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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없는 산부인과…대안은 없나
분만 없는 산부인과…대안은 없나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2.09.0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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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현 기자
10년 전 `외과'는 의사들의 `꽃' 이었다. 의사라면 당연히 `외과'를 선택해야 할 정도로 촉망받는 진료과 중에 하나였다.

언제부턴가 의료사고로 인한 진료 위험 부담은 타 과에 비해 높고 개원을 해도 돈벌이가 되지 않자 점차 의사들은 `외과'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매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 분야는 전공의 모집 미달사태를 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산부인과는 최근 저출산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분만 건수가 줄어든 데다 의료진 부족현상으로 인한 업무과중, 의료소송 등으로 인해 의료진들이 `분만'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자 산부인과 의사도 감소로 올해는 10명에 불과,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이는 워킹맘인 여자의사의 경우 분만과 당직을 겸하기 어렵고 혼자 개업해야 되는 현실에 분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부인과 의사의 45%가 50세가 넘을 정도로 고령화돼 앞으로 애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분만 수가가 50% 인상됐다고 하지만 분만으로 얻는 수익보다 `가벼운' 치료로 얻는 수익이 더 크다는 이유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무(無)과실 분만 사고에 대해서도 손해배상금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산부인과에서 지급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으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환경에서 분만실을 운영해 온 산부인과 의사들에겐 `분만'을 포기하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산부인과를 지원한 전공의들도 분만 의사를 포기하거나 중도에 다른 진료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산부인과학회에 발표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문의 559명중 1/4 분만을 하지 않았으며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가 2007년 전국 1011곳에서 지난해 763곳으로 줄었다. 이중 산부인과 의원은 710곳에서 484곳이 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산모를 제외한 지방의 산모들은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가야만 분만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앞으로 10∼20년 후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 부족으로 해외에서 의료진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및 중소 규모 분만 병원에 대한 지원, 차등별 수가 지금, 산부인과 의대생 장학금 지급 등을 통해 `분만'으로 공포를 앓고 있는 `의사'와 `환자'들을 배려해야 한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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