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부·명예 아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서 시작
행복, 부·명예 아닌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서 시작
  • 의사신문
  • 승인 2012.07.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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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61〉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리고 행복 지수는 언젠가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나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결정한다. 그래서일까. 흔히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 세 명만 있어도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책인 탈무드에는 `인생의 세 친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궁궐에 있는 왕의 부름을 받게 된다. 갑작스런 왕의 부름을 받자 그는 자기가 혹시 무슨 잘못을 저질러 벌이라도 받는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그 남자에게는 세 명의 친구가 있었다. 한 사람은 자신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 단짝 친구, 다른 한 사람은 그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깝다고 여기는 친구, 마지막은 별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가끔 연락하는 친구였다. 남자는 걱정되는 마음에 제일 먼저 단짝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왕에게 갑작스런 부름을 받고 궁궐에 가게 되었는데 동행해주면 힘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니 그 친구는 “어휴, 정말 안 됐구려. 그런데 폐하께서 나를 부른 것이 아니니 함께 가는 것은 좀 그렇지 않겠나? 자네 혼자 조심히 갔다 오게나.”라고 이야기하였다. 다음으로 단짝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소 가깝다고 여기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자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도 궁궐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무섭네. 정 원한다면 궁궐 문 앞까지는 같이 가주겠네.”라고 이야기하였다. 남자는 깊은 한 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별로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그 친구는 너무도 흔쾌히 “걱정하지 말게나. 내가 자네와 같이 궁궐에 가겠네. 또 자네가 무슨 오해를 받고 있다면 폐하에게 자네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잘 설명 드리겠네. 나만 믿게나.”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것이 아닌가.

과연 내 주변에는 이 세 친구 중에 어떤 사람들이 많은가. 또 반대로 나는 이 세 친구 중에 어떤 사람인가. 그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온한 상황에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생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나면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잃지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을 얻는다는 말이 있다.

언젠가 불경기 속에도 계속 흑자를 내는 기업의 회장님에게 성공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다. 그 회장님께서는 “저는 모든 `인간관계'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흔히 정치인이나 기타 조직의 장들이 현직에 있을 때, 가장 힘이 있고 잘 나갈 때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잘합니다. 그러나 퇴임 후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시간이 흘러 힘을 잃게 되면 주변에 그 많던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저는 상대가 어떤 지위에 있든 실제로 힘이 있든 없든 그 사람과의 만남을 중시합니다. 한 번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 있든지 저는 그 사람 친구라는 것이죠. 그렇게 인간관계를 하다 보니 저희 기업과 한 번 연은 맺은 분들은 늘 저희 지원군이 된답니다. 그 분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한창 때보다 힘이 적더라도 그 분의 오랜 경험과 지식, 인맥은 저희 기업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각지 못한 정보들을 가져다주고 이 어려운 시기에도 흑자를 내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라고 이야기하였다.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에서 가장 유력하고 영향력이 높았던 시민 가문으로 지금까지 유럽 최고의 귀족 가문으로 꼽히는 메디치가가 그토록 존경을 받으며 르네상스시대가 피렌체에서 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신의(信義) 때문이다.

그 동안 필자가 지인들의 경조사를 찾다보면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그거다. 상대가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넘쳐 나고 초대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와 축하해주고 위로해준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의 결혼식까지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현직에서 물러나고 권력을 잃게 되면 점점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더 안타까운 것은 세월이 많이 흘러 그 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실제 그 분의 장례식은 생각보다 썰렁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직 물러난 인물들의 초라한 경조사 보게 되면 안타까워
지위·권력 등 외적 조건 아닌 사람 자체를 귀하게 여겨야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놓치지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 갖길


결국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상대의 지위나 권력 등 외적인 조건이 아닌 그 `사람' 자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소중한 인연으로 인식해야 한다. 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조직의 장이라고 무조건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 사람과의 만남 자체를 귀히 여기고 감사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할 때 앞서 세 친구 중 함께 궁궐에 가서 변호해주겠다는 지원군들이 주변에 많게 된다.

물론 이러한 마음가짐은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는 환자나 힘없고 가난한 환자나 똑같이 잘 대해주어야 한다. 아니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힘없는 환자들에게 더욱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좋은 의사일 것이다.

얼마 전 한 주간지에 2012년 특집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 -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가 쪽방촌으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았다. 기사의 주인공은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리는 신완식 선생님이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가톨릭의대 교수이자 여의도성모병원 내과과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세포치료사업단장과 가톨릭 생명위원회 위원까지 겸직했던, 잘나가던 의사이자 교수가 2009년 2월, 정년까지 6년이나 남아 있던 교수직을 내던지고 단 한 푼의 보수조차 받지 못하는 영등포 요셉의원으로 옮겨 온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치료비 한 푼 낼 수 없는 노숙자와 행려자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들과 함께 영등포동 쪽방촌을 지키고 있었다. 인터뷰했던 기자는 진료실에서 만난 신완식 선생님의 얼굴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가슴으로 웃는 법을 알았고, 세상에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찾았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입니다.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또 교수로 부족한 것 없이 나만을 생각하며 살 때는 좀처럼 꺼내지 않았던 말이지요. 제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저보다 일찍 나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청소를 해 주시는 분들. 술 취하고, 더러운 행색으로 밀려드는 환자들을 마치 자기 몸을 씻어내듯 닦아주면서도 단 한 번 `힘들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을 하루도 빼지 않고 마주하게 됩니다. 그분들을 마주하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되더군요. 이분들뿐 아니지요. 차가운 우리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쓰러졌던 분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하루에도 수십 번 `감사하다'는 말을 하게 되더군요. 그분들을 통해 오히려 제가 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거지요. 저희 요셉의원에 종종 들러 목욕봉사를 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천사가 살아있다면 그런 모습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 자신에게 `부끄럽다'란 게 어떤 건지 처음 알게 됐습니다. 또 하루하루를 반성하며 사는 법을 그제야 알게 됐지요. 지금은 그분 같은 천사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것임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신 박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있다는 말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감사함을 배울 수 있어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2012. 1. 22. 주간조선 기사 발췌)

행복은 부와 명예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행복은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베풀며 사는 사람들은 삶이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누가 그랬던가. 베풀며 삶을 사는 것이 실은 본인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실제 필자와 친분이 있는 의사 선생님들도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대가 없이 했던 의료 봉사를 마치고 느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세상 최고의 재산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요한 것을 놓치면 삶의 행복은 점점 멀어진다.

영국의 작가 찰스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 함께 사업을 하다가, 7년 전에 죽은 사나이(말리)의 유령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현재·미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스크루지는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는지, 얼마나 베풀지 못하고 살아 왔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특히 자신이 죽은 후 홀로 세워진 쓸쓸한 비석을 보며 깊은 반성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기로 한다.

과연 나의 장례식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갈까. 이번 한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성찰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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