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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바이올린 켜는 의사'
[인터뷰]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바이올린 켜는 의사'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3.05.1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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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론 트리오와 함께하는 음악산책' 10년 동안 이끌어 온 '로비의 바이올리니스트'

환자들과 의료진이 바쁘게 오가는, 어쩌면 삭막할 수 있는 대학병원 1층 로비.

한 달에 한 번, 진료가 끝나자마자 그곳에서 흰 가운을 입고 바이올린을 켜는 의사가 있다. 10년을 한결같이 ‘키론 트리오와 함께하는 음악산책’을 이끌어 온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가 그 주인공.

지난 14일, 오 교수는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제자 두 명과 협연하며 10주년 기념 연주를 더욱 뜻 깊게 장식했다. 병원 로비에서 환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연주하는 오 교수의 모습에서 ‘음악인’의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고교시절 음대 진학을 생각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오 교수는, 소아청소년과 명의면서 동시에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0년과 2012년, ‘필하모니아의 사계 1, 2’를 집필, 출판하며 ‘클래식’에 대한 그만의 깊은 안목을 세상에 선보이기도 했다.

각종 의학서적과 고전음악 LP판이 아늑하게 어우러진 오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환자를 진료하는 청진기의 울림과 마음을 치유하는 클래식 선율의 우아한 조화를 느낄 수 있었다.

‘바이올린 켜는 의사’, ‘로비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오 교수는 “10년 전 처음, 병원 로비에서 연주를 시작할 때 환자들과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려고 ‘음악산책’이라는 이름의 트리오를 만들었다”며 “‘클래식과 의사’라면 으레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환자들이 산책하듯 편하게 연주를 들으며 잠시나마 지친 마음을 달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키론 트리오와 함께하는 음악산책’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보람된 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오 교수는, “연주를 들은 환자분의 눈물이나 협연 일정을 물어오는 등의 관심 속에서 인간적인 따뜻함과 보람을 느낀다”며 “트리오를 유지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연주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음악을 통해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소중한 장점 덕분이었다”고 전했다.

오 교수는 또한 “의사 가운을 벗을 때까지 매달 이렇게 연주하고 싶다. 그게 마지막 소망이자 희망이다”라며 병원과 환자에 대한 애정, 그리고 평생의 벗인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10주년 기념 연주에는 오 교수의 제자 두 명이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되어 피아노와 첼로 연주를 맡아 협연, 스승의 날을 맞아 ‘음악으로 이어진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보여 그 의미와 감동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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