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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두깨로 소를 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홍두깨로 소를 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의사신문
  • 승인 2009.05.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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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 여재천 이사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National Intelligence Council)는 2025년까지 미국의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6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 분야를 선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와해성 기술이란 정치, 경제, 군사, 기타 사회적 측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거나 혹은 국력 신장에 기여할 정도로 파급 효과가 큰 기술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생물학적 노화프로세스 관련 기술(Biogerontechnology), 에너지 저장소재(Energy Storage Materials),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화학(Biofuels and Bio-based Chemicals), 청정석탄기술(Clean Coal Technology), 서비스로봇(Service Robotics), 인터넷 물류정보(IoT) 등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어떤 이들은 뉴스매체나 학회, 위원회 등을 통해서 마치 Biogerontechnology와 Biofuels and Bio-based Chemicals의 바이오 기술력 확보가 우리나라 생물공학과 관련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단언하듯이 말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와해성 기술이란 기술분야별로 국가의 지정학적, 경제학적, 군사적, 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전반적인 파급 효과 및 향후 발전 과정 등을 전략적으로 고려한 것으로서 학교나 연구소의 원천기술 개발이나 기초기술 개발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민간 개발기술로서 선정된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근 몇 년 동안 미국정부는 글로벌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투자 및 정책 계획에 따라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국 과학기술을 지원하고 있는데, 목적별 R&D 예산의 증감을 살펴보면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는 감소한데 비해서 개발연구는 증가하고 있다.

신약개발 분야만 보더라도 미국에서는 상업화 예측이 불투명한 연구결과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화를 미션으로 한 개발전략으로 제약기업을 육성하고, 제약산업 및 바이오기술분야의 경쟁력을 강화 해오고 있다.

연구개발 세계 1등 국가라는 미국에서도 자국의 잠재 능력을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수립한 6대 와해성 기술이 우리나라에서는 국제 유행(Fashion) 따라잡기 식의 단순 판단으로 정책에 반영되는 우를 범한다면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영서연설'이란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이는 영 땅의 사람이 쓴 편지를 연나라 사람이 잘못 해석하고도 자신이 해석한 내용대로 연나라를 다스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무리한 일을 억지로 할 때 인용되곤 한다.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전문가들의 열린 의견을 수렴하여 한국적 와해성 기술을 도출하고 생산적인 정책 환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재천<신약개발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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