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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이 필요하다 - 루이 파스퇴르
나는 일이 필요하다 - 루이 파스퇴르
  • 의사신문
  • 승인 2013.04.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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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더…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거야” 

보이지 않는 광견병 바이러스의 예방주사를 만든 의학자 -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윤아, 파스퇴르라는 의학자를 알지?

“파스퇴르? 알아요.”

하긴 파스퇴르라는 이름은 광고에도 많이 나오니까.

오늘은 파스퇴르에 대해 엄마가 이야기 해줄게.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주기 좋아했던 파스퇴르는 아빠처럼 강당에서 건강에 대한 강좌를 열곤 했단다. 그날도 파스퇴르가 직접 강연한다고 하니 강당에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어. 그는 차근한 말투로 자신이 발견한 열 가지가 넘는 세균들을 하나, 하나 보여주었어.

그땐 말이야. 지금처럼 방송에서 건강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빛을 통해 벽에 비춰지는 미생물의 그림이 실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니 너무나 신기했어.

“자,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병을 일으키는 세균입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렸어.

그때 파스퇴르가 강의하다 말고, 갑자기 강당의 불을 껐어.

“파스퇴르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지?”

사람들은 불 꺼진 강당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두리번거렸어.

그때 갑자기 파스퇴르가 걸어가더니 강의실 앞쪽의 커튼을 젖혔어.

사람들은 모두 동시에 커튼이 걷혀진 높다란 창문을 쳐다보았어.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으로 먼지가 줄을 지어 내려오는 것이 보였어.

“저기 햇빛이 지나가는 길에 엄청난 세균이 춤추는 것을 보세요.”

이 말을 듣자, 갑자기 한 사람이 일어서더니 문을 향해 달려나갔어.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도망치는 통에 다친 사람도 있었다는구나. 글쎄,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도 며칠 동안 불안해 잠을 자지 못했다는 거야. 호호∼.

“야, 후라이드 치킨이다! 닭다리 하나는 엄마 꺼, 하나는 아빠 꺼.”

이제야 후라이드 치킨이 왔네. 근데, 엄마는 닭다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엄마는 가슴살이 연하고 더 맛있더라. 닭다리 하나는 윤이 먹어라.

“근데, 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닭다리를 좋아해요?”

지방과 단백질이 알맞게 섞여 쫄깃쫄깃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달리 다리를 좋아한다지만, 파스퇴르가 살았던 프랑스에도 요리 중 닭이나 오리 다리로 만든 요리가 있어.

바로 콩피(confit)라는 요리야. 콩피란 오래전부터 프랑스 남서쪽에서 닭이나 오리 등을 보관하는 방법인데, 소금이나 기타 향신료에 절였던 고기를 낮은 온도의 기름에 끓여 먹는단다. 새해 시작할 무렵이면 `콩피 다리를 먹으면 행운이 온다.'며 즐겨먹는다고 해.

“윤이도 콩피 먹어야겠어요.”

그래? 아마도 행운이 온다는 말은 여러 날,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콩피를 먹으면 정성이 들어간 만큼 행복해진다는 뜻이 아닐까?

파스퇴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싸움닭이야. 파스퇴르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보여주려고 공개적으로 싸움하곤 했어. 여러 사건으로 인해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도 높았지만 싸움닭이라는 좋지 않는 인상을 남기기도 했지. 그러나 파스퇴르는 확실히 준비하여 어떤 공개 실험에서도 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세균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려주었지. 그는 이길 때마다 이런 말을 했대.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

파스퇴르가 왜 유명해졌냐면 말이다. 파스퇴르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과학은 날로 발전하는데, 의학은 제자리걸음이었어. 현미경의 성능은 좋아졌지만, 누구도 그것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조사하려고 들지 않았어.

모든 생물을 갈래로 나눈 칼 린네조차도 세균을 조사하다가 양손을 들었어.

“아이구! 머리 아파. 세균은 너무 작고 혼란스러워.”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겼지.

“누구도 세균에 관한 것을 알아내지 못하고, 혼돈의 집단으로 단순히 분류할 것이야.”

그런 상황에서 파스퇴르가 짠∼하며 등장해 수많은 세균을 발견하고, 뚝딱 예방주사를 만들었지.

루이 파스퇴르는 1822년 12월 27일 아주 추웠던 겨울에 스위스와의 국경 부근의 돌이라는 마을에서 할아버지 윗대에 겨우 농노라는 소작농민에서 풀려난 집안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어. 그곳은 쥐라 산맥의 산기슭에 있는 아주 작은 시골이었어.

“쥐라 산맥?, 들어봤어요.”

그렇지. 쥐라기 공원의 쥐라가 여기서 나왔어. 스위스, 프랑스와 독일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산맥으로 알프스 산맥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어. `쥐라'는 `나무가 울창한 숲'이라는 뜻이지.

아버지는 재주꾼이었으나 가난해 공부하지 못하고, 나폴레옹 시대에 군인으로 갖은 전투에 참가해 훈장을 받은 사람이었어. 아버지는 노력한 끝에 몇 년 후 가족을 데리고 옆 마을인 아르보와로 이사해 작은 가죽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어. 참 성실했던 아버지는 공부를 못한 것에 한이 맺혔는지 작은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좀더 좋은 가죽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연구하였어. 얼마나 공부를 좋아했냐면 말이다. 나중에 대학과 연구소에 있는 아들에게 자신이 궁금했던 과학에 대해 학술적인 편지로 묻고 답할 정도였다네.

어머니도 동네에서 부지런하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였어. 게다가 아주 예뻤다고 해.

“예뻤는지 어떻게 알아요?”

음∼, 파스퇴르가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가 아직도 남아있어.

하여튼 아버지의 창의적인 정신과 어머니의 자상한 성격이 파스퇴르를 어릴 때부터 공부하고, 일하는 습관을 가지게 만들었대요.

그러나 어린 파스퇴르는 그저 평범하면서도 놀기를 좋아하는 시골아이여서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해 어머니, 아버지를 애타게 했지.

유일하게 잘 하는 것이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가장 많이 그린 것은 어머니 모습이었어. 파스퇴르는 너무나 똑같이 그려 그림만 보고도 어머니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해.

그렇다 보니 그를 가르쳤던 선생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했대.

“무두질 공장에서 일할 정도만 공부하면 되잖아.”

다들 파스퇴르가 더 이상 공부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못한 공부를 아들에게 시키고 싶었던 아버지는 학교를 자기 집을 드나들 듯이 찾아가 선생님께 매달렸대요. 그런데 단 한 사람만이 이렇게 말했대.

“신중하고 게으르지 않으니 공부시켜도 될 것 같아요.”

이 말을 듣자 아버지는 좋아서 난리가 났어. 아마도 그 선생님을 끌어안고 몇 바퀴 돌지 않았을까? 아버지는 파스퇴르가 열다섯 살이 되자 혼자 멀리 서울인 파리까지 유학을 보냈어.

“파스퇴르 혼자 떠났어요?”

혼자 보내는 것도 파스퇴르 아버지의 경제력을 넘어서는 일이었어.

그런데 이게 뭐야. 파스퇴르가 파리에서 친구도 없이 외톨이로 그림만 그리면서 울잖아. 아버지는 화가 났지만 꾹 참고 향수병에 걸린 파스퇴르를 다시 데려와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로 다시 공부하러 보냈어. 가까운 도시에서 주말이면 집에 들러 파스퇴르는 왕립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어.

그 다음 그는 파리에 있는 유명한 에꼴 노르말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한 해 더 공부하여 입학할 수 있었어.

그곳에서 파스퇴르는 최고의 화학자 뒤마가 강의하는 것을 듣고 화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어. 그는 스무네 살이란 젊은 나이에 당시 과학자들이 풀지 못하던 주석산 결정을 분리하여 유명해졌어.

이젠 파스퇴르의 얼굴에서 어릴 적 공부를 못하던 열등생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어. 그는 책상에 `나는 일이 필요하다'라는 좌우명을 붙여 놓고, 일하고 공부하는 것을 즐겼어. 파스퇴르는 화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학 교수를 맡기도 했어. 스트라스부르 대학에 있을 때 대학 총장이 파스퇴르를 눈여겨봐 총장의 딸과 결혼했어.

의사나 의학자 중에 공부만 하다 집에서 쫓겨난 사람이 더러 있어. 베체트나 밴팅 같은 의사들도 가족과 놀지 않고, 너무 공부하는 바람에 늘그막에 이혼했잖아. 파스퇴르의 아내는 메치니코프의 아내처럼 남편이 일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대.

아내는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닮으라며 이렇게 말하곤 했대.

“아버지는 한번 생각에 빠지면 말이 없고, 잠도 많이 자지 않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신단다. 서른다섯 해 전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공부하신단다.”

“우리 아빠도 공부만 하잖아요?”

아니야. 아빠는 공부하다가도 엄마가 한번 화내면 바로 놀아주잖아. 호호∼.

1854년 파스퇴르는 릴 대학교로 가서 이때까지 아무도 하지 않던 새로운 시도를 해. 그 무렵 도시에 공장이 생기고 발전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었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려면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해.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학을 가르쳐야 해.”

그는 과학을 보통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어. 그렇다 보니 사탕무나 포도를 발효시키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을 때면 생물학 교수가 아닌 화학 교수인 파스퇴르를 찾아온 것이야. 여기서 파스퇴르는 유명한 `저온 살균법'을 개발하고, 비단 산업을 망치던 누에의 병도 세균이 일으키는 것을 알아내었어.

다음엔 파스퇴르는 에꼴 노르말의 과학연구실장으로 돌아가 파스퇴르는 생물이 자연적으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증명했어.

물론 파스퇴르가 언제나 실험에서 성공했던 것은 아냐. 그러나 파스퇴르는 어려움에 부딪히면 항상 이렇게 자신을 북돋우었어.

“그래, 다시 한 번 실험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가장 골칫거리였던 탄저병 세균을 발견하고 예방주사를 만들었어. 이 밖에도 파스퇴르는 닭 콜레라와 디프테리아를 예방할 수 있는 주사를 만들었어.

어느 사람이 파스퇴르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엄청난 발견을 할 수 있는지 물었어.

“내가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을 가르쳐주겠네. 나의 유일한 강점은 바로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끈기야.”

쉰 살이 되기 전에 뇌졸중을 앓아 한쪽 팔다리를 쓰지 못했던 파스퇴르는 예순이 넘어서 성한 사람도 하지 못하는 역사에 남는 큰 발명을 하게 돼.

파스퇴르에게 어릴 때 광견병을 앓던 어린이를 불에 달군 쇠로 지지던 기억이 되살아났어. 그는 제너의 종두법처럼 광견병 같은 병도 반드시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있다고 믿었어. 그래서 미친개들이 우글거리는 커다란 사육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개의 입에서 직접 타액을 빨아내기까지 했어.

1885년 어느 날, 미친개에 물린 아홉 살 소년이 엄마와 함께 파스퇴르를 찾아왔어. 그 소년의 어머니는 아들을 불로 지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파스퇴르가 예방주사를 개발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이야.

“한 번도 시험해 보지 않아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어요.”

파스퇴르는 거절했지만 소년의 어머니는 그를 잡고 매달렸어.

“어차피 죽을 바에야 주사를 맞겠어요.”

드디어 파스퇴르는 자신이 만든 광견병 예방주사를 소년에게 접종해 광견병 예방을 성공하게 되었어.

정말 파스퇴르가 대단한 것은 말이야. 광견병의 원인은 세균이 아니라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알 수 가 없었단다. 세균은 현미경으로 보이지만 바이러스는 일반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는단다.

“엄마! 왜요?”

크기가 너무 작아 전자현미경으로 볼 수 있어. 전자현미경은 무려 50년 후에 발명되었거든….

광견병 예방주사를 발명하여 유명해졌지만 파스퇴르는 끝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어. 파스퇴르는 자신의 공을 제너에게 돌리고, 암소에게서 예방주사를 만들었던 제너를 기념하여 예방주사를 백신이라고 쓰자고 제안했어. 백신은 암소라는 뜻이라고 전에 알려주었지?

사람들은 파스퇴르를 위해 연구소를 만들기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그는 연구소의 첫 번째 소장으로 취임하였어. 연구소를 건설 중일 때 그는 두 번째로 뇌졸중을 맞아 앓아누웠어. 이젠 더 이상 연구하기도 어려웠고, 대통령의 부축을 받아 참석한 칠순 잔치에서는 쇠약해 아들이 대신 답사를 대신 읽었어. 그는 세 해 뒤에 세상을 떠났지만 파스퇴르 연구소에서는 무려 여섯 사람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구나. 물론 파스퇴르는 노벨상이 생기기 전의 사람이니까 노벨상을 받지 못했지.

사람들은 파스퇴르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어. 그는 이렇게 말했다는구나.

“열정이란 말은 `내 속에 있는 신'이라는 그리스 말에서 나왔어. 열정을 깨우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생각과 행동의 시작이야.”

윤아!, 열정을 깨워야겠지? 오늘 엄마 이야기 끝∼.

김응수 <한전병원 흉부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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