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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베젠동크 시에 의한 다섯 개의 가곡〉
바그너 〈베젠동크 시에 의한 다섯 개의 가곡〉
  • 의사신문
  • 승인 2012.11.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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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197〉

바그너는 그의 후원자이자 옹호자였던 은행가 아내 마틸데 베젠동크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구상하였고 마틸데가 지은 시에 곡을 붙여 〈베젠동크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을 작곡하였다. 이 중 `꿈'은 그녀의 생일에 맞춰 소편성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었고, 일부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습작으로 사용되었다. 훗날 그는 이 작품을 가리켜 “아마 나의 모든 곡들 중에서 최고의 것이리라.”라고 평했다.

바그너는 1813년 5월 22일에 라이프치히에서 경찰서기였던 아버지의 아홉 번째 자식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바그너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게 되고 어머니는 연극배우이자 가수, 시인이며 화가였던 루드비히 가이어와 재혼을 한다. 그래서 바그너의 어린 시절은 예술계에서 활동하였던 계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계부도 일찍이 세상을 떠나게 되며 그 후 그의 가족은 라이프치히에서 드레스덴으로 거처를 옮긴다. 9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바그너는 드레스덴 가극장에서 공연된 베버의 〈마탄의 사수〉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13살 바그너는 호프만과 셰익스피어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이들에게서 받은 영향은 훗날 바그너를 만드는 토양이 된다.

1836년 여배우 민나 플라너와 결혼한 후 파리에서 거주하면서 수많은 문학가와 예술가들과 접촉하면서 문학과 음악을 성장시키게 되는데 특히 리스트와의 만남은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음악적 삶의 밑거름이 된다. 1842년 드레스덴 궁정 가극장에서 자신의 작품 〈리엔치〉가 상연된 것을 계기로 그곳의 음악감독이 되고 그때까지 잊혀 있던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지휘해 대중들에게 그 가치를 널리 알렸다. 베토벤에게서 받은 영향은 그의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바그너는 1849년 드레스덴에서 일어났던 5월 혁명에 가담하게 되어 지명수배에 오르게 되며, 스위스의 취리히로 망명하게 된다.

망명 시절 바그너는 취리히의 부유한 실크상인 오토 베젠동크 부부와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베젠동크 부인 마틸데는 바그너의 인간과 예술을 깊이 이해했고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바그너는 베젠동크 부부의 원조를 받아 가면서 〈라인의 황금〉, 〈발퀴레〉 등을 완성했고, 〈지그프리트〉도 2막까지 썼다, 바그너가 베젠동크 부부가 세워 준 조그만 집에 이사 가서 살게 된 것은 이 〈지그프리트〉를 작곡 중인 1857년 4월이었다. 이 집은 베젠동크의 저택 바로 옆에 세워졌기 때문에 바그너와 마틸데는 갑자기 가까워지게 되었고 마틸데의 호의는 열렬할 사랑으로까지 발전하고 말았다. 자유분방한 바그너와 평범한 가정부인인 아내 민나와의 사이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맞지 않았다. 바그너의 명성이 높아지고 그가 창작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자 그 균열은 점점 심해졌다. 아내 민나는 아주 질투심이 강하여 그녀의 히스테리는 점점 더 바그너의 마음을 마틸데에게로 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 속에서 태어난 것이 관능과 환락의 이야기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극시였고, 사랑의 고통을 그린 마틸데의 다섯 편의 시에 곡을 붙여 이 작품을 완성한다. 결국 이 두 작품은 그들의 사랑의 기념비라고 할 수 있다. 베젠동크는 아내와 바그너와의 관계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1858년 살던 집에서 쫓겨난 바그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원고를 안고, 베네치아에서 작곡을 시작해 루체른에서 이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제1곡 천사(Der Engel) 서정미가 풍부한 곡으로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국에서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제2곡 멈춰라(Stehe still) “지구여 멈추어다오. 이젠 그만 내리고 싶다”를 외치고 있다. △제3곡 온실 속에서(Im Treibhaus) 온실의 나무를 바라보면서 갇혀있는 나무들을 자기의 처지에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제4곡 고통(Schmerzen) 이런 지독한 고통이 도리어 사랑의 증거라고 노래한다. △제5곡 꿈(Traume) 모든 사랑은 한낱 꿈일 뿐이다. 이 곡은 추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의 이중창'으로 승화된다.

■들을만한 음반: 제시 노먼(소프라노), 콜린 데이비스(지휘), 런던심포니[Philips, 1975];키르스텐 플라그슈타트(소프라노), 한스 크나퍼츠부쉬[Decca, 1955]; 크리스타 루드비히(소프라노), 오토 클램페러(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EMI, 195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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