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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조화의 영감' 작품번호 3
비발디 `조화의 영감' 작품번호 3
  • 의사신문
  • 승인 2013.0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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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04〉

`조화의 영감'이라 불리는 비발디의 협주곡 모음집 작품 3번은 모두 12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으로 그 선율의 청아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은 바흐가 편곡을 하여 비발디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이었다. 비발디 자신에게도 이 `조화의 영감'은 매우 각별했는데, 협주곡이라는 장르로 1712년 암스테르담에서 비발디 특유의 다양한 양식과 특성을 12곡의 협주곡에 담아 그의 비범한 재능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최초로 출판한 2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작품집인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난 비발디는 사제 서품을 받은 후 사제역할을 수행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천식으로 고생해야 했지만 덕분에 사제의 의무를 벗어나 베네치아 피에타 여아고아원의 담임 신부로서 작곡과 교육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가 평생 작곡한 협주곡은 500여 곡으로 그 중 절반 이상은 바이올린협주곡이었으며 100여 곡의 첼로협주곡 외에 오보에, 플루트 독주를 위한 협주곡과 함께 150곡의 독주 또는 합주협주곡을 작곡함으로서 이탈리아 바로크 협주곡 특유의 화려하고 우아한 음향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자리하게 된다.

비발디는 바이올린의 명수로서 전 유럽에 이름을 날렸는데 당시 작곡가로서보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더욱 유명하였고 당시 현악기의 연주기법을 확대시킨 인물로서도 유명하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에서 새로운 활 사용법 등을 포함해 제12포지션까지 요구하였고, 첼로협주곡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엄지손가락만을 이용해 연주하도록 지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비발디 자신은 작곡가로서 더 알려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당시 베네치아 극작가 골도니가 “비발디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만점, 작곡가로서는 그저 그런 편이고, 사제로서는 영점이다.”라고 평한 것에 대해 비발디는 원래 법률을 전공한 골도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응수했다. “골도니는 험담가로서는 만점, 극작가로서는 그저 그런 편이고, 법률가로서는 영점이다.”

비발디는 코렐리, 알비노니와 함께 이탈리아 바로크의 독주 콘체르토형식의 확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장르는 콘체르토로서 당시에는 매우 새로운 음악이었는데 이는 요즘의 협주곡과는 형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의 모음집들은 그의 소나타와 협주곡을 널리 세상에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갖가지 현악기와 관악기를 위한 독주협주곡과 합주협주곡을 작곡하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되면서 이탈리아 바로크 협주곡은 알레그로―아다지오―알레그로의 세 악장 형식이라는 전형적인 구성을 확립하게 된다. 이들 수많은 협주곡들 가운데서도 `조화의 영감'은 비발디의 젊음이 넘치는 창작 의욕이 잘 발휘되어 있는 발랄한 주제와 생동감 넘치는 리듬, 명쾌한 형식미를 갖춘 전형적인 이탈리아 바로크 협주곡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는 모음집이다.

이 작품집에 붙어있는 `L'estro armonico' 부제는 `estro'는 충동이나 영감이란 뜻이고 `armonico'는 조화의' 또는 화성의'라는 뜻으로 `화성의 영감' 또는 `조화의 영감'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통에의 순응(조화)와 직관적 상상력(영감)사이의 갈등을 함축한 표현으로서 이전 코렐리식의 전통적인 합주협주곡의 정적인 형식을 깨뜨린 비발디의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여덟 파트로 구성된 현악기는 가능한 모든 조합을 만들어 각 파트가 자율성을 부여받았다. 이는 이제까지의 모든 규약이 파기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곡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인 제8번은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와 재치 있는 표현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으로 제3번, 제9번, 제12번 역시 비발디의 개성이 마음껏 드러난 곡들로 고전주의 협주곡을 예시한 진보적인 작품들이다. 바흐는 이에 매력을 느껴 `조화의 영감' 중에서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중 제3번과 제9번을 쳄발로협주곡으로,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제8번을 오르간협주곡으로 편곡하였다.

■들을만한 음반: 이무지치 합주단[Philips, 1983]; 트레버 피노크(지휘), 잉글리시 콘서트[Archiv, 1987]; 파비오 비온디(바이올린), 유로파 갈란테[Virgin veritas, 2003]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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