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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헥토르 베를리오즈 〈로마의 사육제〉 서곡
  • 의사신문
  • 승인 2013.08.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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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33〉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실존했던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의 자서전에 기초한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베를리오즈는 벤베누토 첼리니의 걸작 `메두사를 죽이는 페르세우스' 제작 과정과 함께 그의 연인 테레사 발두치와의 사랑의 도피행각에 초점을 맞췄다.

이 〈로마의 사육제〉 서곡은 제1막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이탈리아의 춤곡인 살타렐로를 활용하여 제2막의 서곡으로 작곡한 화려하고 열정적인 곡이다. 베를리오즈의 현란한 관현악기법이 발휘되어 활기찬 춤곡 리듬과 유려한 가락의 어우러짐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베를리오즈는 바그너와 함께 낭만파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표제 음악'이라는 새로운 극적인 관현악곡의 유형을 창시했다. `근대 오케스트레이션의 아버지'라고 불러지는 베를리오즈는 악기의 음색과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능했다. 그래서 `관현악기가 그의 손에서 다루어질 때는 갑자기 찬란하게 빛난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의 새로운 관현악법은 후대 많은 작곡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문장에도 뛰어나 그의 자서전 〈회상록〉은 걸작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남프랑스의 라코트생앙드레 출생인 베를리오즈는 17세에 파리에서 글루크의 오페라에 매혹되어 작곡가가 되고자 1826년 파리음악원에 입학, 작곡법을 공부하였고 1830년에 로마상 콩쿠르의 대상을 받아 로마에 유학하였다. 그 후 파리를 방문한 셰익스피어극단의 여배우 해리에트 스미드슨을 짝사랑 한 그는 걸작 〈환상교향곡〉을 탄생시켰다.

또 위고, 리스트, 쇼팽, 뒤마, 파가니니 등과 교류하면서 독주 비올라로 이탈리아의 추억을 상기시킨 교향곡 〈이탈리아의 헤롤드〉, 〈레퀴엠〉,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등의 작품을 남긴다. 그러나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의 실패를 계기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해외로 연주여행을 떠나게 된다. 독일에 이어 프라하, 부다페스트에서는 성공을 하자, 다시 귀국 후 〈파우스트의 겁벌〉을 초연하였으나 역시 성공하지는 못하였다. 만년엔 오페라 〈트로이 사람〉을 작곡하였으나, 이것도 상연할 기회는 얻을 수 없어 러시아에서 오페라 〈트로이 사람〉 공연을 마지막으로 1869년 3월 파리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친다.

〈로마의 사육제〉는 베를리오즈가 로마에서 행해진 사육제(카니발)를 직접 보고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작곡하였는데,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는 두 개의 서곡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특이한 형식이다. 일반적으로 제1막이 시작되기 전에 긴 서곡이 연주되고, 이후 막 앞에는 짧은 전주곡이 연주되는 것이지만 베를리오즈는 제1막뿐 아니라 제2막 앞에도 서곡을 배치했다.

이러한 급진적인 독창성 때문에 이 오페라가 실패하고 그중 제2막의 서곡만 좋은 반응을 얻자 그는 나중에 이 곡을 독립시켜 콘서트 무대에 올렸는데, 이 곡이 바로 〈로마의 사육제〉 서곡이다. 사육제란 본래 가톨릭에서 술과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순절 전 1주일간의 축제에서 비롯된 종교의식이었으나 훗날 향연으로 바뀌어 유쾌한 축제가 되었다.

이 서곡은 형식이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전개부와 재현부가 생략된 대신 2개의 주제와 2개의 부주제가 쓰여 있다. 이탈리아의 민속춤곡인 살타렐로에 의한 열정적이고 격렬한 서주에 이어 현악의 트레몰로가 나온 뒤, 화려한 선율은 원곡이라 할 수 있는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제1막에서 주인공의 친구와 제자들인 금세공들이 부른 노래이다. 격렬한 짧은 서주에 이어 고요한 피치카토의 현악반주로 감미롭게 흐르는 잉글리시 호른의 제1주제 선율은 오페라의 아리아 선율답게 화려하다.

이 아리아는 벤베누토 첼리니와 그의 애인 테레사 발두키의 이중창으로 선율이 매우 우아하다. 다시 이 선율은 관능적인 비올라 음색 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빨라져 제1막 마지막에서 연주되는 춤곡 살타렐로를 활기찬 리듬의 활용과 천재적인 관현악법으로 매우 세련되고 화려하게 구사한다. 전체적으로 이탈리아풍의 빠른 질주와 서정적인 노래가 섞여 관현악기들이 어우러지면서 정렬적인 축제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들을만한 음반: 샤를 뮌슈(지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8);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60); 장 마르티농(지휘), 파리음악원 오케스트라(Decca, 195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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