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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흡충면역진단법을 개발한 - 최동익
간흡충면역진단법을 개발한 - 최동익
  • 의사신문
  • 승인 2012.10.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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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흡충 면역 진단법 개발한 기생충학의 선구자

최동익(崔東翊)
초생(草生) 최동익(崔東翊)은 1930년 부산시 초량에서 태어나 동래공립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의과대학 의예과에 입학하여 1956년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을 1등으로 졸업하였다. 졸업 후 특별한 각오를 가지고 동 대학원에 진학하여 예방의학교실 이성관의 지도로 간흡충증의 피부반응을 연구하였다.

선생은 당시 우리나라 4대강, 특히 낙동강과 그 지류인 금호강 유역의 주민들에게서 만성적인 간흡충 감염에 의한 간질환이 많았기 때문에 이 지역(특히 금호 청천 인근 지역)을 전국적인 간흡충증의 발원지로 규정하고 간흡충의 관리를 위한 대규모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간흡충의 진단은 분변검사에 의존해왔으나, 분변검사로 대규모 조사를 수행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아서 결핵감염진단을 위한 OT 피내검사처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1956년 간흡충의 단백분획을 추출하여 환자에 적용한 피내반응에 관한 논문을 대한의학협회 학술대회에 발표하였다. 1958년 충체 추출액과 단백분획의 진단학적 가치를 규명하는 논문을 최초로 대구의학잡지에 발표하였다. 이 실험과 더불어 폐흡충증의 단백분획에 의한 피내반응과의 감별진단도 이뤄졌다. 1960년 경상북도 내 학생과 주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역학조사를 시행하여 장내기생충과 간흡충의 감염율이 여전히 매우 높다는 현실을 보고하였으며, 간흡충증의 진단에 선생이 개발한 피내반응법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도 증명하였다.

국민들의 높은 기생충감염율은 1964년 기생충박멸협회(현 건강관리협회)의 창립으로 이어졌다. 당시 선생은 행정기관장을 앞세운 기생충박멸협회의 경북지역의 학술 책임자인 부협회장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하며 매5년마다 전국규모의 역학조사와 구충제 투여를 수행함으로써 현재 장내기생충 감염률은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되었다. 1964년 박사학위 주논문으로 발표한 `간흡충에서 분리한 단백분획의 항원성에 관한 연구'로 1965년 대한기생충학회 학술상을 수상하였고, 1966년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하였다.

선생은 1971년 지방대학으로서는 처음으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생충학교실을 창설하여 지역의 기생충학연구와 교육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1995년 정년퇴임까지 교수로 재직하면서 기생충학연구에 매진하며 많은 후학을 지도하여 영남권의 여러 의과대학의 기생충학 교수로 양성하였다. 학술연구를 통하여 경상북도지역에서 간흡충을 비롯한 여러 기생충질환을 관리한 공을 인정받아 1976년 경북의사회 학술상과 1980년 유한의학 저작상을 수상하였으며, 평생 동안 교육과 봉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였다. 선생은 대한기생충학회 부회장과 회장, 영문 기생충학잡지 발행인을 두루 역임하면서 학회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 선생은 1968년 국제 원자력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일본 국립예방위생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Health, Japan) 기생충부에서 수학하여 국내 기생충학 연구를 선도하였고 한-일간의 기생충학자 교류와 국제협력연구를 지속하였다. 1981년 선생은 기생충학 연구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미국 버팔로 뉴욕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에 교환교수로 방문하여 향학열을 불태웠다. 귀국 후 기생충질환의 진단과 관리뿐만 아니라 흡충류, 특히 간흡충 감염시 획득되는 면역의 속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간흡충 감염이나 감작 후에 나타나는 면역이 간흡충의 재감염을 완전하게 방어하지는 못하지만 감염의 정도를 낮추거나 충체의 배출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면역학적 연구에 있어서 실험대상의 유전적인 차이에 의한 실험 결과 오차를 줄이고, 공여자에서 수여자로의 세포이입에 대한 거부반응을 예방하기 위하여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근교계 생쥐를 실험동물로 사용하였다.

선생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지방의 기생충학, 특히 간흡충 면역학 연구에 있어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고 평생 동안 지방의 많은 후학들에게 학문적 후견인 역할을 하였다. 아깝게도 69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였다.

집필 : 정동일(경북의대 기생충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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