11번과 12번을 작곡하였다. 정답고 부드러운 선율로 종교적 느낌이다. 클레치누스키는 `향수'라고 하였다. △제12번(Op.37-2) `따뜻하고 어두운 밤, 갑판 사람들은 깊이 잠들고 조타수만이 깨어 있었다. 그는 졸음을 쫓기 위해 조용히 노래하고 있었는데 노래라기보다 환상 그 자체였다.'라고 조르주 상드는 일기에 적고 있다. △제13번(Op.48-1) 쇼팽의 원숙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서 발라드풍의 격조 높은 기품과 함께 정열적이고 이색적인 곡이다. △제14번(Op.48-2) 발라드풍으로 상념에 잠긴 곡이다. 니크스는 “눈물을 예찬한 감미로움”이라 했다. △제15번(Op.55-1) 음울하지만 감정이 풍부한 곡이다. 클레치누스키는 “슬픔이 절망의 외침으로까지 점점 커져가면서 희망에 의해 부드러워진다“고 말한다.

△제16번(Op.55-2) 곡 전체가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제17번(Op.62-1) 폐결핵과 함께 상드와의 불화도 심했을 무렵의 작품이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흐름으로 화성적인 기교가 출중하다. △제18번(Op.62-2) 카라소프스키는 “쇼팽이 타계하기 직전의 작품이지만 세련된 화성과 감미로운 선율과 꿈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제19번(Op.72-1) 바르샤바음악원 재학 중 작곡한 곡으로 청년 쇼팽 청년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 사후 〈장송 행진곡〉, 〈3개의 에코세즈〉와 함께 작품 72로 묶여 출판되었다. △제20번, 유작1번(KKIVa-16), 나치의 억압 속에서 살아남는 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 스티브 스필버그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사용되어 영화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제21번 유작2번(KKIVb-8) 깊은 슬픔 위를 걷는 느낌으로 점점 슬픔을 극복하고 꿈꾸듯 한 선율을 그린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RCA, 1965); 샹송 프랑스와(피아노)(EMI, 1966);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Decca, 1983); 마리아 조앙 페레스(피아노)(DG, 1996)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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