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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주변 〈104〉가을비 우산 속에
진료실 주변 〈104〉가을비 우산 속에
  • 의사신문
  • 승인 2013.10.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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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이주성비뇨기과의원장>

정관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30대 중반에서 후반의 환자들이 많다. 결혼한 지 3년에서 7년 정도가 대부분이다. 수술하면서 사는 재미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아내가 변한 것 같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관심도 없고 무엇보다 힘든 것은 잠자리를 피한다는 것이다.

외도의 유혹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실제로 외도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본다.

비가 와서 환자가 없을 때 병원에서 한 달에 1∼2편 정도의 영화를 본다. 얼마 전에 존메든이 감독하고 니콜라스 케이지와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코넬리의 만도린'을 인터넷에서 3800원에 구입해서 보았다.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에 2차 대전의 폭풍이 몰려오고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이 진주한다. 그저 놀고 만돌린 연주에만 열중하는 이탈리아 군인 코넬리 대위와 사랑에 빠져 황홀한 밤을 보내고 돌아온 딸에게 아버지가 말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사랑에 대한 정의를 정확히 말하고 있다.

“사랑은 매순간 그를 사랑하고 온 몸에 그의 키스를 받고 싶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에 빠진 것일 뿐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란 열정이 사그라지고 난 후에도 그와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함께 얽힌 상태, 마치 나무뿌리와 흙처럼 바로 그런 것이니까…”

신혼 때의 열정은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물질 때문인데 이 감정의 동요는 2년 정도 지나면 사그라진다. 열정은 대비할 수도 없고 준비할 수도 없이 그저 얼빠진 상태로 상대방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 들어가는 감정을 말한다.

페닐에틸아민(PEA)은 마약의 20배 정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나고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면 PEA의 효과는 이미 바닥이 나고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으로 몸과 마음이 피곤하게 되고 모성애가 발동하여 그렇게 그리워했던 남편의 존재는 보이지 않게 된다. 남성의 경우 피로나 스트레스가 섹스의 촉매제 역할을 하지만(지친 스트레스가 아닌 경우) 여성은 반대로 섹스보다는 쉬고 싶어진다. 문제는 남편의 성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남편은 아내가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아내는 남편이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또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모르는 남편은 자신이 거절당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나중에는 분노로 아내와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온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생리적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배우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준비된 마음이 필요하다.

자신들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녀를 갖는다는 신비로운 기쁨을 함께 누리며 아내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청소와 설거지와 아기를 돌보아주어야 하고 남편은 절제하는 훈련이 필요할 때다. 아내는 성적 요구를 하는 남편을 짐승 취급할 것이 아니라 이해심을 갖고 남편을 대해주어야 한다. 이 힘든 시기를 잘 통과하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흔들리지 않는 깊은 기쁨의 사랑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관계도 마찬가지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늘 돌보고 관심을 가지고 가꾸어야 하는 화단 같은 것이다. 그래야 갈등이라는 잡초가 낀 황폐한 화단이 되지 않는다.

건강한 부부, 건강한 가족은 감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위로와 연합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으로 이루어진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인생의 가을에 파란 비닐우산 받쳐 들고 작은 어깨 비비며 단풍든 가을 길을 함께 걷고 싶다.

이주성 <이주성비뇨기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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