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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초음파 검사, 초음파내시경 검사와 나〈2〉
복부초음파 검사, 초음파내시경 검사와 나〈2〉
  • 의사신문
  • 승인 2012.05.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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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증례·수기 정리 복부초음파진단 책자 발간

그림 4. 1986년 제일약품 홍보실에서 발행한 복부초음파진단
일본의 JICA Program에 통과하여 일본으로 1년 간 유학의 길에 오르게 되었다. 일본에서 나는 교오토 제 2 적십자병원과 동경여자 의대 소화기병센터에서 주로 초음파 분야와 ERCP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연수를 마치고 환송파티에서 갑자기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서 5분간 일본말로 질문을 받았다. 순간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표현하였다.

나의 기대와 바람은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가까운 시간 안에 책 한 권을 집필하고 싶고, 일본 내시경학회와 초음파학회에 와서 구연발표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내가 귀국하여 무언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무엇인가 찾아서 열심히 해보자고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연수하면서 느낀 것은 일본 의료계 사회는 우리보다 더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열심히 하고 새로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면 학회에서도 인정해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 5. 1986년 의영 출판사에서 발행한 복부초음파진단에 대한 슬라이드 교재
또한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이 저녁 늦게까지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들이 퍽 감명적이었고, 한 의사가 하는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교수가 해를 등지고 일찍 퇴근하면 대학교수가 아니다.”라고 한 말이다.

나는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서 복부초음파 검사와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없을까 하고 열심히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다. 당시 제일약품 홍보실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가 있었다. 나는 우선 초음파에 관한 흥미로운 증례들을 정리하여 매달 기고하기 시작했다. 초음파 수기와 관련된 것도 보완하면서 정리해나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료가 점점 정리되었고 분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자료를 정리해서 조그마한 책자를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정리하면서 보니까 분량이 꽤 많아 조그마한 책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홍보실 김봉미 기자에게 그 동안의 자료를 편집하여 200부 정도의 책자를 만들어주도록 부탁하였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러한 사례가 없어서 곤란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조그마한 책자는 복부초음파 검사에 관심 갖고 있는 개원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니 다시 부탁을 드렸다. 결국 1986년 2월 복부초음파 진단(그림 4)에 대한 책자가 나오면서 권두사를 서석조 이사장님께 부탁 드렸다. 서석조 이사장님께서 보고 웃으시면서, “그래. 자네는 일은 안하고 언제 이런 것을 썼는가? 내용이 좋은 것 같으니 권두사를 써 주도록 하겠네.” 하시며 기꺼이 승낙해주셨다.

그림 6.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개최된 제 45회 일본 초음파의학회에서 구연 발표한 저자
그 후 6개월 간 자료들을 좀 더 보완하고 정리하여 1986년 8월에는 복부초음파 진단에 대한 슬라이드 교재 `Abdominal Real time Sonogram, 총 341장, 슬라이드'를 의영 슬라이드 사에서 제작하여 출간하게 되었다(그림 5).

나는 연수 후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마음에서 계속 떠나지 않는 생각은 환송 파티에서의 5분 스피치 내용이었다. 책 한 권을 써야 되고, 일본 학회에 가서 논문 구연발표를 하는 일이었다. 다행히 1년 후 일본 내시경학회에 가서 “간디스토마 증에 대한 ERCP 소견에 대한 연구”를 구연하게 되었다. 좌장은 나에게 `Dr. Shim은 일어를 할 줄 아는데, 청중이 일본인들이니 일어로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영어로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발표가 끝나고, 질문이 적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오신 노 교수님들이 다가 오셔서 오늘 저녁에 한국에서 참석한 선생님들의 모임에 참석하라고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의사가 일본 학회에 와서 발표한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저녁 만찬 모임에서 많은 교수님들이 관심을 갖고 칭찬해주셨다. 사실 난 그때 전임강사였기 때문에 노교수님들은 학회에서 인사를 드려도 내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셨고, 관심도 없었던 시기였다. 어쨌든 노 교수님들이 칭찬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뿌듯한 마음이 일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림 8. F. Weill 교수가 집필한 Ultrasonography of Digestive Diseases
그림 9. 1985년 시드니 제 5차 세계초음파의학회장에서 F. Weill 교수와 함께

 

 

 

 

 

 

 

그 후 일본 초음파학회에 가서 논문구연 발표를 하였다(그림 6). 나는 5분 스피치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시작했고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나 책을 출간하기란 쉽지 않았다. 제일약품 홍보실에서 발간한 조그마한 책자가 계기가 되어 나는 그때부터 복부초음파 진단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좋은 사진과 증례, 그리고 데이터와 문헌 등을 정리해가기 시작했고 사진마다 도식(schema)을 그려 알기 쉽게 표현하도록 하였다.

드디어 1988년 5월, 여문각에서 제 1판 `복부초음파 진단(표지: 골드 컬러, 총 561쪽)'(그림 7)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인 복부초음파 진단학으로 교과서와 같이 이용되기 시작했고, 전국 어느 지방 병·의원까지도 이 책자가 진료실의 책꽂이에 꽂히게 되었다. 이 책을 쓰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던 책은 Francis S. Weill 교수의 `Ultrasonography of digestive diseases(1978년)' (그림 8)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교수를 1985년 호주에서 열리는 제 5차 세계 초음파의학회에서 만나게 되었고(그림 9), 짧은 대화였지만 책을 집필하는데 있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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