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산악회, 전주 모악산 시산제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전주 모악산 시산제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13.03.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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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환 <강북·밝은성모안과>
정익환 <강북·밝은성모안과>

세찬 눈보라도 잊게 해준 눈부신 눈꽃과 파란하늘

새벽, 시계 알람 소리에 잠을 깬다. 5시50분, 평소 늦게 일어나는 편인 나로서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일어나는 게 익숙친 않지만, 기다리던 시산제 산행을 하는 날이기에 부지런히 배낭을 꾸린다. 겨울 산행이라 아이젠은 필수, 방한을 위해 평소 안쓰던 모자, 마스크, 두꺼운 장갑 등을 챙겼다. 지난 12월초 답사 산행엘 다녀왔는데 전주까지 3시간 정도 걸리므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려 여분의 배터리도 챙긴다.

늘상 모이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주차장엘 도착하니 5대의 버스에 속속 사람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동문 선배인 이석기 선배, 송영오 선배도 같은 차에 배속되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작년 2월 한라산 등반때 같이 간 이후로 1년만에 다시 뵙는다. 7시 정시에 4대 모두 출발하였고 한 대는 경부고속도로 죽전정류장에 들러 잠시 용인 팀을 태웠고, 교통정체 없이 순조롭게 가니 전주 모악산 입구에 예상대로 10시 도착.

오늘의 산행기념품은 총무 조해석 선생이 단체 특별가로 애써 구입한 `등산용 스틱 한 쌍'으로 기분이 쏠쏠해진다.

산행 시작 전, 주차장 공터에 모두 모여 연재성 등반대장의 산행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박병권 회장님의 인사말씀, 그리고 선두, 중간, 후미의 가이드를 맡은 훈련팀 소개가 이어진다.

선두는 박석진, 박영준 선생, 중간은 나와 조철현 선생, 후미는 공준택, 노민관, 백인석 선생이 담당하여 인사를 나눈다. 날씨는 흐린 편으로 그리 나쁘진 않았다. 산행의 들머리는 계곡따라 가는 길로 얼음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제법 풍부한 수량으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반기는 듯 하다.

20분쯤 오르니 호젖한 산사가 나오고 이를 지나치면서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한 30∼40분간 땀 흘리며 올라가니 능선에 도착, 많은 분들이 잠시 쉬면서 가져온 과일, 야채를 나눠 먹으며 한숨을 돌린다. 그런데 이때부터 흐렸던 하늘에서 조금씩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여 모자를 꺼내 쓰며 눈을 돌리니 저만치 정상의 송전탑 주변은 하얗게 눈덮힌 모습이다. 이제부턴 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는 길인데 10분쯤 갔을까, 눈발이 굵어지며 바람과 함께 눈보라로 되어 갑자기 기온이 3∼4도는 내려가는 것 같다.

재작년 시산제 산행을 했던 마니산 생각이 난다. 그땐 눈이 엄청 많이 내렸는데 능선에서 눈보라도 굉장히 불어와 얼굴이 얼 정도로 춥고 하산길엔 발이 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말 그대로 하얀 눈세상이었던 기억이 난다.

능선을 따라 가다보니 온통 나뭇가지에 이전에 내렸던 눈이 굳어 사방천지가 눈꽃과 상고대로 뒤덮여 있었다. 바로 조금전과는 완전 다른 경관이 펼쳐지며 한 겨울 산행다운 풍광을 만끽 할 수 있었다. 저마다 핸드폰, 디카를 꺼내 눈꽃을 사진에 담기 바쁘다. 커다란 송전탑 건물이 위치한 정상에 드디어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눈보라가 어찌나 세차던지 전방 경치가 전혀 보이질 않을 정도며, 장갑을 벗었는데 채 1분도 되지 않아 손이 얼어 붙는 듯 했다.

이재일 명예회장님과 정상주를 한잔 한다. 누군가 가져온 인삼주로 맛이 괜찮다. 금방 오르는 온기를 품고 하산길로 접어드는데, 지난번 답사 때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던 평지에 다다랐다. 지난 12월에 답사를 왔을 때 누군가 버너와 코펠을 준비해 와서 오랜만에 산행중에 끓여먹는 라면 맛을 볼수 있었다. 이는 모악산이 취사 금지 산은 아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에도 하산하며 만난 김기봉 선배님 팀과 컵라면을 나눠 먹었는데 김치와 함께 하니 그 맛이 더하다. 산행 중에 먹는 그 라면! 그 김치!

한 시간 정도 내려오니 우거진 갈대숲과 뒤편의 소나무 숲이 멋진 조화를 이루며 산행의 마무리에 접어드는데, 이제는 아까 날렸던 눈보라가 싹 가셨고 멀리 정상의 눈덮힌 송전탑도 파란 하늘에 선명히 보이니 오늘 날씨는 변덕이 꽤 심했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마무리 지점이자,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인 금산사에 도착하였다.

이 절은 3단 3층의 대웅전이 있기로 유명한 사찰로 마당이 매우 널찍하며 커다란 대웅전 안에는 지붕까지 닿을 듯한 부처님상 두 개가 안치 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주차장에 다다르니 시산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자리가 정리되고, 조해석 총무의 사회로 순국선열과 먼저가신 산악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산제가 시작된다.

이어 연재성 등반대장의 선창으로 노산 이은상의 산악인의 선서가 모악산 자락을 메아리친다.


산악인은 무궁한 세계를 탐색한다.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정열과 협동으로

온갖 고난을 극복할 뿐

언제나 절망도 포기도 없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동화 되어야 한다.

아무런 속임도 꾸밈도 없이

다만 자유와 평화의 참 세계를 향한

행진이 있을 따름이다.


곧이어 초혼관이신 박홍구 고문님의 강신으로 제례가 시작된다.

이어 박병권 회장의 첫잔이 올려지고, 서윤석 고문님의 시산제 축문이 모악산 자락을 울린다.


우리의 발걸음을 보살펴주신 신령님이시여!

아무쪼록 바라오니 저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고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옵고,

또 저희들은 이 아름다운 자연을 함부로 더럽히거나 파괴하지 않을 것이며,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그러한 산행을 하는 산을 닮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나이다.

거듭 비옵건데 신묘년 한해도 서로 화합과 사랑이 넘치게 하여 주옵시고,

무사산행이 되도록 업드려 고 하나니,

천지신명이시여!


서의산의 가장 큰 어른이신 이상석 고문님의 아헌, 연재성 등반대장의 종헌, 그리고 자문위원단과 부회장단, 훈련팀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의 헌작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훈련팀의 막내인 박영준 회원의 헌작과 모든 회원의 음복, 그리고 조해석 총무의 폐회사로 시산제는 끝을 맺었다.

2013년 한해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마치고는, 예약된 식당에 모여 푸짐하게 준비된 뜨거운 버섯전골과 막걸리로 오늘 산행의 쌓인 피로를 상쾌하게 날리며 모악산 시산제 산행을 마무리 하였다.

정익환 <강북·밝은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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