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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에너지를 보존해주마 - 헤르만 헬름홀츠
너의 에너지를 보존해주마 - 헤르만 헬름홀츠
  • 의사신문
  • 승인 2012.01.3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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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생긴 에너지는 없어질 수 없고 형태만 바뀐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의사 - 헤르만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아빠는 학교 다닐 때 어떤 공부가 가장 어려웠어요?”

음, 아빠는…, 수학도 어려웠지만 물리학이 정말 어려웠어. 그래서 물리를 잘하는 친구를 보면 부러웠단다.

이런 이야기가 있지. 의사 중에도 아빠처럼 물리를 못하는 사람이 더러 있거든….

어느 학생이 물리학 교수에게 물었어.

“왜 의과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칩니까?”

“의사에게도 물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런데 학생은 또 물리학 교수에게 지분대기 시작했지.

“아니, 아픈 사람을 치료할 의사에게 물리학이 왜 필요합니까?”

물리학교수는 도발적인 질문에 잠시 동안 천정을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지.

“에이, 너같이 머리 나쁜 놈, 의사 되지 못하게 하려 그런다. 왜?”

그래서 오늘은 의학보다 물리학을 더 좋아했던 의사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때는 바야흐로 19세기, 유럽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고, 나라가 쪼개졌다 합쳐지고, 몇 년마다 나라의 경계가 옮겨지던 아주 혼란한 시절이었지.

전쟁이 잦다 보니 의사들도 군의관으로 나가 수없이 죽어나갔어.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장 라레라는 의사도 워털루전투가 끝난 후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어느 나라에서나 의사가 모자라 난리였지.

그래서 당시 독일에서는 공짜로 공부를 시켜주는 대신 여덟 해 동안 강제로 군의관으로 근무하게 만들었어.

이때 헬름홀츠라는 의사가 등장하지.

“짠∼”

하하∼, 이젠 윤이가 박자를 맞추네. 헬름홀츠는 괴짜 의사인 비르효의 친구로도 잘 알려져 있어. 너무 가난했던 헬름홀츠는 원래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지. 그러나 학비를 마련할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공짜로 공부할 수 있는 의과대학으로 진학했대. 요즘하고는 딴판이지.

헬름홀츠는 의과대학에 다니면서도 잠을 줄여가며 물리학, 화학 강의를 듣고, 혼자서 수학을 공부하였다고 해.

군의관이 되어서도 짬이 날 때마다 물리학을 공부했지.

그러던 어느 날, 젊은 헬름홀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게 돼.

몇 해 전에 독일의 한 물리학자가 `한번 생긴 에너지는 없어질 수 없고, 오직 형태만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을 폈었어. 그런데 물리학자가 아닌 군의관이, 그것도 스물여섯 살밖에 안 된 젊은 의사가 너무나 쉽게 그 이론을 증명해 낸 것이야.

우리는 헬름홀츠가 발견한 법칙을 `에너지 보존의 법칙' 또는 `열역학 제1법칙'이라고 부르지.

유명한 과학잡지 `네이처'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서 헬름홀츠를 칭송하는 시를 실었어. 시는 온통 물리학자가 아닌, 새내기 의사가 너무나 큰 발견을 이루어 낸 것에 대한 칭찬이었어.

`자리가 뭐 중요해? 헬름홀츠는 파벌에도 결코 지지 않고, 욕심도 견뎌낼 것이야.'

뭐, 이런 내용이었지. 그런 것을 보면, 교수도 아니고, 물리학자도 아닌 군의관이 발견한 이론으로 세계의 물리학계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헬름홀츠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야. 심지어 자신이 먼저 발견했다며 학회에 항의하는 물리학자까지 있었어.

한편, 많은 사람들은 헬름홀츠가 몰려드는 환자를 치료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았어. 사람들은 헬름홀츠가 군의관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어.

“헬름홀츠가 공부할 수 있게 군의관 복무기간을 줄여주기로 한다.”

결국 독일 정부에서는 여론에 밀려 이렇게 발표하게 돼.


물리학 공부하고 싶었지만 학비 없어 군복무 조건 의대 진학
군의관 시절 에너지보존 법칙 발표…의료장비 개발에 기여


헬름홀츠는 두 해 뒤부터 생리학, 병리학의 교수가 되어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어.

헬름홀츠는 강의를 하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습에 적용하여 바로 검사기계를 만드는 등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네.

옛날에는 고양이나 부엉이 같은 동물의 눈 속에는 특수한 막이 있어 적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겉에서 볼 때 색깔이 특이하고 사람의 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오스트리아의 한 학자가 실험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혀내었어.

한 학생이 헬름홀츠에게 물었어.

“아빠, 헬름홀츠가 어떻게 했어요?”

우리 윤이가 대신 물어주네. 하하∼∼. 그러자 헬름홀츠는 당장 실험하기 시작했어. 한 학생에게 등잔불을 들게 하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같은 눈높이의 학생에게 물었어.

“무엇이 보이니?”

“눈동자가 발갛게 빛나고요, 각막이 파랗게 반짝거려요.”

둘러싼 학생들은 모두 깜짝 놀랐어.

`번쩍-'

헬름홀츠의 머릿속에서 기발한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갔어.

“아, 이렇게 하면 눈 안을 볼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헬름홀츠가 만든 것이 검안경이야. 헬름홀츠가 개발한 검안경으로 우리는 몸에서 유일하게 칼을 대지 않고도 몸속의 혈관과 신경을 눈을 통해 직접 볼 수 있게 된 거야.

이 검안경이 발명된 후 안과라는 과목이 따로 나눠지게 되었는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병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지.

다음해에는 각막이 둥근 정도를 재는 기계를 발명하였어. 그러니까 지금 안과 의사들은 모두 헬름홀츠에게 큰절 해야겠지. 그 외에도 진자를 개발하여 신경전달 속도를 측정하기도 했고, 귓속 구조의 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어.

결국 나중에 헬름홀츠는 그렇게 원하던 베를린대학의 물리학 교수까지 맡게 되지.

윤아, 그런데…. 헬름홀츠가 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바로 물리학을 전공하였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리학은 발전하였겠지만 아픈 사람들의 치료에는 적용되지 않아 안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등 여러 분야가 제자리걸음이었겠지.

이제 알겠지? 왜 의사가 되려면 물리학을 공부해야하는지….

“예∼.”

근데, 오늘은 김치찌개를 먹으며 왜 물리를 이야기 했지? 내 참∼. 윤아, 김치찌개에 소시지 넣어먹으면 맛있는데, 우리, 소시지 넣어 먹을까?

헤르만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Helmholtz)

1821년 8월 31일 출생하여 1894년 9월 8일 사망했다.

독일의 의사, 과학자, 철학자로 1821년 포츠담에서 태어났다. 4형제 중 맏이인 헬름홀츠는 김나지움을 졸업한 뒤 베를린의 프리드리히 빌헬름의과대학에 입학했고, 군의관으로서 8년간 복무하는 조건으로 의학교육을 받았다. 1843년에 헬름홀츠는 포츠담의 연대에 배치되었고, 1847년 논문 `힘의 보존에 대하여'를 출판하여, 에너지 보존의 법칙, 즉 열역학 제1법칙의 발견자가 되었다. 1848년 해부박물관 조교로 임명되었고 베를린의 예술학회 강사가 되었다. 1849년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생리학연구소의 조교수 겸 소장으로 일했다. 1855년 본대학, 1858년 하이델베르크로 옮겼다. 1871년 베를린대학교의 물리학 교수직을 제의받고 1882년 귀족의 지위로 승격되었다. 1888년 베를린물리공과대학교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었다. 저서로는 `생리학적 광학편람' 등이 있다. 1894년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에서 사망했다.

김응수 (한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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