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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약리학을 발전시킨 - 백영홍
혈관약리학을 발전시킨 - 백영홍
  • 의사신문
  • 승인 2012.08.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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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학회 회장 역임, 혈관·칼슘 약리학 발전 견인

백영홍(白永鴻)
인산(仁山) 백영홍(白永鴻)은 1944년 백관흠(白官欽)과 윤윤월(尹閏月)의 5남 1녀 중 5남으로 전남 장흥군에서 태어났다. 1964년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여 2학년 때부터 약리학교실 주임교수이었던 김영인의 부름을 받고 약리학 실험을 보조하면서 약리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선생은 1970년 동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모든 졸업생이 임상의학 혹은 미국 유학을 택하던 시기에 약리학을 전공한 전국적으로 유일한 졸업생이었다. 선생은 약리학교실에 입문하여 조교로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보조하면서 동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74년 육군 군의관으로 입대하여 군복무를 마치고 1977년 소령으로 예편한 다음 다시 전남의대 약리학교실로 복귀하여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순환기 약리학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였다.

1980년대에 이르러 한국에서도 관상동맥질환 등 순환기계 질환이 매우 빠른 증가 추세에 있었고 칼슘길항제가 고혈압치료에 일차 약으로 처방되기 시작하였으나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연구, 특히 혈관 및 칼슘 약리학은 세계적 연구 수준에 비해 크게 미흡하였다.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미개척 분야인 혈관 및 칼슘 약리학을 연구하기 위해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Arnold Schwartz 교수와 교류를 갖고 그의 초청으로 1983년부터 동 대학에서 연구에 매진하였다. 선생은 당시에 칼슘 작동제로 소개된 Bay K 8644와 여러 칼슘길항제가 돼지 관상동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여 Bay K 8644는 이성체에 따라 (-)타입은 작동제로, (+)타입은 길항제로 작용함을 최초로 국제학회에 발표하고 이어서 최고 권위의 약리학 학술지인 JPET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다수의 괄목할만한 연구업적을 발표하고 1985년 귀국하였다. 귀국 후에도 계속하여 돼지 관상동맥의 수축과 이완반응에 대한 새로운 칼슘 작동제인 202-791과 길항제인 nitrendipine 등 새로 소개되는 dihydropyridine(DHP)계 칼슘관련 약물실험을 계속하였고 그 결과 202-791도 Bay K 8644처럼 이성체에 따라 작동제와 길항제로 작용하며 DHP계 약물들이 혈관 평활근의 DHP 수용체를 통하여 칼슘 통로를 조절함을 구명하였다. 특히 DHP계 약물의 이완반응에는 내피세포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선생은 DHP계 약물이 빛에 예민하므로 모든 실험을 5와트의 적색등하에서 수행하던 중에 실험을 종료하기 위해 실험실 조명등을 밝히면 (+)-S202-791의 수축반응이 민감하게 이완되고 조명을 끄면 다시 수축반응이 회복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 즉 조명을 켰을 때 나타나는 이완반응이 조명을 끄면 다시 수축반응으로 역전되는 현상, 더욱이 이러한 빛-유발 이완반응이 조사시간-의존적으로 나타남을 관찰하고 이 이완반응은 단순히 DHP 약물분자가 빛에 의하여 파괴된 때문이 아니라 빛에 의하여 혈관표본에서 미지의 물질이 생성되고 없어지는 현상으로 추론하고 그 기전을 더욱 추구하였다.

선생은 빛-유발 이완반응이 자외선 조사에서 그리고 내피세포 존재 표본에서 더욱 현저함을 관찰하고 자외선-이완반응이 최대로 나타났을 때 표본을 동결하여 조직 내 cAMP 및 cGMP를 측정하였다. 위의 실험으로 자외선 조사가 혈관조직 내의 guanylyl cyclase를 활성화시킴에 따라 cGMP가 증가되어 나타나는 이완반응임을 구명하여 발표하였다. 당시 혈관 평활근에서의 cGMP 농도측정은 우리나라에서는 선생이 최초로 수행하여 성공한 실험이었으며 특히 돼지 관상동맥 평활근의 자외선-이완반응은 Bay K 8644 전처리로 크게 증강되며 이 증강효과에서도 cGMP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론하였다.

선생은 교육과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40여명의 의학박사를 배출하였고, 모교에서 의과학연구소장, 의학교육학교실 초대주임교수, 의과대학장을 역임하였고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국내 최초로 `일일시간표'를 도입하였으며, 전남대학교 교육연구처장 재임 시에는 교양교육과정 활성화 및 다변화에도 기여하였다. 대한약리학회 회장, 대한약리학회창립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 그리고 국제약리학회 한국총무, 한·일약리학심포지움회장, `아시아 태평양 약리학 잡지'의 한국편집고문 및 ABI(미국인명사전)등재, `뉴욕과학아카데미' 회원 등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학술활동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약리학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선생의 상훈으로는 전남의대 학술상, 육군참모총장상, 무등의림대상학술상, 대한약리학회공로상, 홍조근정훈장 등을 수상·수훈하였다.

집필 : 김경근(전남의대 약리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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