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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7번 E단조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7번 E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09.04.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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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이고 투명한 '음색의 음악'

교향곡 제7번은 말러의 실험정신이 고도로 발휘된 경이의 세계다. `밤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곡은 기존의 교향곡의 범주를 완전히 뛰어 넘어 20세기 빈의 전위음악과 그 이후의 음악을 내다보는 선구적인 어법을 지니고 있다. 교향곡 제3번에서 모든 기술적인 수단을 강구하여 세계를 이룬 말러는 교향곡 제7번에서 다시 세계를 품은 것이다.

이 곡의 난해한 곡상과 독립적인 악장 구성 때문에 초연 당시 많은 악평을 받았다. 부인 알마는 “이 곡을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증언했고 비평가들은 “뻔뻔스런 효과로 분칠한 작품”, “무능하고 피상적인 괴물” 등 악평을 하였다.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는 “곡상을 이해하지 못한 수수께끼와도 같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쇤베르크는 이 곡에 갚은 감명을 받았는데 말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떤 악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 도저히 얘기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투명하게만 보였으며, 형식의 섬세함을 느꼈다. 왜 더 빨리 이런 곡을 쓰지 않았느냐”며 그의 진보적인 악상에 찬사를 보냈다.

교향곡 제7번은 제6번을 작곡하던 1904년 여름에 착수하였다. 말러는 이 곡에서 대칭적인 아치형 악장 구성을 선보이는데 나른한 `밤의 음악'을 감싸고 있는 제1, 3, 5악장을 빠른 형태로 구성하여 악장 간 유기적이면서도 독립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제7번의 가장 뛰어난 성과는 진보적인 관현악법에 있다.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라 할 만큼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교향곡 제6번보다 훨씬 투명하고 다양한 색채로 기상천외한 음색을 선보이면서 교향곡을 `음표(Note)'의 음악에서 `음색(Tone)'의 음악으로 해방시킨 것이다.

제1악장 : Langsam (Adagio) - Allegro Risoluto, ma non Troppo_ 자유로운 악상전개와 화려한 관현악으로 거대한 판타지에 가깝다. 말러가 노를 저을 때 떠올렸다는 느리고 집요한 리듬으로 곡이 시작하면서 점점 말이 달리듯 빠른 행진곡풍과 달콤하고 서정적인 선율, 은은하고 몽환적인 분위기, 넘실거리는 환상적인 리듬을 지나 카니발 같은 소란스런 분위기 속에서 화려하게 곡이 마무리된다.

제2악장 : Allegro Moderato_ `밤의 음악'으로 말러가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본 렘브란트의 `야경'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을 직접 묘사하기 보다는 화폭 속에 흐르는 밝음과 어둠의 콘트라스트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유사하게 `새들의 음악회'라고 할 만큼 어지러운 새소리에 의해 밤의 행진이 시작된다.

제3악장 : Scherzo-Trio_ 밤의 음산하고 사악한 장면이 연상된다. 그로테스크한 반주에 저속한 선율의 왈츠, 곡예를 부리는 현악기, 죽음의 사신인 비올라의 음색, 채찍 소리와 같은 피치카토 등 악마적인 악상이 뒤섞이면서 악마의 숨바꼭질이 계속된다.

제4악장 : Andante Amoroso_ 브루노 발터가 `달콤한 에로티시즘'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음표 하나하나마다 사랑의 빛이 녹아있는 듯하다. 만돌린과 기타가 어우러져 로맨틱한 분위기가 바이올린 솔로와 목관악기 솔로와 어우러져 말러 특유의 격정을 묘사하고 있다.

제5악장 : Tempo I (Allegro Ordinario), Tempo II (Allegro Moderato ma Energico)_ 피날레는 태양이 빛나는 대낮과도 같다. 4대의 팀파니가 동서남북으로 현란하게 울리면서 곡이 시작된다. 바그너의 뉘렌베르그 명가수의 서곡과 같이 거대한 축제음악에서 점차 요란하게 번져가면서 마지막에는 밝은 화음으로 쾌활하게 마무리된다.

■들을만한 음반 :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뉴욕 필(Columbia, 1967); 게오르규 솔티(지휘),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71); 엘리야후 인발(지휘), 푸랑크프루트 교향악단(Denon, 1986); 리카르도 샤이(지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Decca, 1997);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시카고심포니(DG, 1976)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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