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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5] 의대 들어갔어요? _최안나 공보이사
[칼럼 15] 의대 들어갔어요? _최안나 공보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8.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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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아이가 공부 잘하나요? 열심히 공부해서 엄마처럼 의사 되면 좋겠네요.”

학부모 모임에 가면 가끔 듣는 말이다.

의사 좋은 시절 지나갔다 얘기해도 학부모들에게 자식의 의대 입학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성적순으로 전국의 의과대학 40개 다 채우고 나면 그 다음으로 서울대 공대 들어간다는 말이 회자된 적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의대 입학은 부모에게는 뒷바라지한 보람이고 자랑이며 본인에겐 열심히 공부한 결실인 것이다. 2013년에도.

자식이 의대 간다고 하면 성적이 안되서 못갈까 봐 걱정이지, `고생 길이 훤하다'며 말리는 부모는 우리 국민 중에 아직 없다.

국민들 눈에 `의사'란 직업은 되기는 어렵지만 되기만 하면 다른 직업에 비해 여전히 `잘 사는' 직업인거다.

그러니 의료 제도가 갈수록 의사들에게 불리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보기엔 8만 의사를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을 배아프게 하며 의사들을 지금보다 더 유리하게 해 줄 이유가 없는거다.

공부 잘하는 순으로 서로 의사 되겠다고 난리인데 정부가 뭐가 답답해 의사들 편을 들겠는가?

그런데 그렇게 선망의 직업인 의사들이 모이면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예전에 선배들이 몇 달 벌어 아파트를 샀다는 식의 꿈같은 이야기는 전설 속에 사라진지 오래고 이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차다는 아우성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과거 의사들과 비교하면 요새 의사들은 정말 힘들게 일하는게 맞다. 수입면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정부의 각종 규제로 걸핏하면 불법의 덫에 걸리고 환자들과의 갖가지 분쟁은 갈수록 의사로서의 자긍심 마저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로 무장한 환자들은 의사들의 진료 방법과 치료 결과는 물론 진료비, 직원들의 친절도, 심지어 환자식 식단까지 비교하며 병원을 품평한다.

이런 진료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요즘 의사들 보기에 과거 선배들은 땅 짚고 헤엄치듯이 돈 벌었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과거와 비교하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이 옳은 비교인가?

우리 사회는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했다. 국민 대다수가 먹고 사는 게 막막했던 가난한 나라에서 특정 직업만 가지면 먹고 살 걱정이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 격차가 심했다는 것이고 이런 불평등은 사회가 발전하고 안정되면서 줄어들어야 하는게 맞다.

우리 선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돈 벌던 과거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발전한 것은 다행한 일이고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더 발전해야 한다.

사회 전반이 과거보다 좋아졌다면 우리도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 해서는 안된다.

현재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서 우리의 형편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환경이 우리만의 문제인가?

의사들의 현실을 잘 모르는 부모들만 자식을 의대 보내고 있는게 아니다.

힘들다 억울하다 외치는 의사들도 자식이 의대 들어가면 서로 축하하고 부러워 한다.

의료 제도의 세세한 면면을 모르더라도 자기 자식에게 권할수 있는 직업은 아직 할만한 직업인거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어려운 점만 이야기 하지 말고 우리가 속한 사회 전반의 어려움을 함께 보자.

의대 미달 사태가 나기 전까지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에 귀기울일 것이라는 기대는 접자.

대신 우리가 매일 진료실에서 만나는 국민들을 통해 우리의 주장을 알리자.

창 넘어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싸우기 보다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런 의사가 필요해”라는 마음을 쌓게 하는 것이 의료 제도 개선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진료실로 돌아간다.

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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