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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 <피터와 늑대> 작품번호 67
프로코피에프 <피터와 늑대> 작품번호 67
  • 의사신문
  • 승인 2012.08.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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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주는 `꿈과 상상'의 선물

프로코피에프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구소련의 엄격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멋진 꿈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러시아의 아이들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아이들에게 동화 같이 아름다운 꿈을 갖게 해 주는 친근한 작품으로 선이 악을 이기는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다.

1936년 5월 모스크바의 아동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관현악 편성은 아주 작지만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고도의 기교가 발휘되었다. 이 작품이 사람들을 매료 시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음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악기와 주제가 소개된다. 당시 러시아에는 숲속에 늑대가 많아 동화가 나왔던 것이 배경이 되었다. 늑대를 사로잡는 용감한 소년 피터는 현악사중주를 중심으로 한 모든 악기들, 피터의 친구 새는 플루트, 새와 말다툼을 하다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집오리는 오보에, 새를 노리는 고양이는 클라리넷, 언제나 기분이 언짢은 피터의 할아버지는 바순, 늑대는 3대의 호른, 용감한 사냥꾼의 총소리는 캐틀 드럼과 팀파니로 묘사된다. 해설이 같이 있어서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입문 곡의 역할을 하고 있다. 다소 어렵게 느껴 질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과 음악적 감수성을 동시에 길러주는 곡이다.

줄거리를 보면, 어느 날 새벽 피터는 문을 열고 나가자 큰 나무 가지에 피터의 친구인 새들이 앉아 즐겁게 지저귀고 있다. 이때 집오리가 뒤뚱뒤뚱 다가왔다. 집오리의 모습을 보자 새는 말했다. “너는 새 주제에 날지도 못하니 그게 뭐람!”. 집오리는 “너야말로 헤엄도 치지 못하는 주제에!”라고 대꾸하면서 보란 듯 풍덩하고 연못에 뛰어 들었다. 문득 풀 섶 사이에서 한 마리 고양이가 엉금엉금 다가오고 있었다. “새가 말다툼에 정신이 없군. 옳지, 지금이다.”라고 생각하면서 고양이는 살금살금 새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조심해!”라고 소리치는 피터의 소리에 새는 재빨리 나무 가지로 날아올라 갔다. 그때 할아버지가 나온다. 피터가 제멋대로 목장에 갔기 때문에 대단히 노여워하고 계신다. “목장은 위험한 곳이야. 만일 숲속에서 늑대가 나타나면 어쩔 셈이냐?” 피터는 늑대를 겁내지 않았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피터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가 문에 열쇠를 채어 버렸다. 피터가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회색의 큰 늑대가 나타났다. 이것을 본 고양이는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집오리는 꽥꽥 거리며 너무 당황해 연못 밖으로 뛰어 나와 버렸다. 늑대는 다가와 집오리를 잡아먹었다. 피터는 문 뒤에서 그 사이 벌어진 일을 모두 보고 있었다. 피터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굵고 단단한 밧줄을 가지고 와 높은 돌담을 기어 올라갔다.

피터는 새에게 말했다. “내려가서 늑대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면서 날아! 하지만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 새가 아슬아슬하게 맴돌면서 날기 때문에 화가 잔뜩 난 늑대는 이리저리 뛰고 있다. 그 사이 피터는 밧줄로 고리를 만들어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늑대의 꼬리에 밧줄을 걸어 힘껏 당겼다. 늑대는 안간힘을 쓰면서 빠져 나오려고 껑충거리며 날뛰는데 피터는 밧줄을 나무에 묶어 버렸다. 늑대가 달아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럴수록 밧줄은 세게 감길 뿐이었다. 마침 숲속에서 사냥꾼들이 늑대의 뒤를 따라 총을 쏘며 달려 왔다. 나무 위에서 피터는 말했다. “쏘지 마세요. 늑대는 나하고 새가 잡은 거에요. 이놈을 동물원에 끌고 가는 것을 도와주세요.” 여기서부터 승리의 행진을 상상해 주세요. 피터가 앞장섰다.

■들을만한 음반: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유럽 쳄버 오케스트라, 스팅(해설)[DG, 1980]; 스키치 핸더슨(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 베아트리체 릴리(해설)[Decca, 1965];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데이비드 보위(해설)[RCA, 1978]; 안탈 도라티(지휘),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숀 코네리(해설)[Decca, 1965]; 켄트 나가노(지휘), 리옹 오케스트라, 조수미(해설)[Erato, 1997]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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