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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현 화백, 서울아산병원에 작품 100점 기증
황진현 화백, 서울아산병원에 작품 100점 기증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2.02.03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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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서 화가로 제 2의 인생 살며 완성해낸 작품, 오는 10일까지 전시

황진현 화백
“저는 오랜 기간 당뇨병 등으로 투병생활을 해왔습니다. 딱딱한 병상위에서 치료를 받으며, 함께 치료받는 환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가진 재능을 통해 환자들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그림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환자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무원에서 화가로 제 2의 인생을 살며 완성해낸 작품 100점을 쾌척한 황진현 화백의 말이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고, 현재도 당뇨합병증으로 통원치료 중인 황 화백은 함께 치료받는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하기로 결심, 서울아산병원에 100점의 작품을 기증했다.

황 화백은 “그림은 치유능력이 있어요. 보는 사람도, 그리는 사람도 그림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을 갖게 되죠.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이 환자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작품 100점을 완성하기 위해선 3~4년이 걸리고, 자식과도 같은 작품들이 남의 손에 넘어갈 때는 딸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마음과 같지만,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제 마음이 누구보다 기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화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황 화백은 매우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중학교 시절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별세로 소년가장이 되어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느라 뜻을 이루지 못했다.

화가의 꿈을 잠시 접고 관료(경제기획원)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들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언제나 화가의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황 화백은 화가로서의 인생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경제기획원 과장 때, 어느 순간 제가 조직의 부속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 때부터 마음의 갈등이 생겼어요. 미국에서 근무할 때 야간 미술학교를 다녔는데 담당교수가 제 그림을 보고는 색감이 신선하다며 관심을 보였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일 밖에 모르던 황 화백은 불혹의 나이에 경제기획원 국장직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끊임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지난 40여 년간 1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의 그림은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애정을 담았다는 평을 받는다. 1984년 작 ‘자갈치 시장’ 외 여러 작품 속에서 서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열정과 애환을 담았다.

특히, 황 화백의 독특한 색채감각은 그림 속 역동적인 사람들의 모습과 어울려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발행하는 ‘미술명감’에 실리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 화백은 이번 기증 외에도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황진현 미술관’을 가난한 작가들에게 무료로 대관해왔고, 이번 기증엔 자신의 유화 작품 100점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놓았다.

이에 대해 박성욱 원장은 “황진현 화백의 이번 기증은 우리 사회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깊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것”이라며, “황진현 화백의 뜻을 따라, 작품을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지방에 있는 아산재단 산하 병원들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황진현 화백의 작품을 통해 치료에 지친 환자들이 심신의 위로를 얻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오늘(3일) 황진현 화백과 박성욱 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작품 기증식을 갖고, 오는 2월10일(금)까지 원내 동관 1층 갤러리에 황진현 화백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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