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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약을 권하는 우리나라
카피약을 권하는 우리나라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2.03.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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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혜미 기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값이 싸서 사먹긴 하나, 값싼 만큼 맛이 그다지 좋지 않은 데서 생겨난 말이다. 또한 그만큼 품질도 나쁘기 마련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이 말이 우습지만 상식인 것처럼, `의료서비스'라는 것은 싸고 좋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얼마 전 심평원에서 `국민 64.7%가 같은 효능이면 더 싼 약을 먹겠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해 국민과 의료계에 파장을 불렀다. 환자 측은 `약값을 줄일 수 있다'며 환영한 반면, 의료계는 `진료권 침해'라는 반발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A개원의는 “대부분의 국민과 심지어 언론에서조차 `생물학적 동등성'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대체조제가 가능한 `복제약'이 `약효동등성' 실험을 거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의 정체를 알리는 광고와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Bioequivalence Test)은 시험약과 대조약을 인체에 각각 투여해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지의 여부를 통계학적으로 증명하는 실험으로, 주로 제약업체들이 카피약(복제약) 판매 허가를 받기 전 실시하는 일종의 생체 내 실험이다. 제약업체는 이 실험을 통해 대조약(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시험약(카피약)을 비교 분석한다. 이미 승인된 의약품(대조약)과 시험약(카피약)이 서로 제형이나 함량 또는 첨가제가 다르더라도 유효성분, 투여 경로, 효능·효과와 용법·용량은 같은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B 환자는 “누구나 같은 효능인데 싼 약을 먹겠냐고 묻거나 권유하면 모두 싼 약을 먹는다고 답할 것”이라며 “같은 약이라도 싸지만 효능이 다른 약이 있다면 퇴출해야 하고 효능이 같다면 동일한 가격을 매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개원의는 “약사들의 영역확대 속에 복지부도 부화뇌동, 정작 의료의 중심에 선 의사는 쓸 약이 없고 한국 의료라는 큰 배는 사공없는 암흑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라며 “약효동등성 평가도 약효가 동일하다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의사는 좋은 약을 골라 쓸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과 환자까지도 위험한 발상이라며 경계하고 나서는 한편, 의혹을 제기하거나 설문 자체를 못 믿겠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의 그릇된 정책추진으로 발생된 건보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opy약 대체조제라는 치졸한 방법의 선택이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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