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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선택의 폭을 확대하자<16>
직업 선택의 폭을 확대하자<16>
  • 의사신문
  • 승인 2009.06.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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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임상 혹은 기초의학 전공이라는 두 길 중에 하나를 택하는 것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전공의 과정 후에는 소수의 교수 요원을 제외하면 선택의 여지없이 봉직의를 거쳐 대부분 개원의가 되는 것이 의사들에게 정해진 길이었다.

의협이 2007년 발간한 보건통계자료집 중 1990년도 회원 취업별 현황을 보면 개원의 37%, 봉직의 25.4%, 의과대학 2.5%, 전공의 32.1%, 보건소 1.1%, 기타 1.8%이다. 2007년도에는 개원의 35.9%, 봉직의 28.3%, 의과대학 2.5%, 전공의 19.6%, 보건소 3.0%, 기타 11.6 %를 보인다. 여기에서 기타는 행정직, 연구직, 비의료직, 미취업 은퇴의사를 의미한다.

보건통계자료에서 보는 것과 같이 17년 동안 개원의 보다는 봉직의나 보건소, 기타 취업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은 의사들의 직업선택이 약간은 확대되고 다양화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임상의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개원가는 포화 상태이고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의사들에게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심각한 위기를 극복할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과 최근 대두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을 포함한 의료선진화 방안들도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병원과 소규모 의원에는 도움보다는 빈부격차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아직 젊고 유능한 의사들에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다양한 진로 영역 확대에 관한 것이다. 직업 선택의 폭을 광범위하게 넓혀보는 것이다.

정부가 확대하려는 공공의료에 적극 참여하는 방법으로 보건소는 물론 정부 연구기관, 보건복지가족부, 심평원, 식약청 등 공직으로 진출해 보건행정가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장래 의료계의 정치사회적 리더로서 성공하는 길도 있을 것이다.

요즘 제약회사에 임원으로 근무하는 의사들을 만나게 되는데 의사들의 진출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제약회사 외에도 언론기관으로의 취업도 꾸준히 늘어서 의료와 관련된 정보전달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방송이나 신문에서 의사출신 의학전문기자들의 기사를 대할 때마다 관심을 갖게 된다.

영리의료법인이나 외국인 의료관광 유치허용, 민영건강보험 활성화로 인해 보험사나 이들을 관리해주는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진료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으므로 일반 경영인의 관리 하에 있기보다 병원관리전문 의사로서의 훈련을 통해 의료 경영 고위직도 의사들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일부 의료계 선각자들이 바이오 메디칼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고령화된 미래 사회는 이 분야가 블루 오션이며 아직도 많은 분야가 의료벤처의 투자와 설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의사 면허증을 취득하고 다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의사들, 세계보건기구는 물론 다국적 의사 단체, 의료 선교 단체 등 해외에서 그 영역을 넓히는 의사들도 있다.

그동안 의사들을 필요로 했지만 진출이 부진했던 분야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고 이 분야에 적극 진출해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의사 단체들은 이미 진출한 의사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진입하기 위한 노하우를 회원들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취업에 대한 정보는 물론 창구까지 맡아 주었으면 한다.

우수한 의과대학생과 유능한 의사들이 어떤 길로 가야할지 망설이고 있다. 그들의 선택과 진로로 장래 의료계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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