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26 (일)
의사들의 준법 진료<8>
의사들의 준법 진료<8>
  • 의사신문
  • 승인 2009.04.2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현 의료 제도는 의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배제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의 틀을 유지하고자 진료 기준과 급여 기준의 현격한 차이를 메울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규제 일변도로 의사를 통제해 왔다. 특히 의약분업이 도입된 이후 의사를 보험재정이나 축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까지 매도했고 급여 기준 이상의 정당한 진료를 부당 이득 추구의 범법 행위로 여론몰이 하였다.

이번 MBC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억울한 병원비, 두 번 우는 환자들'이란 특집 방송은 진실을 왜곡한 한건주의식 보도로 광우병 파동에 이어 공영방송이 객관성을 무시하고 국민을 혼란케 한 또 하나의 사례이다. 방송 후 더욱 황당한 것은 민원을 낸 환자들이 의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어떤 질병의 치료비나 의약품의 가격이 비싼 경우 보험 재정상 허용된 급여 기준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의사는 의료 행위의 특성인 전문성과 재량성을 감안해 추가 치료가 치유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여 환자에게 제의할 수 있다. 이에 환자는 동의하고 비급여라 해도 치료를 받는다. 그 후 환자들은 자신이 비급여로 받은 치료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그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자신의 치료에 대해 동의했기 때문에 의사한테는 미안하지만 치료비를 돌려받는 것이 상당히 유혹적이다. 그러나 자신이 민원 제기한 것을 의사가 아는 것은 원치 않는다. 자신의 행동이 떳떳치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다면 혹시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방송에서 제기된 백혈병 치료제나 화염상모반 치료에 대한 것은 물론 지금도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원외처방약제비 환수법안'이 있다. 환자의 동의를 받았으며 의료 행위를 받은 사람은 환자인데 의사보고 물어내라니 기막히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이렇게 몰매를 맞느니 적절한 진료가 아닌 급여 기준에 맞는 진료만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 놓기도 한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두 `이건 아니다'라고 여겨진다.

이제 해결 방법이 압축될 수 있다. 정부는 보험 재정 능력만큼 기준 진료비를 지불하고 나머지 부분은 자유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보험 급여 기준에 자신의 생명을 맡기기 보다는 최선의 치료를 받고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욕구 충족까지 정부가 나서서 참견하고 말리지는 말아야 한다. 이 비용은 자신의 경제 여건에 따라 민영 보험이 보충할 수도 있고 보호받아야 할 계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회 보장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도 이제 의료의 발전을 후퇴시킨 사회주의 체제의 의료 제도와 포퓰리즘을 과감히 정리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의사는 준법 진료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급여 기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장된 의료 행위의 특성인 전문성에 의해 의학적 적정성이 기준이 된 적법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사들의 준법 진료인 것이다. 지속되는 진료비 삭감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여론 몰이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준법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들마저 왜곡된 언론 보도에 휘둘려 의사들을 등진다면 의사들은 준법 진료가 아닌 급여 기준 진료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