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해괴하고 요상 망측한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나라인지라 그저 가십거리 이려니 생각했는데 사연인즉 신랑이 갑자기 변심해 결혼식 당일 행방을 감춘 게 아니라 남자친구도 없는 미혼인 아가씨가 결혼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럼 편작이 열이 와도 고칠 수 없는 병인 상사병 아니면 소방수도 감당하지 못하는 가슴속 뜨거운 열병에 걸린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를 위해서, 그것도 Pancreatic Carcinoma Terminal Stage인 아버지께서 세상을 뜨기 전에 결혼파티 피로연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 추기위한 행사였다니 동방예의지국 못지않는 보기 드문 효녀도 있는 훌륭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조그만 도시 오번마을 주민공동체 모두가 거들고 나서서 암세포가 퍼져 남은 생이 몇 주 밖에 남지 않은 아버지와 딸을 위한 눈물의 파티를 열어줬다는 얘기다. 착하고 성실한 국민들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임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아버지와 효녀 딸은 크리스천 가수이며 가스펠 그래미상을 수상한 유명한 Steven Curtis Chapman의 Cinderella에 맞춰 파티장에서 이승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춤을 췄다. 그리고 아버지는 “앞으로 딸의 인생에 많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테고 함께 할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그러나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저 세상에서도 언제나 딸을 돌봐줄 것이다”고 말했다 한다.
최근 미혼여성들에 관한 행동연구에 의하면 배우자를 선택할 때 80%이상의 미혼여성들이 아버지나 오빠 등 주위의 의미있는 남성들을 Role Model로 삼는다는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다.
'딸 바보'! 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를 가르키는 신조어. 그 딸바보 라는 세 글자가 새삼 가슴에 애달프게 저며 온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성인이 되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여 행복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알콩 달콩 재미있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는 행복이 계속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아. 건강하고 즐겁게 행복하게들 잘 살거라!
너희들이 성장하면서 항상 곁에 있어주고 너희들이 살아가는 모습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아빠는 고맙고 감사하고 한없이 행복하단다.
김현식〈강동 댄스 & Sexuality Therapy Clinic 원장, 한국임상댄스치료학회(KODTA) 부회장, SMA DDC 부회장, DAS Korea 총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