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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주변 〈103〉에덴의 회복
진료실 주변 〈103〉에덴의 회복
  • 의사신문
  • 승인 2013.09.3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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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성 <이주성비뇨기과의원장>

15년 전쯤에는 성병이 의심되어 내원하는 사람은 성매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성병이 의심됩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요. 외부에서 성관계를 한 적이 없는데요.”

“ 잘 생각해 보세요. 성관계 없이는 발견이 안 되는 균입니다.”

“정숙한 가정주부와는 한 적이 있습니다.”

성매매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불륜이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로 오가는 돈은 27조원 정도에 이른다. 우리나라 한 해 국방예산과 맞먹는다.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최근에는 6:4로 불륜이 성매매보다 많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병원에는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이 정관수술을 받으러 온다.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결혼은 하지 않고, 성관계는 마음대로 하겠다는 비혼(非婚)주의 청년들이 늘고 있다. 상대방이 임신을 할 경우 져야하는 책임과 골치 아픈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깨어진 가정의 청년일수록 그 빈도는 높아진다. 비전을 상실한 청년들이 가야할 바를 알지 못하고 성이라는 본능으로 고통을 도피한다.

파고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의 대화의 내용은 90%가 섹스에 관한 것이다.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남은 생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허전한 공간을 성으로 채우려 한다. 그런 그들 주위를 30여 명의 할머니들이 매춘을 위하여 맴돌고 있다.

20대 중반의 여성이 성경험이 없으면 열등감을 갖고 사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최근 19세의 여자 환자가 성병이 의심된다며 병원을 찾았다. 부모님이 이혼 후 각자 재혼하는 바람에 집을 나왔다고 했다. 여러 남자와 성관계를 하며 지냈다고 털어놓았다. 남자와 성관계를 하는 동안에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성(性)으로 도피하여 일시적 위로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 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치료를 해주었다. 몇 시간 후에 남자 친구가 찾아와서 소동을 벌이고 갔다. 쓸데없고, 고리타분한 참견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잇살이나 먹어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정말 걱정이 되어서 말해준 것을 19세의 어린 환자는 듣기 싫었던 모양이다. 남자 친구에게 가서 불평을 한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괜히 잊었던 상처를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것으로 들린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지옥은 미래의 것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다. 우리는 날마다 지옥에서 살고 있고 함께 지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지옥을 받아들이고 그 지옥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지옥의 한 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내려고 애쓰며 그것들에 공간을 부여하는 것이다.'_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최근 보건소에서 의사에게 성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없음을 경찰서에서 조회하여 보내라는 공문이 왔다. 이제는 의사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10대에서 80대까지 성추행, 매춘, 불륜, 혼전 성관계는 이제 문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문화는 공기와 같아서 거부할 수 없이 하나가 된다. 오염된 공기는 몸과 마음을 죽인다.

검찰 총장의 혼외아들 사건이 화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삶이 지옥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빛을 싫어하고, 캄캄한 어둠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있다. 돈과 권력과 섹스에 오염된 세상을 거룩한 땅으로 만들려는 작은 손길들이 애처롭다.

이주성 <이주성비뇨기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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