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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한 진오비 의견서
식약청의 피임약 재분류안에 대한 진오비 의견서
  • 의사신문
  • 승인 2012.07.2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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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회원 일동

“응급 피임약, 일반약 전환 계획 즉각 철회해야”

[1] 식약청 피임제 재분류안의 문제점
1. `응급피임약'으로 용어를 정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6월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 (이하 식약청)은 응급피임약 (Emergency contraceptive pill)의 일반의약품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긴급피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습니다.

노레보 정을 비롯한 응급피임약 제제들은 국내 시판 허가 당시 부터 응급피임약으로 명칭되어왔는데 이번 식약청 발표에서 갑자기 `긴급피임약'으로 명칭이 바뀐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긴급 (緊急)은 “긴요하고 급함”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응급 (應急)은 “급한대로 우선 처리함 또는 급한 정황에 대처함” 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Emergency contraception은 정상적인 사전 피임법이 사용되지 못하는 성폭행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급한대로 우선 대처하기 위한 피임법이므로 “응급 피임약”이 정확한 한글 용어이며 “긴급 피임약”이라는 용어는 “긴요하게” 쓰인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 국민들이 정상적인 피임법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또한 긴급하게 빨리만 쓰면 되는 약으로 국민을 호도할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용어입니다.

Emergency room은 `긴급실'이 아닌 `응급실'입니다. 일부 언론이 `사후피임약'이라는 용어로 국민들을 오도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정부가 근거없는 용어 변경으로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정확한 의학 용어인 `응급피임약(Emergency contraceptive pill)'으로 명칭을 정정하고 국민들이 응급피임약의 사용 목적을 혼동하는 일이 없도록 홍보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2. 응급피임약의 부작용 발현 양상 등에 특이사항이 없으며, 국내외 충분한 사용 경험이 축적되었다는 식약청의 판단은 잘못되었습니다.

2001년 응급피임약의 국내 도입 이후 이번 재분류 논란이 있기까지 정부 차원에서 응급피임약의 실태와 부작용에 대한 조사가 단 한차례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식약청이 국내의 사용 경험이 충분하며 부작용 발현 양상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피임연구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급피임약 복용자의 80%가 미혼이며 66.7%가 20대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응급피임약은 미혼의 20대 여성들이 주로 복용하기에 약물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다시말해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특히 응급피임약 복용 후 피임 실패로 인해 임신된 경우 출산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불법 낙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 문제를 식약청이 간과하고 있습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앞서 국내의 사용 실태와 부작용 및 피임 실패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 문제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가 이뤄지고 난 후 일반약 전환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3. 응급피임약의 청소년 연령 제한 및 외부 포장에 표시 기재 사항으로 오남용을 예방하겠다는 식약청의 보완 대책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담배의 청소년 판매를 금지하고 있고 담배 포장에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 표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흡연층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 판매에 연령 제한을 한다던지 포장지 표시로 청소년 층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입니다.

더욱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증가는 청소년의 무방비한 성교의 증가와 사전 피임 소홀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실성이 없는 보완책으로 청소년들을 응급피임약의 위험성과 낙태의 위험에 노출시켜서는 안될 것입니다.

[2]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계획을 철회하여 주십시오.
응급피임약에 대한 정책은 국가마다 다릅니다. 각 사회의 성문화 및 국민들의 피임 인식을 고려하여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사전 피임 노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사전 피임에 비해 피임 성공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응급피임약은 국민들에게 사용 증가를 권할 수 있는 피임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복용하느냐가 아니라 응급피임약이 필요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만들지 않느냐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응급피임약의 매출은 2007년 부터 2011년 사이 71%나 증가하였고, 피임연구회의 자료에 의하면 응급피임약 주 복용자는 미혼 (80%)의 20대 (66.7%) 여성입니다. 즉 응급피임약으로 피임하는 젊은 세대가 크게 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미혼의 경우 응급피임약 복용 후 임신되면 거의 불법 낙태로 이어지는 현실을 볼 때 응급피임약의 사용 증가는 매우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이런 상황에 응급피임약이 일반약이 되면 지금보다 사용량이 급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모든 나라에서 판매량은 급증하였지만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율을 줄였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이는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확대가 낙태 예방 목적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피임 선진국에 비해 정확한 사전 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 실태를 감안하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확대는 응급피임약의 원래 목적을 벗어나 상용화된 피임법으로 남용될 우려가 큽니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과 낙태 예방을 위해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계속 지정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가임기가 아님에도 임신에 대한 불암감에 응급피임약 복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의사의 진료를 통해 불필요한 복용을 막고 향후 사전 피임을 잘 할수 있도록 피임 상담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여 판매량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은 여성들의 건강에도 우리 사회의 낙태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 계획을 철회하고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3] 경구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환영하며 안전한 복용율 증가를 위한 정책 지원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경구피임약은 거의 완벽한 피임 효과를 보이는 피임법인데 그동안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용율이 2% 내외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는 경구 피임약이 전문약으로 되어 있는 피임 선진국의 복용율 30∼4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경구피임약의 복용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쉽게 살수 있어도 우리 국민들이 호르몬제를 쉽게 먹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건강한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문제없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할수 있지만 간혹 호르몬제 복용에 문제가 있는 고위험 환자의 경우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피임약 복용시 사전 검진과 정기 검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번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은 여성들의 안전한 경구피임약 복용을 위해 바람직한 조치입니다.

더불어 정부는 경구피임약의 전문약 전환에 그치지 말고 복용율을 안전하게 높일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4] 피임제제의 전문의약품 지정에 대한 보완책
1. 피임 관련 진료를 건강 보험 급여화해야 합니다.
현재 피임관련 진료는 진찰료 조차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국민들이 비용 부담이 큽니다.

피임 진료의 보험 급여는 여성들의 성건강 보호와 낙태 예방 뿐만 아니라 계획 임신 증가에 기여하는 정책으로 출산율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피임 관련 진료를 보험 급여화해서 국민들이 부담없이 전문가에게 피임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취약 계층은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여 피임 진료의 접근성을 높여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의 피임 실패는 곧 원치 않은 임신과 불법 낙태로 이어집니다.

특히 병의원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층 및 성문화에 노출된 청소년 등 취약 계층은 낙태 예방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취약 계층이 낙태 예방과 계획 임신을 위한 피임 진료에 어려움이 없도록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3. 응급피임약 복용이 불가피한 환자의 즉시 복용과 편의를 위해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하여 산부인과 외래와 365일, 24시간 진료하는 분만 병의원에서 즉시 투약할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국민들은 응급피임약이 꼭 필요한 경우 즉시 복용을 원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외래 진료를 통해 불필요한 복용을 막을 수 있으나 꼭 필요한 환자는 즉시 복용할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 의약품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야간과 주말에도 근무하는 분만병원이 응급실처럼 응급피임약 투여가 불가피한 환자에게 즉시 투약할수 있으면 국민들이 야간과 주말에 문 연 약국을 찾아 헤메는 불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 병의원은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되어도 약가 마진을 남기지 않고 진찰료만 받으니 환자들의 비용 부담도 줄일수 있습니다.

4. 성폭행 환자의 경우 응급실과 산부인과에서 응급피임약을 무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이 응급피임약 복용이 불가피한 경우 무상으로 지급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응급피임약이 꼭 필요한 성폭행 환자의 경우 진료한 응급실과 산부인과에서 즉시 무상으로 복용할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5. 응급피임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응급피임약은 우리 사회의 여건상 `사후 피임'의 목적으로 오남용 될 우려가 큰 약입니다.

응급피임약의 접근성 확대는 무방비한 성교의 증가로 이어져 원치 않은 임신과 성병 노출의 위험을 높힙니다.

이에 응급피임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여 무분별한 복용 증가를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6. 응급피임약 복용이 불가피한 청소년들은 청소년 상담 기관에서 무상 지급하도록 별도 지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들이 피임 상담을 위해 병의원에 가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청소년 상담 기관의 의견이 있습니다.(6월 26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실 주최 `여성 성건강을 위한 피임 정책 토론회' 지정 토론 의견)

이미 성생활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일반적인 성교육보다 특별한 상담과 교육이 절실합니다. 이에 특정한 청소년 상담기관에서 체계적인 피임 상담과 함께 응급피임약 복용이 불가피한 경우 무상 지급할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7. 병의원이 없는 지역은 의약분업 예외 지역 규정에 의거하여 국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병의원이 없는 읍, 면, 도서 지역 등은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9-218호, 의약분업 예외지역 지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하여 응급피임약 복용이 불가피한 응급 환자의 경우 복용이 지체되지 않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8. 매년 경구피임약과 응급피임약 복용 실태와 낙태율 실태 조사를 하여 의료계의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성과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료계는 매년 피임제제 복용 실태와 낙태율 실태 조사에 적극 협조 하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성과를 확인할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렇게 의료계 주장을 반영하고 그 당위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 정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입니다.

[5] 결론

피임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는 여성의 성건강과 낙태 문제에 직결되어 있어 어느 의약품 정책 보다 신중한 결정을 요합니다. 특히 응급피임약 재분류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피임 실태에 미칠 영향이 큰 중요한 사안입니다.

응급피임약 복용 후 피임 실패시 출산이 아니라 대부분 낙태로 이어지기에 오남용을 막고 제한적으로 쓰일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식약청은 이번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계와 사회 각계 각층이 함께 노력하여 사전 피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 놓은 다음에 응급피임약 재분류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을 제안합니다.

피임 전문가인 의사와 상담하여 안전하고 정확한 사전 피임 실천으로 낙태를 예방하고 계획 임신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피임 문화입니다.

국가의 올바른 피임 정책은 여성의 성건강을 증진시켜 출산율 향상에 기여합니다.

이번 피임약 논란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가 여성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낙태 문제에 대해 깊이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정부의 현명한 재분류 결정을 기대합니다.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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