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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날개<9>
희망의 날개<9>
  • 의사신문
  • 승인 2009.04.2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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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인 고전에 `하늘을 나는 말'이라는 민화가 있다. 괘씸죄에 걸려 왕의 노여움을 크게 산 어떤 사내가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위기에 처한 사내는 왕에게 엉뚱한 제의를 하는데 “1년의 시간만 주면 왕의 애마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가르치겠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날지 못하면 그때는 기꺼이 달게 사형을 받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왕은 사내를 살려두고 1년의 시간을 주게 된다. 이에 대해 사내의 친구들이 “어떻게 말이 하늘을 날 수 있겠냐”고 비난을 하자 “1년 이내에 왕이 죽을지도 모르고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그 말이 죽을지도 모르고, 1년 안에 일어날 미래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혹시 1년이 지나면 말이 하늘을 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라고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위기와 고난이 처해도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라”는 유태인들의 삶에 대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유태인들의 역사에서 반복되는 디아스포라와 히틀러 치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년 후로 사형이 유예된 사내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하루하루를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1년이나 연장된 생명을 충분히 즐길 것이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했을 것이다. 말이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도 할 것이다. 그가 대답했던 미래의 일들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천사에게서 날개를 빌리기 위해 기도도 할 수 있다. 이도저도 안되면 인생의 의미를 음미하고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르게도 될 것이다.

`아큐정전'으로 유명한 중국의 작가 노신은 그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에서 희망을 이렇게 말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교육시키는 방법이 있다. 독수리는 절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가 태어나면 정성을 다해 먹이를 가져다주며 키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나면 새끼 독수리를 둥지에서 밀어내서 떨어뜨린다. 몸부림치는 어린 새끼에게는 냉혹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새끼는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게 되고 땅바닥에 닿기 직전에 날개로 받는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새끼에게 나는 법을 훈련시키고 창공의 왕으로 키우는 것이다. 세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날개를 달기 위해서는 이런 혹독한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떨어지지 않고 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희망은 절망과 좌절감 위에서 싹틀 수 있다. 그러나 절망 속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어두운 현실 속의 자신을 확인하면서 발전적인 의지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희망을 갖고 희망을 실현하는 과정은 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걷는 것처럼 사람이 만들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노력이다. 스스로 날기 위해서, 아니면 말을 날게 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가끔 사월까지도 봄을 시샘하고 봄꽃을 놀라게 하는 봄추위가 몸을 웅크리게 한다. 그러나 겨울을 눈앞에 둔 가을 추위와 다르게 아무리 찬바람이 품 속으로 파고들어도 우리 마음은 따뜻하다. 화창한 봄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좌절하고 상처 입은 이들은 모두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어깨에는 날개를 달아야 한다. 그래서 `희망의 날개'인가 보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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