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6)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6)
  • 의사신문
  • 승인 2012.05.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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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세의 간판 아이콘 911 시리즈의 탄생

포르세의 간판 아이콘은 911시리즈다. 필자가 만약 포르세를 수집할 수 있는 형편이 된다면 당연히 911을 몇 대 모아 놓고 있을 것이다. 박스터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911의 아이콘을 제치지는 못한다. 사실 911은 포르세의 주력 모델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었던 시절이 길었고 한때는 스포츠카의 아이콘 그 자체였던 시절도 있었다. 자동차 문화가 존재하는한 911의 근본적 디자인은 아마도 영원할 것으로 보인다(물론 페라리와 란보르기니의 숨막히는 디자인도 있지만 그것은 슈퍼카라고 부르는 차종에 속한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911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유 중에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요즘은 카이엔이나 파나메라 같은 차종도 포르세의 중요한 모델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911이 포르세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한다.

911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서 BMW가 처음으로 쓸만한 차를 만들 무렵에 이미 911의 모든 골격은 완성되어 있었다. 지금부터 50년 전의 이야기다. 50년 동안 기본적인 디자인이 고정된 차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존재 기간이 이만큼 긴 모델에 대한 고객 충성도는 상당히 높고 아직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으니 이만큼 성공적인 모델을 달리 찾기도 어렵다.

911의 시작은 901 프로토타입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911의 처음 제안된 모델명은 901이었다. 에르윈 코멘다(Erwin Komenda)라는 뛰어난 디자이너가 4인승 스포츠카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356의 후속 모델에 대한 개발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포르세의 자동차 바디를 설계했던 코멘다는 창업자인 포르세 박사와 함께 비틀의 차체설계에도 관여했고 페리 포르세와 함께 356의 설계를 주도하기도 했었다. 1904년생인 코멘다는 1931년부터 1966년까지 폭스바겐과 포르세에서 일했다. 1966년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911의 출시가 포르세와의 마지막 작업이 되었다.

코멘다는 2+2 규격의 자동차를 제안한다. 2+2는 뒷자리의 좌석이 3인승이 아니라 2인승이라는 의미로 의자가 2개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석이 2개가 되면 의자 사이의 공간이 약간 여유가 생기는데 이 여유 공간이 매우 중요했다. 엔진의 성능이 좋아지고 변속기의 사이즈도 커지자 엔진은 뒷부분에 있지만 변속기는 앞으로 튀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승차 공간이 부족해지고 어쩔 수 없이 중앙부의 공간은 차의 성능을 위해 희생할 수 밖에 없었다. 별다른 것이 아니다.

코멘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페리 포르세는 당시 포르세를 미국에 수입해 팔던 맥스 호프만에게 디자이너 알브레흐트 괴르츠를 연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괴르츠(Albrecht von Goertz)는 BMW 507 의 디자이너였고 이미 유명한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1957년의 괴르츠의 디자인은 기각되었다. 결국 최종적인 타입에 가까운 754 T7을 디자인한 것은 부치 포르세(Ferdinand Alexander Porsche)였다. 754 T7은 1959년에 만들어졌다. 코멘다는 타입 754 T9라는 또 다른 디자인 제안을 하지만 페리 포르세의 결정은 타입 754 T7을 바탕으로 2+2 쿠페가 901의 프로토타입이 되었다.

몇 개의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901의 설계의 시작 단계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901의 첫 시제품은 1962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지고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전시되었다.(하지만 엔진은 1964년이 될 때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356의 엔진은 H4(수평대향 4기통으로 폭스바겐 비틀과 많은 부분이 비슷했다)였지만 901에 들어갈 엔진은 H6이었다. 그 이후 H6은 일종의 포르세 엔진의 공식처럼 되었다. 같은 방식의 엔진은 배기량 2.0ℓ에서 3.3ℓ까지 존재했고 1989년에 964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등장한 모든 911 엔진의 기본이었다. 964모델이 나오기 전까지의 911을 911클래식이라고 부른다.

984는 911의 내부적 서브타입을 말한다. 너무 많은 구분이 있겠으나 혼란을 덜기 위해 가벼운 정리를 해보자.

우선 1963년부터 1997년까지의 공랭식 엔진을 갖는 911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클래식(Porsche 911 classic)이 1963년부터 1989년까지 존재하며 수많은 변종들이 있고 엔진이 바뀌면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964라는 모델이 나왔다. 그 다음이 1994년부터 1997년까지 993시리즈가 나왔고 1995년부터 1997년까지 993시리즈가 나왔다. 1998년 이후로 공랭식 엔진은 나오지 않는다. 포르세 특유의 공랭식 엔진은 더 이상 성능향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1998년부터 2004년까지는 996시리즈라고 부르고 2005년부터 2011년까지는 997시리즈 그리고 2011년부터는 991시리즈가 나온다.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901을 전시하고 난 후 포르세는 901을 1964년 9월부터 양산할 수 있었다. 이때 푸조가 901이라는 이름에 반기를 들었다. 세 자리 숫자로 된 모델 이름 가운데 `0'이 들어간 것은 자신들이 상표등록을 했으니 적어도 프랑스에서는 901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양산이 시작된 수 십대의 차에 901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상황에서 1964년 11월부터 모든 901 모델에는 새로운 이름 911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설계도 몇 번이나 바뀌고 엔진은 모터쇼에 나올 때까지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 출고시작과 동시에 이름조차 바꾸어야 했던 911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아한 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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