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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엘가 관현악을 위한 주제와 변주〈수수께끼 변주곡〉작품번호 36
에드워드 엘가 관현악을 위한 주제와 변주〈수수께끼 변주곡〉작품번호 36
  • 의사신문
  • 승인 2013.07.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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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27〉

1898년 어느 날, 엘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상상 속에 빠져 연주를 하고 있는데, 그의 아내는 엘가가 연주한 선율이 마음에 들어 그에게 다시 한 번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정식 작곡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엘가에게 있어 아내의 충고는 늘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엘가는 아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자기 친구들의 캐릭터를 묘사한 음악을 즉흥적으로 연주했다. 그 후 그는 이 곡을 관현악으로 편곡해 41세인 이듬해 6월 한스 리히터의 지휘로 초연하면서 작곡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고 25년간의 무명 시기를 마감하게 된다. 이 곡은 원래 〈관현악을 위한 오리지널 주제의 변주곡〉이었는데, 악보 첫 페이지에 `수수께끼'라고 쓰고 그 자신이 작품에 숨은 수수께끼를 언급하면서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불리게 되었다.

엘가가 제시한 수수께끼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 변주마다 작곡자와 친한 지인들의 성격을 묘사하고 그 제목을 붙여 어느 정도 예상할 수가 있다. 거기에는 엘가와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곤 했던 피아니스트의 이름도 있고, 지방의 지주나 엘가를 찬미했던 젊은 아가씨의 이름도 있다. 첫 번째 변주곡은 아내 앨리스를 위해서, 마지막 변주곡은 엘가 자신을 위해서 썼다.

또 하나는의 수수께끼는 전곡에 걸쳐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숨은 주제'가 있다는 것이다. 엘가는 “그 주제는 연주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엘가가 언급한 것처럼 `숨은 주제'가 있으나 드러나지 않는다는데 착안, 최초의 주제와 대위법적이거나 화성학적으로 연관성을 가진 유명한 선율일 것이라는 설이 유력했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연말이 되면 많이 연주되는 스코틀랜드민요 `올드 랭 자인' 이라는 설이다. 실제로 `수수께끼 변주곡'의 주제와 `올드 랭 자인'을 함께 부르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린다. 그러나 엘가가 고작 이 정도의 수수께끼를 숨겼다는 건가라는 반론과 함께, 노래를 끝까지 부를 경우 결국에는 어긋나기 때문에 이 설도 그리 설득력 있지 않다. 또다른 설은 이 작품을 초연했을 때 같이 연주했던 모차르트의 〈프라하 교향곡〉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한다.

Theme(Enigma: Andante) 제1바이올린에 의해 연주된 후 휴지기 없이 변주로 연결된다.

△제1변주(L'istesso tempo) `C.A.E.' 에드워드 엘가의 아내인 캐롤라인 앨리스 엘가. △제2변주(Allegro) `H.D.S-P.' 엘가의 친구인 피아니스트 휴 데이비드 스튜어트-파월. △제3변주(Allegretto) `R.B.T.' 아마추어 배우인 리처드 백스터 타운젠드. 그는 키의 높낮이를 급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었는데, 이것이 음악에 표현되어 있다. △제4변주(Allegro di molto) `W.M.B.' 하스필드의 지주이자 트렌트 펜톤 설립자인 윌리엄 미스 베이커, △제5변주(Moderato) `R.P.A.' 리처드 P. 아놀드, 시인 메튜 아놀드의 아들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다.

△제6변주(Andantino) `Ysobel' 엘가의 비올라 제자 이사벨 피튼. 이 곡에는 비올라 독주가 나온다. △제7변주(Presto) `Troyte' 건축가 Arthur Troyte Griffiths. △제8변주(Allegretto) `W.N.' 엘가의 친구인 위니프레드 놀버리, △제9변주(Adagio) `Nimrod' 엘가의 절친한 친구 어거스트 예거의 품격 높은 개성을 그리고 있는데 `예거'는 사냥꾼이라는 뜻이 있다. 구약성서에 `님로드'는 거대한 사냥꾼으로 이 작품에서도 그 성향이 그려지고 있다. △제10변주(Intermezzo: Allegretto) `Dorabella' 도라 페니. 젊은 그녀가 약간 말을 더듬은 것을 귀엽게 묘사한 싱코페이션이 특징이다. 그녀는 제4변주의 윌리엄 미스 베이커의 의부조카이자, 제3변주의 리처드 백스터 타운젠드의 시누이이다.

△제11변주(Allegro di molto) `G.R.S.' 오르가니스트 싱클레어. 강에 빠진 적이 있었던 그의 행적을 나타낸 곡이다. △제12변주(Andante) `B.G.N.' 저명한 첼리스트 네빈슨. 훗날 네빈슨은 엘가에게 첼로협주곡 작곡에 영감을 준다. △제13변주(Romanza: Moderato) `* * *' 이니셜 없어 누구를 나타낸 것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이 곡은 멘델스존의 `조용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서곡을 인용하여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갔던 귀족인 메리 라이곤, 또는 뉴질랜드로 이민 간 엘가의 전 약혼녀 헬렌 위버를 나타낸 곡이라 추측된다. △제14변주(Finale: Allegro Presto) `E.D.U.' 엘가의 아내가 엘가를 부르는 별명이다. 첫 번째와 아홉 번째 변주 주제가 나온다.

■들을만한 음반: 존 바비롤리(지휘), 할레 오케스트라(EMI, 1962);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BBC심포니 오케스트라(DG, 1981); 아드리안 볼트(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70);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2005)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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