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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피기 〈보티첼리의 세 그림〉 작품번호 151
레스피기 〈보티첼리의 세 그림〉 작품번호 151
  • 의사신문
  • 승인 2012.06.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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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역동적 화풍 선율에 담아

음악사에 남을 만한 작곡가의 러브스토리는 슈만과 클라라와의 사랑, 그리그와 그의 아내 니나와의 사랑을 손꼽는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레스피기와 그의 아내 엘사와의 사랑도 눈물겨울 만큼 아름다웠운 사랑이야기로 전해진다. 레스피기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애처가 중 한 명이었다. 그가 병으로 59세에 눈을 감으면서 엘사와 불과 18년밖에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더 사랑하지 못하고 먼저 떠나게 되는 것이 죄라고 아내에게 말했을 만큼 애틋한 사랑을 남기고 있다.

많은 음악활동 때문인지 40세가 돼서야 비로소 결혼을 하게 된 레스피기는 로마 산타 세실리아 음악원의 자기 제자인 `엘사 올리비에지 산 자코모'와 결혼을 했다. 성악과 작곡을 전공한 엘사는 많은 곡을 작곡하며 당시 여류 작곡가로서 명성을 날렸고 성악가로서 남편의 피아노 반주로 독창회도 여러 차례 가졌다. 그녀는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을 때도 모든 영광을 남편에게 돌렸고 레스피기는 “내 아내는 로마 신화 속의 뮤즈다”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연주회 무대에 나타난 레스피기와 엘사는 마치 아폴로와 뮤즈처럼 보였다.

레스피기는 엘사와의 사랑 못지않게 조국 이탈리아를 사랑했다. 너무도 조국을 사랑한 그는 아탈리아의 풍물, 역사, 문화유산을 음악으로 그리고자 하였다. 그는 21세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왕립가극장의 비올라 연주자로 취직하여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신의 음악적 개성을 완성하게 된다. 그 후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화려한 색채에 바로크 이전의 고전적인 양식을 이용하여 여러 작품들을 완성하게 된다. 교향시 로마 삼부작인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분수〉, 〈로마의 축제〉를 통하여 로마의 풍물과 역사를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음유시인처럼 자신의 사상과 색채를 유감없이 그렸으며, 모음곡 〈류트를 위한 고풍의 무곡과 아리아〉, 〈새〉, 〈그레고리오풍의 협주곡〉 등으로 기악분야에서 이탈리아의 전통과 근대적인 관현악법에 알맞은 이탈리아 기악의 부흥에 많은 공헌을 하게 된다.

또한 그는 이탈리아 회화에도 일가견이 있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라파엘로, 카라바조, 티치아노 등 이탈리아 화가들의 그림을 사랑하였다.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그들의 화려하고 역동적인 색채와 빛의 회화에 충격을 받는다. 그중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미술가 보티첼리의 그림에서 큰 감동을 받게 되어 그의 그림 중 〈비너스의 탄생〉, 〈봄〉, 〈마기의 경배〉를 주제로 1927년 곡을 쓰게 된다. 이 보티첼리의 세 회화 작품은 르네상스 이탈리아적인 색채가 강렬한데 이 곡들에서도 그런 색채가 물씬 풍겨 그의 아내 엘사가 각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제1곡 봄 화려한 꽃과 열매들이 가득한 삼미신과 함께 여러 요정들과 춤을 추는 정경과 봄바람이 요정을 유혹하는 장면들이 마치 상큼한 선율을 떠올리게 한다. 이 회화처럼 서주부분에서 섬세하면서 화려한 음색의 현악과 목관악기가 트릴로 표현되면서 은은한 호른이 멀리서 응답하고 다시 봄바람처럼 살랑되는 듯 현의 트릴이 바순과 어우러져 나타난다. 뒤를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 바순의 삼중주로 봄을 찬양하는 듯 화사한 춤곡이 나타나며 봄의 회화와 같은 색채적인 관현악 기법이 마음껏 전개된다. △제2곡 마기의 경배 경건하면서 느린 선율이 전개된다. 즉 동방박사 세 사람을 상징하듯 이국적인 선율이 나타나면서 아기 예수를 상징하 듯 오보에가 답을 하면서 그 뒤에 플루트가 동양풍의 주제를 다시 노래한다. 리듬의 변화를 주면서 바이올린이 단편적인 선율을 노래한다. △제3곡 비너스의 탄생 넘실거리는 물결 위에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껍질에 서있는 비너스를 흔들리는 현의 울림 속에서 플루트가 그지없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한다. 사랑의 서풍 제피로스를 껴안고 있는 님프와 플로라를 그리 듯 클라리넷과 첼레스타 하프가 주제를 노래하고 있다. 물결 같은 현의 화음은 커졌다가 작아지며 막을 내린다. 보티첼리의 그림보다 더 관능적이고 고아한 비너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네빌 마리너(지휘), 성 마틴 아카데미 실내악단[EMI, 1977]; 오르페우스 쳄버 오케스트라[DG, 1992]; 타마스 바사리(지휘), 본머스 신포니에타[Chandos, 1991]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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