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영혼 가진 `검은 대륙 최고봉'에 서다
맑고 깨끗한 영혼 가진 `검은 대륙 최고봉'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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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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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 <성북구의사회 명예회장>

노순성 성북구의사회 명예회장
킬리만자로, 아프리카에서 자유를 얻다

왜 킬리만자로인가?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

가수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배경.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

지구상에서 제일 높은 휴화산.

전문 등산장비 없이 인간이 오를 수 있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

영하의 추위와 고산증 극복과 황량한 산속 5박6일간의 생활을 견뎌낼 지구력을 갖춰야 등정 가능한 산.

내가 아직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미답의 땅 검은 대륙 아프리카.

노예수출과 유럽 열강들로부터의 식민지배 등의 어두운 역사.

60년 전부터 독립 후 108번의 끊임없는 군사쿠데타·독재자들의 장기 통치와 국가사유화, 1500만 명의 종족 학살.

질병·기아·빈곤의 땅. 사파리 관광 등이 호기심과 도전·모험심을 자극하였다.

10월2일(화) 밤 11시30분 자리에서 일어나 팥죽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키보산장(해발 4,700m) 밖으로 나오니 자정이 조금 지났다. 차가운 밤하늘 유난히 크고 밝은 둥근달이 중천에 떠있고, 후두둑하고 쏟아져 내려올 듯 유난히 크고 밝은 수많은 별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그 주위로 우유를 뿌려놓은 듯 은하수가 흐른다.

해발 2000m 이하는 아열대우림. 2000∼4000m는 사바나 초원. 해발 4000m 고지를 넘어서면서 사막화가 시작 되어, 제대로 자라지 못한 풀들이 납작하게 듬성듬성 나있다. 4500m 고지를 넘어서부터는 풀 한 포기 없는 화산재로 뒤덮여 걸을 때마다 흙먼지가 날린다. 어제 아침 7시 호롬보산장을 출발하여 흙먼지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오후 2시경 지구상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해발 4700m의 Kibo산장에 도착하여 사방을 둘러보니 달 표면 같기도 하고, 사막 같은 분지다. 바로 눈앞에 우뚝 솟은 갈색∼회색의 1200m 높이의 킬리만자로 최고봉인 거대한 키보봉 위용을 보니 잔뜩 긴장된다. 정상 우후르파크(5895m) 앞쪽으로 눈썹 모양의 하얀 빙하가 보인다. 운명의 시간은 다가왔다. 과연 오늘밤 정상은 커녕 길만스포인트 까지만 이라도 올라갈 수 있으려나? 걱정된다. 둥근달을 쳐다보면서 정상등정 성공을 신(神)께 기원해본다.

출발(9월27일) 며칠 전 `Kibo산장서부터 너무 추워 떨고, 고산증에 시달려 정상 못 미쳐 길만스포인트(5685m)까지 오르고, 중도 포기했다'는 등산광인 고교동창의 말을 듣고 내복을 두 개씩 껴입고 보온병 2개, 비상식량 등을 챙긴 제법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완전무장을 해서인지 몸이 비둔하고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덕분에 추위를 모르고 끝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헤드랜턴을 밝히고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사가 급해져 30∼45도로 가파른 비탈길을 S자 또는 지그재그로 걷는다. 한사람이 통과할 정도의 좁은 산길은 자갈과 모래흙으로 덮여 있어 자꾸 미끄러져 스키 제동식 워킹을 한다. 고소증이 올까봐 천천히 쉬지 않고 꾸준히 1시간 걷고 5분 휴식을 반복한다. 다리에 힘이 풀려 지치거나 고소증으로 힘들어하는 일행들이 있어, 좀처럼 선두가 속도를 내지 못한다. 산위와 아래로 헤드랜턴의 밝은 빛이 일렬종대로 이어진다. 오르면서 한국인, 유럽인들 서너 팀과 조우했다. 산 아래 뒤쪽을 내려다보니 가파른 경사가 아찔하다. 몸의 균형을 잃고 비틀거려 실족이라도 하면 아득히 먼 산 밑둥까지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위험을 느낀다.

3시경에 한스마이어 동굴에 도착하여 잠시 쉰다. 일행 13명 중 2명은 고산증이 심해 Kibo산장에 남았고, 5∼6명은 등에 지고 온 배낭을 포터들에게 맡기도 올라가면서도 힘들어 한다. 결국 수행 중이던 포터들이 일행 두세 명의 손을 잡고서 짐을 끌고 올라가듯 억지로 끌고 올라간다.

오전 6시 가까이 되어서 지루한 오르막길이 끝나 길만스 포인트(5685m)에 11명이 모두 도착하니 동녘하늘은 일출로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뒤쪽(北)으로 물 없는 화산분화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분화구를 반 바퀴 원형으로 돌아서 완만한 경사로 이어진다.

일행 13명 중 9명이 11시30분 경 정상(우후르피크 5,895M) 등정에 성공하고, 약 20∼30분간 사진촬영과 주변 경관 감상 후 하산을 시작. 우리보다 한참 늦게 등정에 성공한 일행 한명이 길만스포인트 가까이서 회귀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고소증)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좌측으로 킬리만자로 제2봉인 마웬지봉(5149m)과 우측으로 제3봉인 시라봉(3962m)이, 남쪽으로 모시市가 보인다. 저 아래 3000m 높이에 두터운 구름층인 운해(雲海)가 깔려있다. 정상에는 눈이 거의 없다. 오래 전에 형성된 빙하(높이 15∼30m)가 조금 남아 있다. 호롬보산장에서부터 보였던 키보봉 정상의 하얀 띠모양의 눈은, 눈이 아니고 빙하였다.

◇우후루피크에서.
우후루피크에서 30분간 사진 인증샷과 휴식 후 길만스포인트까지 1시간 10분 소요되었고, 길만스포인트에서 10시쯤에 하산을 시작하여 Kibo산장까지는 불과 1시간 3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자갈 섞인 마른 흙길을 미끄럼 타듯 스키활강 하듯 뛰어 내려가니 먼지가 연기처럼, 회오리바람처럼 인다.

트레킹을 할 때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적정높이가 500∼600m이라지만, 4일간 하루 1000m씩 올라갔고, 마지막 날은 하루에 1200m 고도를 올랐다.

고산증이나 큰 어려움 없이 배낭을 끝까지 짊어지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선두에 서서 성공적으로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어 신께 감사드린다.

우리 탄자로팀(탄자니아 +킬리만자로 합성어) 일행들 대부분이 등산트레킹 경력이 화려하다. 국내 백두대간과 9정맥 종주자,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경력자,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자, 사막마라톤, 네팔 히말라야 5,000m급 여러 봉우리를 3주간 걸어 넘었다는 사람, 키나바루산 등정, 일본 남북알프스 종주, 스위스 알프스 몽블랑 등정 등 다양하다. 남극 2개월 체험, 열기구 타고 아프리카를 횡단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험담은 흥미진진하고, 배울 점이 많았다. 외교관 출신 의사, 치과의사, 약사, 사무관 출신 공무원, 자영업자, 주부 등으로 직업도 다양하다. 연령대는 40대 2명, 50대 7명, 60세 이상 4명, 성별구성비는 여자 8명, 남자 5명이다.

2년 전부터 킬리만자로 등정을 꿈꿔왔지만, 여건이 안 되어 작년 봄가을 말레시아 키나발루산(4095m)과 중국 윈난성 차마고도와 옥룡설산(5200m)등산으로 만족하였다. 그 후 여러 사정으로 등산 활동을 일체 못하다가 금년 8월초 갑자기 킬리만자로 등정을 결심하여 벼락치기로 등산준비를 시작했다. 7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웬 행사는 그리도 많은지 운동할 시간은 충분하지 못했다. 평소 다져진 기본체력은 자신이 있었던 지라 청계산 종주 3회, 수원 광교산∼청계산 연결 종주 1회, 1일 10km 런닝(주2회) 준비 후 달포 만에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2003년 16세 네팔소녀 `템바'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 2006년에 70세 일본인이 세계 최고령기록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였다. 2007년 조선일보 & 한국산악회 공동주최 `60∼75세 대원 8명으로 구성된 에베레스트 실버원정대'중 백두대간 종주, 킬리만자로(5895m), 엘브루즈봉(5640m) 등정 경력의 두 사람이 성공 하였다. 16세 소녀부터 70세 노인까지도 에베레스트 등정 가능이 입증되었다.

겨울이 되면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나 안나푸르나봉 베이스캠프에 한국인들로 넘친다.

매년 한국인 200여명이 킬리만자로 등산을 지원한다.

엄흥길 씨는 “`도전', `모험', `개척' 정신 이 저 높은 곳을 오르게 만든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며, 산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고, 인간은 잠시 그곳을 `빌릴 뿐' 모든 것을 순리에 맡기고 따라야 목표도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케냐 나이로비 공항까지 KAL 직항로가 개통되어 13시간 비행(기내 1박), 나이로비에서 남망가 국경도시를 통과하여 해발 1800m, 탄자니아 제2도시인 아루샤((아프리카 대륙 최북단에서 최남단 케이프타운까지의 중간지점))까지 육로로 7시간 이동과 시티투어 후 1박.

3일째는 아루샤市-모시市 경유 마랑구 게이트에서 점심식사 후 만다라산장까지 8km를 3시간 걸어서 도착 후 1박. 4일째는 만다라산장에서 호롬보산장까지 11.7km를 7시간 걷고 1박, 호롬보산장에서 적응훈련 후 1박, 호롬보산장에서 키보산장까지 10km를 6∼7시간 보행 후 자정까지 휴식, 키보산장에서 우후루피크까지는 고도 1,200m 직선거리 약 6km를 7시간 30분 동안 오르고, 하산은 불과 약 2.5시간 소요. 키보산장에서 옷 갈아 입고 짐정리 후 다시 호롬보산장까지 11.7km를 걸어가서 1박 후 마랑구 게이트까지 하산 후, 킬리만자로 등정 인증서를 받았다. 모시-타리케이 국경을 넘어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1박2일 사파리 투어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나이로비 시티투어 후 바비큐쇼 관람 후 1박하면서 그동안 부정적이던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11박 12일의 긴 여정을 마치고 새벽에 귀국, 당일 정상 출근하여 진료를 할 수 있었다.

과거 빈곤과 질병의 검은 대륙 아프리카 피부는 검지만 영혼은 맑고 깨끗하였다.

김성한 외교통상부 장관은 12년 전 희망 없는 대륙에서 `하마세대' 대신 모바일 붐을 주도하는 젊고 능동적인 `치타세대'가 주도하는 부상하는 대륙, 희망찬 대륙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순성 <성북구의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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