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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정립한 - 정희영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정립한 - 정희영 
  • 의사신문
  • 승인 2012.06.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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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감염 지침 마련 등 국내 감염학 발전 견인

정희영(鄭喜泳)
정희영(鄭喜泳)은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나 양정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1947년에 졸업하였다. 이 후 서울대학교 전염병과 조무원을 시작으로 40여년을 국내 감염학 발전과 후학양성에 전념하였다. 선생은 우리나라 최초로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해 설파하였고 전염병 예방사업, 병원감염관리 등 당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감염학의 기틀을 잡은 선구자였다.

선생은 1957년 육군 군의관을 마친 후 1963년까지 국립보건원 보건기정(保健技正)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던 리켓치아 질환에 대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당시 처음으로 미국 국립보건원에 연수하여 미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돌아와 국내에 적용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기초의학과 임상을 겸비한 의학자였다.

1963년 가톨릭대학 교수로서 부름을 받고 교육, 연구, 진료를 하게 되고 이후 동 대학에서 정년까지 근무하였다. 당시 국내에는 감염학에 대한 강의를 할 만한 인력이 없어 국내의 거의 모든 의과대학의 감염학 강의를 도맡아 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1963년 전종휘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감염학 교과서인 `감염병'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1967년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당시 약 3천부가 인쇄되어 의대생과 간호학과생들은 물론이고 전국 보건의료인들의 교과서 역할을 하였다. 1965년에는 6개월간 벨기에의 열대의학연구소에서 열대의학을 연수하고 돌아와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던 말라리아 진료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선생은 1983년 `항생제의 길잡이'를 단독 집필하였다. 이 시기는 일반적으로 항생제 사용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였고, 외국에서 개발된 새로운 항생제들이 국내에 새로이 도입되던 시기로 항생제의 사용원칙부터 시작하여 각 항생제의 작용기전, 부작용, 경험적 항균요법에 대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하여 임상의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었으며, 발간시기도 매우 적절하였다. 또한 처음으로 국내 항생제의 사용실태를 조사하여 오남용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였다. 이를 통해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였고 후학들에 의해 개정판이 나온 현재까지 교과서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의료저작상을 받는 기초가 되었다. 1987년에는 `감염질환'을 집필하였는데 광대한 감염학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 정리하였고 이를 후학들이 널리 읽게 된다.

선생은 1988년부터 9차례에 걸쳐 병원협회지에 `병원감염의 실제'를 연재하였다. 당시 병원감염의 개념초차 없던 국내 실정을 감안하면 선구자적인 일이며 미국질병관리본부(CDC)의 지침을 근간으로 미국에서도 몇 개의 병원에서만 제정된 병원 자체의 병원감염관리지침을 우리나라 의료실정에 맞도록 지침을 마련하여 9차례에 걸쳐 기술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92년에 보건복지부에서 8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병원감염관리준칙'을 제정하여 발표하기에 이른다. 선생이 집필한 내용은 의사로 하여금 병원감염의 중요성을 인식케 하는 근간이 되어 1991년부터 일부병원을 중심으로 감염관리실이 발족하게 된다. 또한 감염학회나 내과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 병원감염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1995년 병원감염관리학회가 발족하게 되고 병원감염을 전담하는 감염관리간호사 제도도 도입된다. 선생은 감염학 학문 자체뿐만 아니라 항생제와 병원감염 등 감염학 학문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병원과 의사들에게 항생제와 감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었다. 

선생은 은퇴 시까지 약 200 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주임교수, 동 대학 대학원장, 대한감염학회장, 그리고 대한내과학회장을 역임하였다. 장남인 정상문은 서울에서 안과의사로 활동 중이며, 차남 정상훈은 의정부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위는 가톨릭의대 정형외과 이승구이다.

집필 : 강문원(가톨릭의대 내과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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