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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7개 동시 장기이식 성공
서울아산병원, 국내 최초 7개 동시 장기이식 성공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2.02.1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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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원장·박성욱) 소아청소년병원 소아외과 김대연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12일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하 만성장폐색증후군)으로 6년간 투병해 온 조은서(7살)양에게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복강 내 간, 췌장, 소장, 위, 십이지장, 대장, 비장 등 7개의 동시 장기이식을 성공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3개 이상의 복강 내 동시 장기 이식에 성공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복강 내 다장기이식은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수술로써, 만성 장 가성 폐색 증후군이란 희귀질환을 7개의 동시 장기이식으로 치료하기는 처음이다.

만성장폐색증후군 환자는 장의 운동 자체가 없어 음식을 먹는다 해도 다 토해버리고 칼로리의 30%정도 밖에는 흡수하지 못해 나머지 70%는 주사제로 보충하는 정도가 지금까지의 치료법인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전국에 환자가 10명 내외일 정도로 그 수가 적고 지금까지 알려진 1년 생존율은 87%, 4년 생존율은 70%로 보고되고 있으며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완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은서양은 2005년에 미숙아로 태어나 만성장폐색증으로 진행돼, 4살도 채 되기 전에 꼬인 위를 원상복귀 시켜주는 위염전 수술 등을 받았고, 이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장 때문에 항문으로 대변을 보지 못하여 운동기능을 손실한 결장을 우회하는 대장수술을 시행하고 지내왔다. 수술 후에도 반복되는 장 폐색과 몸 속 전해질 불균형, 염증 등으로 인해 복강 내 위, 간, 소장, 대장 등 주요 장기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해 영양주사로 겨우 영양공급을 하며 투병생활을 지속했다.

지난해 10월 12일, 은서양과 비슷한 나이의 뇌사자로부터 장기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간이식 및 간담도 외과 김기훈 교수와 김대연 교수는 장기별로 이식을 진행했다.

고난이도의 수술이었지만 이식팀 전체의 협조가 잘 이루어져 총 9시간의 성공적인 수술을 마칠 수 있게 됐으며, 은서양은 장기 이식 후 치료를 위해 곧바로 소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수술 후 김대연 교수는 “소아 장기이식은 혈액형, 장기의 크기 등의 문제로 성인 장기이식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할 확률이 낮은 것이 사실이나, 이번 조양의 경우 장기를 기증한 소아 뇌사자와 많은 부분이 적합했다”고 밝혔다.

◇김대연 교수가 조은서 양의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은서양은 수술 4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자가 호흡이 가능해지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9일 째부터 위루관을 통한 음식 섭취가 가능해졌고, 20일 째부터는 입으로 죽을 먹기 시작했다. 한 달째에는 6년 넘게 맞아온 영양주사를 끊고 식사로만 영양 섭취가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은서양은 집중치료를 마치고 수술 후 두 달이 채 안 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 나날이 좋은 회복세를 보였다.

보통 장기이식 후에는 여러 종류의 독한 약물과 면역억제제 사용 등으로 어른들도 그 치료과정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지만, 은서양의 삶의 대한 의지와 의료진 모두의 노력으로 이식 수술 후 성공적인 치료 과정을 밟았고, 곧 퇴원을 앞두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간이식팀은 소아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1994년 생체간이식을 성공한 이후, 담도폐쇄증, 급성 간부전, 윌슨병, 간세포암과 그 외 대사 질환이나 혈액 응고 장애 등의 희귀병 환자들에게 간이식 수술을 시행했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통해 건강한 간이 성공적으로 이식되도록 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최근 10년 동안 수술 후 3개월 생존율 97%, 1년 생존율 94%, 3년 생존율 93%, 5년 생존율 91%, 10년 생존율 91%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어린이병원으로 유명한 신시네티 어린이병원의 간이식 수술 후 3년 생존율 89% 보다도 높은 성과로 해외 유수 기관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김대연 교수는 “국내에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생존 확률이 낮은 희귀질환 환자에게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중요한 수술결과”라며 “간이식의 세계적인 대가인 이승규 교수의 지도하에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가진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팀의 역량과 협력이 중요한 성공요인이며 수술 후 은서양의 회복을 위해 힘쓴 의료진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이식 성공 소감을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은서는 늘 햄버거를 먹는 것, 동년배 다른 아이들과 같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는 것을 꿈꾸던 여느 7살 여자 아이였다. 은서의 그 소박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게 되어 가장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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