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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높아지는 계절 `봄'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 높아지는 계절 `봄'
  • 의사신문
  • 승인 2013.04.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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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건강〈18〉 : 우울증은 봄이 위험, 달리기로 자살을 예방하자

이제 엄동의 추위가 아주 예전의 일인 듯, 벌써 남쪽 지방에서는 봄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작년 입동 이후 길어진 밤 시간에 익숙한 몸이 올해처럼 특히나 눈이 많이 오고 혹한의 날들이 많아져서 더욱더 아침 기상시간이 늦어지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어둡다는 핑계로 몸을 쉬게 만든다는 논리가 만들어지니까.

올해처럼 갑자기 혹한이 오래 지속되거나 폭설로 야외활동이 어려워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철에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아지는 이유는 단순한 감정변화 때문이 아니라 흔히 겨울우울증이라고도 불리며 주로 낮이 짧아지고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많이 발생하는 정신질환인 계절성정서증후군이라는 질환 때문이다.

이 계절성 정서증후군은 햇빛에 의한 신체의 생물학적 주기 방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낮은 자신감, 불안, 많은 걱정에 대한 집착 성향을 보이며, 어떤 것도 즐길 수 없게 되는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을 겪는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에서 사람의 눈에는 특별히 빛에 민감한 세포가 있어 빛의 양을 감지하여 심장박동을 조절하거나 기분과 체온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런 빛의 양의 변화를 통해 겨울에는 증상이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호전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펴낸 `한국의 자살 실태와 대책'에 따르면 1년 중 자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계절은 역설적이게도 봄(29.6%)이었고, 여름(26.3%), 가을(23.7%), 겨울(20.4%) 순이었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통계에서도 자살은 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활동량 증가에 따른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자살충동을 부른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체로 우울증이 가장 심각할 때보다 증세가 조금 누그러질 때 자살이 많기 때문에 겨울에는 우울증 환자가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가 봄에 약간의 기운을 얻어 자살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미국 듀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이 집을 나서면 지나치게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지만 야외활동과 정기적인 운동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항우울제만큼 도움이 된다고 발표했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되어 행복감이 증가되고 기분이 안정된다. 겨울철에 평소와 다른 우울증상이 나타난다면 춥더라도 집과 사무실의 블라인드와 커튼을 걷어 햇빛이 잘 들도록 하고 틈날 때마다 산책을 하거나 날씨가 좋다면 밖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그렇다. 우리 몸의 생체주기는 주로 눈이 태양빛을 감지하면서 조절되기 때문이다. 시신경이 뇌와 만나는 부분 아래 시교차상핵이라는 부분에서 생체시계가 있어서 깨어나 약 14시간이 지난 뒤에 뇌를 자극해 졸음 유도물질인 멜라토닌을 분비시킨다. 이런 햇빛의 영향은 자신의 노력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 많으면 행복감 증가되고 기분도 안정돼
우울증 환자 면밀히 관찰·달리기 등 함께 하면 자살 예방 도움


짧은 겨울 해 때문에도 생체리듬에도 변화가 오지만, 연말연시와 설명절 등을 이유로 저녁 시간에 마신 커피, 술자리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될 수 있지만, 이는 낮에 햇빛을 충분히 받는 등의 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으며, 겨울에도 여름과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고 자면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등 갑자기 잠을 30분 이상 줄이지 않으면 몸의 항상성이 유지되고 신체리듬이 깨지지 않게 된다. 겨울에도 눈 올 때를 제외하고는 낮에 햇빛이 비치는 날이 많기 때문에 추워서 밖에 나가기 싫다면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면서 짧은 시간만이라도 스트레칭 등 운동을 하면 몸이 활력을 받아 피로감이나 우울감을 날려버릴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약 30분 전후의 달리고 나면 기분이 나도 모르게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기분을 즐겁게 하는 마약 성분인 엔돌핀의 분비 뿐만 아니라 기분을 향상시키는데 관여하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뇌신경조절물질의 분비가 증가되기 때문이다. 이 페닐에틸아민이 기분을 전환시키므로서 달리기를 하면 우울증에서 쉽게 벗어날 수가 있다. 달리기에 중독된 사람들이 긍정적이며, 즐겁고 건강하게 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물질들 때문이다.

늦가을 독감주의보가 내려지면 고위험군 환자가 독감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듯이 우울증 환자의 가족이나 주변인은 봄이 되면 자살주의보가 내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로 환자를 면밀히 관찰하여 자살 낌새를 알아차려 잘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미국 응급의학협회에서 제시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11가지 징후들에는 ① 이유없이 우울하거나 슬퍼할 때 ② 삶의 의욕이 잃고 무엇을 해도 기쁨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할 때 ③ 부쩍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때 ④ 자살에 쓰이는 약에 대한 정보를 궁금해 할 때 ⑤ 어떤 날은 기분이 매우 좋고 어떤 날은 심하게 우울해지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할 때 ⑥ 사소한 복수에 연연하는 등 화를 주체하지 못할 때 ⑦ 식습관, 수면습관, 표정, 행동 등이 이전과는 달라졌을 때 ⑧ 운전을 험악하게 하거나 불법적인 약을 복용하는 등 위험하고 파괴적인 행동을 할 때 ⑨ 갑자기 침착하고 차분해질 때 ⑩ 학교생활, 인간관계, 직장생활, 이혼, 재정적 문제 등 삶의 위기를 느낄 때 ⑪ 자살과 관련된 책에 흥미를 느낄 때 등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거나 주위 사람들이 자살의 위험이 있을 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한국자살예방협회의 사이버상담실(www.counselling.or.kr),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핫라인(www.suicide.or.kr 1577-0199), 생명의 전화(www.lifeline.or.kr 1588-9191), 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www.counselling.or.kr/site/site01.html)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동윤 <(사)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서초 이동윤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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