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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2번 D 장조 Op.43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2번 D 장조 Op.43
  • 의사신문
  • 승인 2009.05.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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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선율로 북국의 전원 풍경 노래


“시벨리우스는 베토벤 이후 최대의 작곡가다.” 시벨리우스 전기를 쓴 영국의 음악가 세실 그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좀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시벨리우스는 적어도 금세기 최대 교향곡 작곡가의 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특이한 것은 영국에서는 시벨리우스를 잘 이해하고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반해 프랑스나 라틴계 나라들에서는 그다지 높은 평가를 못 받고 있다. 이는 포레가 독일이나 동구권에선 이해를 잘 받지 못하고 브람스가 이태리나 스페인과 같은 나라에서는 잘 연주되지 않는 것과 같은 경향이다. 왜냐하면 시벨리우스의 음악에는 북구적인 풍토나 핀란드 민족의 양상이 아주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교향곡 7곡과 핀란드의 민족서사시 `칼라발라'를 재료로 한 몇 개의 교향시를 작곡한 시벨리우스는 핀란드 음악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교향곡 제7번을 완성시킨 이후에는 거의 작곡을 하지 않았고, 1957년 92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약 32년 동안 수수께끼 같은 침묵을 지켰다. 1955년 시벨리우스의 양자이며 지휘자인 유시 알라스도 “부친은 지금도 작곡을 하고 있습니다만, 가족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부친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되도록 말을 꺼내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결국 사후에도 발표는 되지 않았다. 핀란드의 어둡고 침침한 숲처럼 그 부분은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을 뿐이다.

시벨리우스의 출세작은 1900년 발표된 교향시 `핀란디아'이다. 그때 이미 시벨리우스는 모음곡 `카렐리아', `교향시전서', 교향시 `투오넬라의 백조' 등을 작곡했었다. 핀란디아를 작곡한 해에는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기도 했다.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하자 곧 다음 교향곡 작곡에 착수하게 된다.

1900년. 그는 새로운 세기를 축하하기 위해 개최된 파리 세계박람회에 헬싱키 필하모닉을 이끌고 참가한 후 이어 북유럽 국가와 독일, 그리고 다음 해에는 중부 유럽과 이태리까지 돌아다녔다. 귀국길에는 프라하에 들러 드보르작과도 만나게 된다. 이 여행의 영향으로 `교향곡 제2번'은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교향곡 제1번과는 달리 그의 독자성이 표면에 훨씬 잘 드러나고 있다.

교향곡 제2번은 1902년에 완료되어 그해 3월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헬싱키에서 초연되었다. 이후 제2번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다. 아직 차이코프스키나 러시아 국민음악파의 영향이 남아 있었던 교향곡 제1번과는 달리 교향곡 제2번에서는 이와 같은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벨리우스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전적 형식을 지키고 있지만, 내용은 완전히 새로워서 7곡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민족적 정서가 짙은 곡으로 만들어졌다. 핀란드 전원의 색채가 농후하게 녹아있고 민요조의 리듬이 많이 흐르고 있어 `전원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1악장 Allegretto_ 현이 스타카토로 상행 리듬을 타면서 절박한 긴장감을 지닌다. 짙은 안개에 깔린 북국의 전원 정경을 서늘하게 표현하면서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목가적인 선율을 노래한다.

제2악장 Tempo andante_ 끝없이 펼쳐진 핀란드의 검은 숲과 신비롭고 정적인 호수의 정경이 신기루처럼 떠오른다. 바순과 현이 시벨리우스 특유의 독특한 선율로 핀란드 들판의 눈 내리는 쓸쓸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제3악장 Vivacissimo_ 거친 금관악기의 울부짖음이 마치 질풍 같은 눈보라를 상상하게 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오보에의 느린 선율이 마음껏 노래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창출하고 있다.

제4악장 Allegro moderato_ 힘찬 리듬의 악장으로 고조되는 리듬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최후에는 승리감에 넘치는 코다로 막을 내리게 된다.

■들을만한 음반: 존 바비롤리(지휘), 할레 오케스트라(EMI 1960);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EMI, 1980); 네비 예르비(지휘), 괴텐부르크 심포니(BIS, 1980); 안토니 콜린스(지휘), 런던 심포니(EMI, 1953); 피에르 몽퇴(지휘), 런던 심포니(Decca, 1959)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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