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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속의 용(龍)
격언속의 용(龍)
  • 의사신문
  • 승인 2012.02.0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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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이정균 원장
2012년 임진년(壬辰年), 금년은 `용(龍)'의 해다. 흑용(黑龍)띠의 해이다. 용은 12지(十二支)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우리들 인간과 가장 친숙하다 여겨지는 열두 동물 중 상상의 존재이면서, 신화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상의 동물 중 최고,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꿈과 환상의 역사'속에, 과거 동양에서 용의 위상은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힘의 총체여서 왕(王)의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장자(壯子)에는 용과 관련 있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주평만은 지리익에게 천금짜리 집을 바치고 용 잡는 기술을 배웠다. 3년을 배웠지만 기술을 쓸 곳이 없었다. 황하가 돗자리 짜는 가난한 집 아들은 잠수해서 천금짜리 진주를 구했다. 여의주(如意珠) `뜻대로 되는 구슬' 이야기다. 그러나 그 부친은 돌로 깨버리라고 했다. 천금진주(千金眞珠)는 깊은 못 속의 흑룡의 턱 아래 있는 것인데 용이 잠자고 있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다. 용이 잠자지 않았더라면 잡아먹혔을 것이다. 용을 잡을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상제(上帝)다. 이런 용의 이미지는 동양인들이 가진 용 판타지의 정점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제왕의 모든 것은 용과 관련을 지었다. TV연속 방송극 속에서 용안(龍顔), 용포(龍袍)처럼…

서양의 용 Dragon은 큰 뱀이란 그리스 어원이다. `신비하고 강력한 존재의 대명사', 서양신화, 전설 속의 용은 위협적이고 악의 화신이다. 승천을 꿈꾸는 동양의 신성한 용, 사악한 괴물, 서양의 용 모두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의 상상력이 탄생시킨 신비한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은 용꿈을 최고의 길몽으로 여긴다. 불가능하지만, 체념하면서도 `개천에서 용나기 바란다.' 용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우리 인간은 용은 틀림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강력한 실체지만 본 사람도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용을 알고 있고 용꿈 꾸기를 바란다. 지금 이 세상은 `용'은 `왕'과 동의가 아니고, `꿈'의 동의어가 되지 않았을까. 그 꿈이야 `진실'하던 `허망'하던 간에….

용은 비와 강을 다스리는 `물의 신'이다. 오랜 세월 강이나 바다 속에 잠겨 있다가 때가 되면 입에 여의주를 문 채 천둥 번개 치는 먹구름을 뚫고 하늘로 비상하리라. 판타지의 정점이다. 2012년 임진년, 비상과 승천을 향한 용트림이 시작되었다. 지난 우리 역사상 흑룡은 대학자와 관련이 깊었던 일이 있었다. 율곡년보(栗谷年譜)엔 신사임당이 흑룡이 침실로 날아드는 꿈을 꾸고 이이(李珥)를 낳았다고 전한다. 조선 정조 때의 천장관 이덕무(李德懋)의 흑룡이 덕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깊은 못의 흑룡이 여의주를 감추고 있네”라는 문장이 우리를 다시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사전에서 잠룡(潛龍)의 뜻을 살펴보았다. `숨어 있어 아직 하늘에 오르기 전의 용' `왕위(王位)를 잠시 피하고 있는 임금 또는 일어설 기회를 아직 얻지 못하고 묻혀있는 영웅호걸'이라 쓰여 있다. 다시 용은 물의 신, 호국의 신, 새해 소망을 들어주고 삶의 곡절을 풀어주는 행복의 신이요 권력임을 상기해야 될 새해다.

얼마전 신문에는 우리나라에서 용(龍)자가 들어간 지명을 조사해보니 1200여 곳이었다고 발표됐다. 용은 우리 의식과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용꿈은 부정적 의미 보다는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믿는다. 용꿈은 좋은 꿈이다. 좋은 소식, 출세, 치재 등에는 어제 `용꿈을 꾸었나 보군'한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거드름을 부리느라고 일부러 트림을 하면 용트림이라 하여, 눈총을 받는다.

웅장한 산세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는 용반호거(龍蟠虎踞)란 사자성언에 산천이 수려하고 신령한 기세, 이 서기(瑞氣)가 있어서 이성(異性)의 왕이 난다는 전설에서 천하를 얻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용비봉무(龍飛鳳舞)로 풀이한다. 용은 물의 신이다. 개천(開川)에서 용 난다는 격언은 영물(靈物)인 용이 더럽고 자그마한 내에서 난다는 뜻으로 미천한 집안에서 훌륭한 사람이 나왔다는데 쓰는 말이다.

`용이 물 밖에 나면 개미가 침노한다'에 이르면 아무리 좋은 처지에 있던 사람이라도 불행해지면 하찮은 사람에게서까지 모욕을 당하게 된다. 게다가 `용이 물을 잃은 듯'이란 격언은 처지가 매우 궁박하여 살 길이 끊어진 상황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표현이 된다.

용은 무소불위의 힘과 권능을 가진 존재를 상징하듯 `천용지호(千龍地虎)'는 `하늘의 최고는 용이고 지상의 최고는 호랑이다' 용은 대적할 동물이 호랑이 밖에 없을 정도로 강인하고 용맹한 동물로 여겨져 생긴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 하여 `용과 범이 싸운다'로 해석되니 힘센 두 사람이 겨룬다는 격언이다. 용은 영웅호걸로 성공한 사람의 대명사다. 영웅호걸이 기회를 얻어 일어나는 경우에는 운증용변(雲蒸龍變)이라 하여 물이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뱀이 변하여 용이 되어 하늘로 오른다고 쓴다. 큰 인물은 뱀이 용이 되어도 그 무늬는 변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 본바탕은 그대로라는 뜻이 되니 사화위룡불변기문(蛇化爲龍不變其文)으로 이른다. 그래서 용이 그 못으로 돌아간다. 용반기연(龍返其淵)이란 말도 탄생했다.

일상생활에서 매우 맛있는 음식은 용미봉탕(龍尾鳳湯)이요, 용이 움직이는 것같이 아주 활기 있는 필력(筆力)을 이르는 용사비등(龍蛇飛騰)도 중요하지만, 용을 그린 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그 용이 홀연히 구름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고사(古事)에서 사물의 가장 요긴한 곳, 또는 무슨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기한 부분을 끝내어 완성시킴을 이르는 말, 이해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 긴요한 사자성언이다. 그래서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은 성(盛) 하나 끝이 부진(不振)형상을 비유한 말, 용두사미(龍頭蛇尾)는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엄은 있어 타인을 억압하는 듯한 인상은 어떨까. “용미(龍尾)에 범 앉은 것 같다.”

이정균 <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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