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2-2)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2-2)
  • 의사신문
  • 승인 2012.08.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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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R, 언더·오버스티어의 조절 능력 요구

드디어 다시 나온 내리막구간, 이미 블라인드 코너를 몇 지난뒤라 그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 코너를 지나 전망이 조금 트이는곳에 나오자 임프레자의 꽁무니가 보이더군요. 생각만큼 많이 멀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이어지는 직선 오르막…. 이 구간에서 거리는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엔젤레스 포레스트 하이웨이와의 교차점을 지나 코너가 타이트해지는 내리막에 접어 들었습니다. 드디어 풍딩이의 주특기 구간…. 출력은 낮지만 무게중심이 낮은 수평대향 엔진이 뒤쪽에 자리잡고 있어 내리막에서는 차앞뒤바퀴에 걸리는 하중이 평상시보다 고르게 분포되기 때문에 구식차지만 꽤 빠르게 몰아붙일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구간입니다.

900Kg정도 밖에 되지 않는 차량중량과 리어엔진이 갖는 불균형스런 무게 배분의 잇점(?)을 살려 조금씩 브레이킹 포인트를 늦춰가며 나름대로 빠르게 달렸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약간 느리게 달리는 앞차때문에 속도를 늦춘 스바루가 보이더군요. 그 참에 간격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앞뒤에 아무도 없이 재차와 임프레자 아웃백만이 차간거리를 적당히 둔채 타이트한 코너가 연속된 내리막구간을 달리는 배틀상황이 되었습니다. 같은 수평대향 4기통이지만 AWD라 무겁고 구동 시스템때문에 엔진의 위치가 조금 높은 스바루, 리어엔진이지만 가벼운 공냉엔진이 차 바닥에 가깝게 탑재되어 무게중심이 낮은 비틀…. 현재의 구간에서는 제차가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유리한 상황을 반영하듯 차간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하더군요.

입구는 완만하지만 출구쪽에서 타이트하게 꺾이는 코너를 두어개 지나자 제가 원한다면 스바루에 똥침까지도 놓을 수 있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즐겁게 긴장된 마음으로 어느 정도 달리자 스바루가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대피구간으로 들어가더군요. 저도 인사나 할까 해서 따라들어갔는데 그는 제가 추월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자 곧바로 차를 다시 출발시켰습니다.

제가 추월을 한번 내주었고 그도 저에게 길을 열어주려고 했으니 언뜻 보면 무승부인 것도 같지만 전체구간에서 차간거리가 벌어지고 좁혀지던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저의 판정패임이 분명합니다.

인용은 여기까지다.

RR의 장점은 분명하다. 앞 타이어의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비틀과 911은 분명히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 엔진의 출력이 크다면 RR은 오르막이나 가속에도 강하고 내리막에도 유리하다. FF의 반대다. 차의 무게가 가볍다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911은 카레라 2.7시절 900Kg대의 날씬한 공차 중량을 갖고 있었으나 964시절에는 1400Kg 전후 993시절에는 1300Kg 전후로 몸무게가 늘었다. 그 다음에는 최근의 991까지 포함해 몸무게가 늘었다. 하지만 타이어와 브레이크의 성능은 계속 좋아졌다)

RR의 장점은 많다. 이상적인 스티어링에 장애가 되는 토크스티어라는 현상이 적다는 점인데 FF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엔진의 토크가 양측의 조향 타이어에 균일하게 분배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으로 구동축의 불균형, 조향과 구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 구동력 배분의 불균형, 엔진의 진동이나 롤, 서스펜션의 대응한계 등이 모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엔진이 앞에 있는 경우(FF나 FR) 보다 뒤에 있는 편이 더 편하다. FR은 FF보다는 유리하다.

하지만 RR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휠베이스보다 외측에 위치한 엔진의 무게중심 때문에 코너링시 차의 슬라이드가 시작될 때 차의 꽁무니는 크게 움직이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고 전륜의 조향력을 압도해 버린다. 브레이크 상태에서 더 심해지며 결국 오버스티어가 일어난다. 결국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싫어하는 현상이지만 모터스포츠의 관점에서는 드리프팅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차는 어느 순간 갑자기 이런 모드로 들어간다.

RR은 후륜의 구동력이 강하기 때문에 전륜에 걸리는 구동력이 약해져서 쉽게 언더스티어에 들어가기도 한다. 전륜에는 어느 정도의 구동력이 반드시 있어야 운전이 안전하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를 오가는 조향특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틀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비틀은 과격하게 모는 차가 아니었다. 포르세가 RR을 고집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개선을 통해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의 문제를 관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형 911의 경우에는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의 특성이 결국 브레이크와 액셀의 조작으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코너링에서 핸들을 고정시키고 액셀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스티어링의 양을 조절할 수 있었다고 한다. 964터보같이 액셀에 민감한 엔진의 경우에는 액셀을 잘 조절할 수 밖에 없었다. 예전에 인용한 시승기의 내용이기도 하다. 964는 물론 요즘 같은 전자제어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 운전자가 심한 오버스티어를 일으키더라도 운전자의 책임이자 능력이었다.(액셀로 조향각도를 바꾸는 것은 모터사이클 경주에서 사용하는 트릭이다)

이런 기묘한 특성까지 끌어 않아야만 911을 제대로 탈 수 있었다. 물론 요즘의 911들은 차가 위험에 빠지도록 컴퓨터가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인 메카니즘이 변한 것은 없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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