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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 교향곡 제1번 C장조
비제 교향곡 제1번 C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2.12.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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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199〉

37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질환으로 요절한 비제는 일생동안 교향곡을 3곡 작곡했는데 그가 죽기 직전 후세에 남기고 싶지 않다며 교향곡 모두를 불태워버렸다. 교향곡 모두가 사라졌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6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뒤 파리 음악원 도서관에서 초고가 발견되었다. 1935년 스위스 바젤에서 지휘자 펠릭스 바인가르트너의 지휘로 초연된 이후부터 이 곡은 여러 나라에 연주되고 있다. 이런 배경으로 지금까지 남겨진 비제의 교향곡은 제1번 한 곡뿐이다. 이 곡이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무용 안무가 조지 발란신에 의해서인데 그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연출한 〈수정궁〉이라는 발레에서 이 곡을 인용한 뒤부터 평론가들로부터 `프랑스 교향곡의 가장 사랑스러운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곡은 비제가 1855년 파리 음악원 작곡과 재학시절 로마 상 콩쿠르를 위하여 작곡한 교향곡으로 그의 17세 생일인 10월 25일 직후 작곡을 시작하여 1개월만인 11월말 완성하였다. 곡의 화성이나 선율 등에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나 로시니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전반적으로 미숙한 점이 있으나 젊은 날의 비제의 천재성과 독특한 개성이 작품 곳곳에 빛을 발하면서 소박하고 발랄한 아름다움과 순수한 젊음의 생명력이 가득 담겨져 있다.

비제는 성악교사 출신인 아버지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9살 때 파리 국립음악원에 입학한 영재였다. 어느 날 베를리오즈는 소년 비제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멘델스존과 리스트 이래 비제만큼 독보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었다. 이 소년은 앞으로 틀림없이 대성할 것이다.”라며 극찬하였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했고 어머니와 헤어져 있게 되면서 부모의 애정이 결핍되어 평생 동안 정신적인 애정결핍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는 19세에 로마에 유학하면서 주로 외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여러 계층의 여자를 사귀거나 유부녀와 친해지고 창녀와 놀아나기도 하였다. 훗날 비제는 이런 애정행각에 대해 “그래도 그들은 어머니를 대신할 수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그의 여자관계는 어머니뻘 되는 연상녀와 교제하고 가정부와 관계하여 아이를 낳는 등 비정상적이었다.

그는 작곡가로 데뷔한 이후 계속 불운이 뒤따랐다. 〈진주조개 잡이〉, 〈아름다운 뻬르트의 딸〉 등 여러 오페라를 발표할 때마다 계속해서 인정을 받지 못하였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알퐁스 도데의 희극 〈아를르의 여인〉의 부수음악도 작곡기간이 너무 짧고 오케스트라 편성이 매우 조잡하여 첫 공연부터 실패였다. 그는 스승 알레비의 딸 쥬느뷔엔느와 결혼 후에도 여자관계가 복잡하여 그의 부인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하였으며 생활은 궁핍하여 개인교습과 유행가 편곡 등으로 간신히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다. 마침내 오페라 〈카르멘〉 발표 후 성공으로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를 보내려던 중 〈카르멘〉의 33번째 공연이 막을 내리기 1시간 전 갑작스런 심장발작과 인후 농양으로 인한 전색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제1악장 Allegro-vivo 마치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변을 보듯 화려한 색채의 현악 선율이 서두를 장식하면서 약동하는 젊음의 순수함을 소리쳐 노래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독일 고전파의 영향을 강하게 풍기고 있는데 선율의 변화는 하이든과 유사하고 주제의 전개나 화성법은 베토벤을, 우아하면서 생기 있는 선율은 모차르트를 연상케 한다. △제2악장 Adagio 이국적 분위기가 감돌면서 애수를 띤 오보에의 선율은 프랑스의 언덕 위의 목동이 홀로 피리를 부는 듯 서정적이고 무척이나 아름답다. △제3악장 Allegro vivace 이탈리아에서 느꼈던 밝고 쾌활한 느낌과 베토벤적인 생명력이 함께 어우러지는 스케르초풍의 악장이다. △제4악장 Allegro vivace 소나타형식으로 빠른 리듬의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선율이 마치 프랑스 오페라의 서곡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끝을 향해 달려간다.

■들을만한 음반: 장 마르티농(지휘), 프랑스 국립방송교향악단[DG, 1971]; 토마스 비첨(지휘), 프랑스 국립방송교향악단[EMI, 1959]; 샤를 뮌슈(지휘), 프랑스 국립방송 교향악단[Decca, 1966];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관현악단[Decca, 196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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