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38 (금)
림스키코르사코프 교향 모음곡 '세헤라자데' op 35
림스키코르사코프 교향 모음곡 '세헤라자데' op 35
  • 의사신문
  • 승인 2009.07.01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레곡으로 듣는 아라비안나이트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 중에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져와 사실적인 묘사수법으로 그려낸 음악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방대한 아라비안나이트 중에서 첫 부분에 해당되는 샤라알 왕과 그의 동생 샤자만의 이야기를 발췌해 4악장의 단막 구성의 발레곡으로 작곡했다. 이 내용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샤라알 왕과 그의 동생 샤자만은 매우 사이가 좋은 형제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동생 샤자만이 형수인 왕비가 흑인 노예와 희롱하고 노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 사실을 들은 샤라알 왕은 크게 진노해 왕비를 죽이고 폭군이 되고 만다. 이후 샤라알 왕은 새 왕비를 맞을 때마다 첫 날밤을 지낸 다음 죽이기를 반복한다. 이런 잔인한 왕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대신의 딸 세헤라자데는 자청해 결혼을 한다. 항상 책을 많이 읽었던 세헤라자데는 각국의 전설이나 민족의 역사 등에 정통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나가는 재주가 있었다. 왕은 매일 밤 그녀의 이야기가 재미있어 항상 다음날 저녁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렇게 천일동안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녀는 왕의 마음을 돌려 현명한 명군주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1844년 태어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유년시절부터 음악적 재질을 보였으나 정식 음악교육은 받지 않고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졸업 후 해군사관이 되었다. 이 무렵 러시아 작곡가 발라키레프와 사귐으로써 `5인조'의 한 멤버가 되어 음악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작곡 교육도 받기 시작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27세 때 페테르부르크음악원 교수로 초빙되었다. 그러던 중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이 계기가 된 혁명소동 때 주동 학생 측을 옹호했던 그는 페테르부르크대학 교수직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후 복직은 되었으나 심장병으로 급서할 때까지 그는 자택에서 작곡과 후진양성에 힘썼다. 그의 작풍은 색채적이고 묘사적이며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화성적인 표현으로 차 있다.

그는 이 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나 자신의 공상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듣는 이의 귀를 돌리기 위해 곡의 내용을 암시하는 표제를 달았다. 만약 듣는 이가 이 곡을 교향곡으로 즐기려 한다면 네 개의 악장에 공통된 주제를 바탕으로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에 접근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처럼 `세헤라자데'는 철저하게 표제적 내용을 가진 교향곡 형식으로 주제, 일관된 흐름, 템포의 전개 등이 전통적인 4악장의 교향곡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택한 네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이 작품은 악장 간에는 내용적인 관련은 없으나 전편을 통해 트럼본 저음으로 표현되는 험악하고 잔인한 샤리알 왕의 테마와 부드럽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의 세헤라자데 테마가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제1악장 `바다와 신밧드의 항해' Largo e maestes allergo non troppo_ 바다와 신밧드의 배에서 뱃전을 위협하며 우르릉대는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 △제2악장 `칼랜더 왕자의 이야기' Lento andantino_ 적막한 초원지대를 묘사하는 듯 고적한 바순의 독주가 일품인데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왕자의 모험 이야기를 듣고 샤리알이 노여움을 풀고 있다. △제3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Andantino quasi allegretto_ 가장 인기 있는 악장으로 왕자와 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유려하고 신비로운 현악의 선율이 우아하고 이국적인 색채로 그려지고 있다.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 Allergo molto lento_ 바그다드의 이교적인 축제와 해양의 높은 물결에 뒤집히는 신드바드의 배를 묘사하고 있다. 고요해진 바다이후 샤리알과 세헤라자데의 테마가 다정스럽게 얽히며 행복하고 화목한 생활을 암시하듯 조용히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60);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CBS, 1962); 키릴 콘드라신(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Philips, 1979);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심포니(RCA, 1960); 정명훈(지휘), 바스티유오페라 오케스트라(DG, 1992)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