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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후 감기, 쯔쯔가무시 등 발열성 질환 의심해야
등산 후 감기, 쯔쯔가무시 등 발열성 질환 의심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13.08.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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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조내과의원장>

의사신문-서울시의사산악회 공동기획
`의사 산악인들이 들려주는 건강한 산행의 모든 것' 〈6〉


  ■ 글/싣/는/순/서

  1. `건강한 산행'을 연재하며 -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2. 고산에서의 소화기 기능의 변화 - 김진민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3. 산에서의 돌연사 - 박병권 서울시의사산악회장(박병권내과원장)

  4. 대사증후군치료는 등산으로
      - 이관우 서울시의사산악회 자문위원(이관우내과의원장)

  5. 등산과 하지정맥류 - 박영준 내과의원장

  6. 야외활동으로 인한 감염병 - 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7. 산에서의 이비인후과 질환 - 유승훈 이비인후과 원장

  8. 산에서의 골절예방 - 이용배 성모외과 원장

  9. 저산소증 - 이재일 대한의사산악회장

 10. 설맹의 예방 - 박석준 오세오 안과 원장

 11. 노년기의 등산 - 노민관 가정의학과 원장

 12. 동상,동창,저체온증 - 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13. 등산시 탈수와 탈진 - 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가을 산행 후 장기간 지속되는 감기는 감기가 아니다”

등산은 기본적으로 야외활동이다. 경쟁으로 들끓는 일상을 벗어나 내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내 다리 힘 닿는만큼 갈 수 있는 등산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심에서 할수 있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자연환경적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급격한 날씨 변화에 따른 저체온증과 열사병, 낙상사고, 낙뢰사고, 야생동물이나 벌레에 물리거나 독버섯이나 독초 음용에 의한 사고등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금번 이 지면을 빌어 가을철 야외할동시 감염위험성이 높은 발열성질환에 대해서 필자가 경험한 증례를 통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추석이 막 지난 가을 오후에 60대 후반 여자분이 오한, 고열, 몸살, 인후통 때문에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 평소 고혈압 치료차 한달에 한번씩 병원을 방문하던 분이신데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산을 찾는다고 하셨다. 등산수준도 동네뒷산 다니는 수준을 넘어서 험한 암릉산행 위주의 수준급 등산 애호가시다. 매달 방문시 마다 필자하고 등산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곤 하였다.

첫날 방문당시 목안이 붓고 경미한 인두 궤양소견을 보여 인후염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이 오신 환자분께서 “원장님! 더 심해졌어요. 온몸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요, 춥고 열나고 온몸이 더 아프네요.” 환자 상태를 다시 살펴보니 흔히 보는 편도선염은 아니고 여성들에게 흔한 신장염증 소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고열과 피부발진을 동반했을까? 최근 다녀온 여행지는? 새로운 약물복용이나 건강보조식품 복용유무? 직업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환자분은 매주 야외활동을 하는분이었고 마침 시기도 가을철 발열성 질환이 유행하는 11월이어서, 군의관 근무시절 경험했던 여러 가지 발열성 질환을 떠올리며 환자분의 몸을 살펴 보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좌측 겨드랑이에 손톱 반정도 크기의 검은갈색 딱지가 보였다. 진드기에 물린 환자의 신체에 발생하는 이러한 딱지를 발견하면 진단이 쉬워진다.

이름도 생소한 쯔쯔가무시증이다. 이후 혈액검사를 통해서 쯔쯔가무시증으로 확진되었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한 결과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지금도 매주 산행을 즐기고 계신다.

한반도의 가을철은 눈에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생물로 인한 발열성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다. 대표적으로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 출혈열”(과거 유행성 출혈열)등이다. 이들 질환은 오한, 몸살, 발열, 매스꺼움 등의 증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엔 심한 몸살 감기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악화되며 피부발진, 기침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일반적인 유행성 감기와는 전혀 다른 질병의 경과를 보인다.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명율이 쯔쯔가무시증 0∼30%, 렙토스피라증의 경우 20∼30%, 신증후군 출혈열은 2∼7%에 이른다. 이들 질환중에서 최근 5년사이 발생이 증가 추세에 있는 “쯔쯔가무시증”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수풀속에 붙어있거나 설치류(대개 들쥐)에 기생하고 있던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게되면 털진드기 유충 체내에 있던 리케치아의 일종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가 인체내에 침입하여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일년중 털진드기 유충이 동물의 체액을 흡입하는 활동이 왕성해지는 9월부터 환자 발생이 증가하여 10∼11월에 절정을 이루고 12월이후엔 감소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온상승으로 전국적으로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감염후 6∼8일정도의 잠복기를 거친후 고열,오한,심한 두통,피부발진,구토,복통,기침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털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가피(Eschar)가 형성된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서 대개 완치될수 있으나 치료시기를 놓쳐서 폐염,심근염,수막염이 합병증으로 발생하게되면 사망에 이를수도 있는 중대한 질환이다. 치료시 사람간 감염이 되지 않아 환자 격리는 필요치 않다.

10월 중순 넘어 온산이 붉게 물들고 가을 단풍산행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가을철 발열성 질환도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한다. 이에 안전산행을 위해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예방방법 몇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긴팔옷,긴양말을 착용하고 소매끝,바지단을 단단히 여며서 신체 노출 부위를 최소화한다. 등산도중 유난히 수풀이 우거진 곳을 통과할때는 곤충 기피제를 노출 부위에 사용해도 좋다.

둘째. 풀밭이나 수풀에 눕거나 앉지 않으며 옷을 함부로 벗어 놓지 않는다.

셋째. 등산후 바로 목욕을 하고 옷은 반드시 바로 세탁을 한다.

넷째. 야외활동 후 몸살 감기증상이 지속될 때 반드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각종 질병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수는 있으나 신뢰할수 없으며 가장 정확한 정보는 의사로부터 얻어야 한다. 쯔쯔가무시증의 경우 일부 환자는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기정도로 소홀히 생각하다가 진단이 늦어져 합병증이 발병하여 오랜기간 투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와 같은 고급스러움이나 세련미는 없지만 투박하고 소탈한 등산이 나는 좋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숲속을 걷고 바위를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는 등산을 나는 사랑한다. 항상 산에 들어설 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참고: 질병관리본부 질병정보〉

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조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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