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의 중고 자동차 이야기
복잡한 세상의 중고 자동차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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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로 나오는 한시대를 풍미했던 명차들

얼마동안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연말의 복잡함에 불경기를 더하여 2011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다. 가끔 들르는 제약 회사의 직원들은 요즘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들려준다. 경기탓이 제일 크다고 한다. 사실일지도 모른다. 약품가 인하라는 악재를 만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나보다 더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의 상황이 쉬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의 겨울은 작년보다 날씨는 포근하지만 심리적으로 더 춥다.

세상이 모두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예상을 초월한 가격으로 명차들이 나온다. 이미 있는 차들도 정리하기로 한 마당에 다른 차를 더 가져 오기도 애매하지만 아까운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한 가격에 나오고 있다. W140이 15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곧바로 팔리기는 했지만 잠시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에는 W124와 E34도 200만원대에 상태가 좋은 것들이 나왔다.

동호회 물건중에는 BMW E39와 E46도 얼마전 가격의 1/2 수준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 물론 이런 차들은 손을 볼 정성이 있어야 하고 차를 타고 다닐 마음의 여유도 있어야 하나 2012년에 필자는 다른 플랜들이 많다.

하지만 호기심과 취미의 에너지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에는 아두이노 보드와 장난감 전자공학 그리고 오디오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갖고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예전만큼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하겠지만 올해에는 앱 프로그램에도 시간을 내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책과 글쓰기의 세계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자전거 타기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려면 자동차에 대해서도 꼭 필요한 차종만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피터 슈와츠는 `24시간 사회'라는 책의 앞부분에서 세상에는 돈을 위해 시간을 제공하는 사람과 시간을 위해 기꺼이 돈을 쓰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적었다. 필자는 슈와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사람은 독설과 직설로 상당히 유명한 평론가였고 사실 이 말은 맞다. 필자가 어디에 해당하는 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취미의 세계에는 슈와츠의 이분법이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는다. 호모루덴스의 세계,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놀이에 많은 것을 희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의 생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 아주 가끔씩만 진지한 놀이에 들어갈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주 건방지고 자신만만했던 시기에 나이 54세가 되면 은퇴를 하여 경주에 가서 살고 싶었다. 아침에 석굴암 약수터에 벤츠를 타고 가서 물을 마시고 돌아오고 싶었다. 나이 54세가 되어도 은퇴를 할 수 있는 팔자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점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불국사는 고사하고 집근처의 봉은사에도 언제 가보았는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건방지고 자신만만했던 20년 전의 플랜은 아직 요원하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사실은 집과 직장을 오가는 일에도 필자의 차들은 버스와 자전거와 경쟁하고 있다. 자전거는 한강을 구경할 수도 있고 오가며 윌리나 매뉴얼을 연습할 수도 있다. 버스는 앉아서 책을 보며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차에 오르면 그 때는 오로지 모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불경기에 확실하게 접어드는 것 같은 요즘에는 올해의 상반기를 어떻게 무사하게 넘기는 것이 좋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마 현실적인 일일 것이다. 이글을 쓰기 전까지 만지작거리던 앰프에 대해 궁리하는 것보다 보험청구를 하는 편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하지만 좋은 장난감들이 많이 나오는 요즘에는 가끔씩 고민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형편이 좋아져도 지금 막 사람들이 갖다 버리는 장난감들을 구하지 못하면 갖고 놀 기회는 지나가고 만다.

하지만 눈앞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장난감으로 고민하기에는 너무 일들이 복잡하고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결국 너무 장난감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악화되면 장난감과 놀 기회는 더 멀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럴 때에는 인연이 되면 놀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쪽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집착도 병이다.

사실 중국과 미국의 경기가 엉망이고 EU가 존속하느냐 마느냐 사람들이 고민하는 시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클리닉들의 매출이 마구 감소한다고 하는 시기에 필자가 현실로부터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도 아니다. 필자는 이 글을 쓰고 나면 예전에 만들다 놓아두었던 다른 토이인 JLH amp를 다시 만지작거릴 것이고 아마 며칠 동안은 이 앰프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설날이 다가올 것이고 틈틈이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고민들을 할 것이다. 그러다가 머리가 가벼워지는 시점이 되면 W124나 E34/E39 한 대를 가져와서 타고 다닐 것이다. 한 시대가 만들어낸 최고의 장난감들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머리가 빨리 가벼워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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