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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8] 6년간의 구의사회 생활 :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 _서대원 재무이사
[칼럼 18] 6년간의 구의사회 생활 : 다시 돌아가야 할 자리 _서대원 재무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9.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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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나는 의약분업이 있었던 2000년 9월 공중 보건의를 마치고 송파구 마천동에 내과의원을 개원하였다.

개원 몇 개월 후 나는 의원 근처 15분 거리에 있는 기초수급대상자만 입소하는 요양원에서 촉탁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주 2회 요양원으로 방문하여 진료해 달라는 조건을 승낙하였다.

처음 요양원을 방문하였을 때 나약하신 어르신들은 추운 겨울 날씨에 다수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계셨고 가끔 방문하기에는 병세가 좋지 않으신 노인 분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첫 방문 후 매일 같이 아침에 요양원을 들러 회진 후 의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있을 때 아침에 병실 환자들을 회진 후 진료했던 것과 같은 패턴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매일 요양원 회진을 하였고 할머니들과 친해지면서 진료실에서 느낄 수 없는 보람을 많이 느꼈다.

일요일에 발생한 위급한 심근경색환자를 직접 내 차로 응급실에 모셔가 소생시키기도 했고 외상으로 발생한 열상을 봉합해 주기도 했다. 어버이날엔 얼마씩 나오는 진료비로 행사를 열어드리기도 했다.

2003년 1월 성실하게 진료하는 것이 마음에 드셨던지 요양원 원장님이 마침 요양원을 방문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나에 대한 소개를 하였고 장관님은 보건복지부로 나를 초청하여 감사패와 선물을 주면서 보도 자료가 나가게 되었다.

별다른 선행도 아니었는데 보도 자료가 일간지에 기사화가 되었고 이후 몇 번의 공중파 TV에 출연하게 되면서 의사회에도 알려지게 되었으며 2005년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하는 보령의료봉사상을 수상하게 된다.

2006년 나는 집 근처에 사시는 어느 선배님이 구의사회 이사로 봉사할 것을 권유하셔서 의사회 이사가 뭔지도 모르고 의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처음 부여된 임무는 구의사회의 봉사프로그램을 만들라는 것이었고 회원들과의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였다.

마침 그동안 내가 의원을 해오면서 주로 스리랑카와 몽골 환자들에게 1000원씩 받고 진료해 왔었는데 그들에 대한 진료기록이 290여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할 것을 계획하였다.

매달 1회 일요일에 2시간씩 하도록 무료진료를 하는 것으로 계획했고, 의사회에서 할당된 예산이 없었기 때문에 제약회사로부터 약을 기부 받았고 문전 약국 약사님께 부탁하여 약의 조제를 부탁드렸다.

간호 인력은 나의 아내와 의원 직원들에게 부탁하였고 봉사가 가능한 제약회사 직원과 매제네 식구들이 자원봉사하면서 구의사회 주관의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를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처음 봉사할 장소로 섭외된 곳은 거여동 소재의 양로원 지하였는데 진료를 하기에 위생이 불량하였고 동사무소에 방문한 구청장님에게 직접 찾아가 부탁하여 이후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으로 장소를 옮기게 되면서 훨씬 진료 환경이 좋아지게 되었다.

구의사회의 의료봉사는 지역사회에 알려지게 되면서 대학 선배님이기도 했던 보건소장님도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연간 100개의 독감 백신을 무료로 주어 환자들에게 접종하였고 의료봉사 때 마다 자원봉사해주는 보건소 직원과 약제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의료봉사 장소도 보건지소로 옮길 수 있게 되었다.

구의사회에서도 사업에 대한 만족을 보이면서 구의사회 회장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서 송파구의사회 봉사단이 출범되었고 각과의 회원님들이 참여되면서 의료봉사는 내과계, 외과계, 그 외 여러과와 한의과가 협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약사회도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자원 봉사해 주시는 약사님들도 많아지면서 약사님들도 교대하면서 봉사를 하게 되었다.

봉사를 하는 장소에는 여러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아주 적은 것을 내어 주었을 뿐인데 봉사자와 수혜자가 모두 행복한 마당이 되었다.

현재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는 매달 둘째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료의사 4명, 약사 3명과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참석하고 있고 연간 1500여 건의 급만성질환을 검사, 치료 및 관리하고 있고 독감 접종 100여건 등의 의료 수혜를 주고 있다.

외국인 무료봉사는 구의사회, 약사회, 자원봉사자와 구보건소가 연합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 형태의 봉사 시스템으로 발전되었다.

보건소장님의 소개로 지역아동센터라는 불우한 환경의 초, 중, 고등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지역아동센터는 복지부와 지자체의 보조를 받는 전국 규모의 단체이고, 센터에서 관리되는 아동들은 편부모 자녀, 다문화 가정의 자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등으로 방과 후에 적절한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대부분이다.

2011년에는 관내 지역아동센터, 구의사회 의원 10개소와 구보건소가 협약을 맺고 불우한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갑작스러운 질환에 걸렸을 경우 10개의 협력의원들이 일차의료를 실비로 해주고 보건소도 이를 관리하고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이후 협력의료기관들은 연간 50여건의 질환에 대해 아동들을 진료하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세이프 닥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1년 겨울에 구의사회에서 지역아동센터 아동들 10명에게 매달 장학금을 주면서 장학생으로 선정된 아동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멘토링을 해주는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2012년 12월 나는 송파구의사회 봉사단장은 그만 두었지만 송파구의사회 봉사단은 7년간의 외국인노동자무료진료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서울시의사회가 주관하는 한미참의료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개원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좁은 진료실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구의사회의 활동들을 통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경험하고 소통하였고 소중한 보람들을 느낀 시간이었다.

지금은 여러 의사회의 일에 관여되면서 개인적인 시간이 많이 부족해졌고 봉사활동이 다소 소홀해진 듯하여 아쉬움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 여유가 많아진다면 나만의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활동들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 곳이 나에게 가장 알맞은 나의 자리인 것 같기에….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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