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다 … mi16의 트러블로 호된 신고식
서울을 떠나다 … mi16의 트러블로 호된 신고식
  • 의사신문
  • 승인 2013.0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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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스타터 교체하기

필자는 다시 드라이빙의 세계로 들어왔다. 서울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몇 년동안 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는 곳이 오지는 아니지만 서울로부터 심리적인 거리는 아주 멀다. 지역사회에 다시 들어온 탓이기도 하다. 예전에 공보의 생활을 경주에서 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거주 환경도 바뀌어서 얼마 지나면 만평이 넘는 유기농 과수원 한복판에 있는 작은 오두막같은 집에서 만들기와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두막집을 저렴하게 임대해준 집주인의 호의에 감사한다. 오두막집과 근처의 작은 대학의 연구실(기계과가 있어 머시닝센터와 공작기계들이 있다) 그리고 작은 클리닉을 오가며 디지털 장난감을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동안 지적인 성과물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아무튼 집앞에서 꿩이 나는 모습을 보는 것과 산책로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집이 불편해도 이런 곳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다.

환경이 바뀌어 차를 별로 안타다가 타기 시작하자 필자의 낡은 차 mi16은 여러 가지 트러블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너무 안타고 다닌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선 주차장의 폭이 좁은 승강기에서 백미러가 꺾였다. 다른 차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은 어느 사이엔가 모든 차들의 백미러가 자동으로 접히는 시대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승강기에는 몇 년 동안 차를 주차한 적이 없다. 작은 차들은 역시 작은 폭 덕분으로 문제가 없었다. 나중에 보니 주차기에는 “백미러를 접으시오”라고 작은 글씨가 써있었다.

필자의 차는 요즘 아반떼 정도의 크기인데도 문제가 발생했다. 신고식을 한 셈으로 백미러는 교체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스타터가 말썽을 부렸다. 아무런 문제가 없던 스타터는 어느 날 딸깍하고 들어간 후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배터리 문제라고 생각하고 보험회사의 서비스를 불러 테스트하였으나 문제는 스타터였다. 약간 시동이 약하다 싶던 스타터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스타터가 망가진 차를 시동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스타터를 교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를 밀어서 시동을 거는 것이다. 수동 변속기의 경우는 차가 일정한 속도 이상 되었을 때 변속기를 연결하여 시동을 거는 방법이 있고 자동 변속기의 경우는 상당한 속도로 차를 견인하면서 N에서 D로 변속기를 집어넣으면 된다고 한다.(아직 이 방법을 사용해본 적은 없다)

출동을 나온 보험회사의 직원은 수동변속기인 필자의 차를 견인 고리에 연결하여 시동을 걸어 주었다. 집까지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가면 된다는 것이다.

고장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소모품들을 트렁크에 한 벌 싣고간 관계로 부품의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카센터였다. 근처의 공장들을 잘 알지 못하는 이유로 파악하기까지 며칠이 걸렸고 그동안 타고 다니는 일이 큰 문제였다. 오자마자 한번을 써버렸다. 보험회사는 보통 5번 정도 무료 출동을 한다. 일단 몇 년 동안 타지 않던 차라 어떻게 멈출지 모르니 무료 출동을 아껴야 했다. 그래서 처음 시동을 걸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어쩌면 스타터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니 중간에 한번 멈추어서 다시 시동을 걸어보라는 주문을 했다. 그럴듯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다시 시동을 걸려면 난감한 일이다. 이때 시동을 다시 거는 방법은 언덕위에서 차를 세운 후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클러치를 밟는 방법이 있다.

정말 스타터가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덕에 차를 세우고 키를 끈 후 다시 시동을 걸어 보았다. 스타터는 딸깍하고 들어가서 돌아가지 않았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다. 할 수 없이 차들이 없기를 기다린 다음 브레이크를 풀고 비상등을 켠 후 속도가 올라가지 클러치를 연결했다. 차는 울컥하면서 시동이 걸린다.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같은 날 사이드미러가 망가지고 스타터가 망가졌다. 난감하기 그지없으나 사이드미러는 택배로 받기로 하고 스타터는 교체해 줄 공장을 찾아야 했다. 첫날은 차를 주차장의 약간 언덕진 곳에 세우고 더 이상 일을 벌이지 않기로 했다. 언덕위에 세운 이유는 내려가는 힘을 이용하여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출근은 언덕의 힘을 빌려야 했다. 차를 약간 굴리면서 속도가 붙으면 클러치를 살짝 떼어준다. 물론 시동키의 전원은 주행으로 돌려놓은 상황이어야 한다. 시동이 걸리자 꺼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간 언덕진 곳에 차를 세우고 퇴근에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 문제는 2∼3일 뒤 눈 오는 날이었다. 그날 따라 경사진 곳에는 다른 차가 세워져 있어서 깨끗하게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차는 평지에 주차한 셈이다.

그 사이에 정비공장의 코치도 있었다. 파이프를 대고 스타터를 망치로 깨지지는 않을 정도로 충격을 주라는 주문이었다. 간혹 마그네트가 붙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두들겨도 시동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배선을 약간 건드려보라는 주문도 해보았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차들이 눈 때문에 움직이지 않던 이틀이 지나자 노는 날이 되었다. 주차장의 차는 평지처럼 보여도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에 세워져 있었다. 내리막길 신공보다 조금 난감한 굴리기 시동으로 차를 시동을 걸어야 했다. 이때는 앞에 다른 차들이 없어야 한다. 다른 사무실 소속 인 주차직원의 도움을 받아 속도를 낸 후 클러치를 조심스럽게 붙여야 한다. 거의 차가 정지할 것 같은 속도에서 시동이 걸렸다. 무료 견인은 5회가 한계이니 아껴서 불러야 했다. 거의 엽기라고 보는 주차직원의 눈길을 뒤로 하고 공장으로 향했다. 필자가 운전석과 핸들을 붙잡고 밀면서 뒤에서 밀어 달라고 하는 풍경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80년대만 해도 가끔은 보던 풍경이지만.

공장에 가기 전에 8mm 육각 렌치가 있나고 물어보는 것이 중요했다. 없으면 낭패기 때문이다. 이 공구는 흔한 것이라 당연히 있었다. 별모양의 렌치나 다른 특별한 공구들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아 나중에 따로 갖고 와서 들고 다니기로 했다. 공장에 가니 너무 바빠서 도움을 줄 수가 없다고 한다. 차들이 밀려있었다. 공구를 빌려서 차를 고치는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센터라서 일손이 없었다. 첫 번째 수리는 DIY에 가까웠다. 수리는 무사히 끝났고 나중에 차를 출고하면서는 공구와 장소를 빌린 값을 받아야 한다고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려는 사장님에게 약간의 수리비를 억지로 주다시피하고 나왔다. 나중에 이 센터라도 이용하려면 잘 보이는 것이 좋다. 기묘한 수리였다.

시동이 자동으로 되자 안도감이 몰려왔다. 참으로 소박한 행복이었다. 남은 일은 고장난 스타터에 언제 어디서 망가졌나 마킹을 하고 시간이 되는 날 부검을 하는 작업이다. 보통은 브러시가 닳아서 시동이 걸리지 않지만 배선이 타거나 접점 불량이 되는 경우도 있다. 부검후에는 다시 수리를 해서 놔두는 편이 좋다. 90년식인 필자의 차가 25만 킬로를 다니는 동안 스타터는 당연히 2∼3번은 망가진다. 앞으로 10년 이상 더 탈 예정이라 여분이 필요하다.

스타터를 다시 만드는 데 필요한 부품들은 당연히 찾기가 어렵다. 기존의 브러시를 깍아서 만들던가 이베이를 뒤져서 찾는 편이 낫다. 이베이를 뒤져보니 부품이 있었다. 7파운드에 운송료는 별도다. 당연히 2개 정도를 살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차들이 살아남는 것은 주인이 포기하지 않는 경우다. 20년이 넘는 차들을 고치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 매니아들이 남아있는 차종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차를 고치는 것은 난감한 일이었지만 매우 아름다운 숲길을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분명히 차를 고치는 것보다 드라이빙이 즐겁다. 차의 본연의 역할은 몰고 다니는 일이다. 아직 손을 다 보지 않은 모트로닉 제어기에서 엔진 체크불이 가끔 들어와도 즐거움은 줄지 않는다. 웅∼하고 올라가는 엔진소리의 마술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드는 힘이다.

안윤호 <제주시 미소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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