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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랑, 숲의 향기<15>
나무 사랑, 숲의 향기<15>
  • 의사신문
  • 승인 2009.06.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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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숲 향기를 천천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주일은 새벽부터 분주하고 늦은 취침과 아침 잠 때문에 평일은 엄두가 나지 않아 1년에 가끔 있는 공휴일을 손꼽아 기다리고는 한다. 특히 5월 말에서 6월 장마 시작 전까지의 숲은 연두색에서 진한 초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과 모양의 잎들로 우거져 찬란한 생명을 뽐내며 각종 향기를 내뿜고 있다. 휴일 아침의 여유를 느긋하게 즐기며 눈부신 태양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면 나무들은 서늘한 침묵으로, 또 숲 속 작은 생명들은 미세한 속삭임으로 반기고 감싸준다. 숲 속에서는 초록을 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가 풀리고 깊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쁨과 감사를 느끼게 한다.

나무와 숲은 대기오염을 줄이고 도시의 열을 식혀주며 신선한 공기를 만들고 홍수를 막아줄 뿐 아니라 생산되는 열매로 인해 무수한 생명이 살아가고 있다. 나무는 목재와 종이로 변하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 숲의 다양한 약초와 산채들은 인간의 건강까지 챙겨주고 있고, 숲의 정기인 피톤치드는 향기뿐 아니라 인체에 다양한 이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나무와 숲에서 받는 그 많은 혜택은 간과한다 해도 `이 아름다운 계절에 나무들의 싱그러움과 숲의 향기를 빼앗긴다면, 항상 곁에서 품어주고 위로해주는 나무와 숲이 없다면 얼마나 슬프고 삭막할까' 생각해 본다.

한 해에 전 세계인이 배출하는 30억톤의 이산화탄소 중 20억톤을 지구촌의 허파인 아마존이 흡수해 왔는데 최근 극심한 가뭄과 온난화로 오히려 아마존에서 3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다고 한다. 또 산림을 파괴하고 메탄가스 방출의 원인이 되는 방대한 축산은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으며 현재 지구의 1/4이 사막인데 매년 남한 크기만큼의 사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탐욕으로 인한 무분별한 개발과 채취,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도한 소비 위주의 생활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숲을 더욱 파괴시키고 오염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올해는 이른 봄부터 이상 고온현상으로 꽃들은 수명이 짧아지고 사람도 동물도 생체리듬의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현재 한반도의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도 들린다. 남북협력병원의 진료를 위해 개성을 두 차례 방문하면서 전해만 듣던 이북의 민둥산들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산을 찾고 숲 속을 거닐 때 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벌목을 방지하고 산림보호 정책을 펼친 것만은 위정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자연과 환경보호라는 거대한 과제라기보다 무심코 행하는 잘못된 버릇들을 고치고 나무와 숲을 보호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주변의 작은 일들이라도 실천해야겠다. 종이컵이나 나무로 만든 각종 일회용품을 줄이고 손수건을 사용하며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것, 종이를 아끼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일회용 포장이 된 식품 구매를 줄인다. 또 운전 중 신호 대기 시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 것도 대기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나무와 숲의 경제적인 가치는 GDP의 0.5%인 3조166억원 정도이지만 대기정화 기능과 수원함양 기능, 토사유출방지 기능, 산림휴양 기능인 간접적인 공익적 가치는 50조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치를 떠나 당장 숲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초록의 아름다움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숲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지 않을 수 없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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