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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9번 D장조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9번 D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09.04.1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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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삶…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별


말러는 죽음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강박관념과도 같은 두려움 때문에 `대지의 노래'를 교향곡으로 인정하고도 9번이라는 번호를 붙이지 않았다. 여러 교향곡 작곡가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9번이라는 숫자가 그에게 부담을 준 것이다. 말러가 9라는 숫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두려움은 유명하다. 쇤베르크는 말러를 의식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9번이라는 것은 하나의 한계로 보인다. 그 너머로 가려고 하는 이는 반드시 그 숫자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마치 우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필요가 없는 무엇이 10번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질 것처럼 보인다. 9번을 쓴 사람은 내세에 이미 너무 가까이 서있는 셈이다.”

하지만 말러가 죽음이라는 불가사의한 존재를 피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미 `대지의 노래'에서 벅차고 슬프며 긴 마지막 악장에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번호를 붙였건 그렇지 않았건 그는 이 `대지의 노래'가 자신의 마지막 곡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누구라도 눈물을 자아낼 만큼 멋진 음악을 구상하게 되었다. 다행히 `대지의 노래'를 마치고 나서도 말러는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말러는 다음 교향곡에서 다시 한 번 죽음을 준비해야만 했다. 교향곡 제9번의 레퀴엠과도 같은 마지막 악장의 놀라운 서술적 전개를 듣고 사람들은 이제 정말로 말러가 세상에 대한 고별을 준비한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말러는 이 곡을 `죽음이 내게 들려준 것'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의 자필 악보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아, 사랑이여, 떠나갔구나!', `아, 세계여, 이별을!' 지휘자 멩겔베르크는 `대지의 노래'가 친구에 대한 이별이라면, 교향곡 제9번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이별, 다시 말하면 그의 예술과 삶, 음악에 대한 이별이라고 해석했다.

베토벤 이후 후기 작품의 개성과 특징이 말러만큼 뚜렷하게 발견되는 작곡가는 거의 없다. 내용면에서 열정적이고 질풍노도적이었던 전기의 작품들에 비해 후기 작품들은 훨씬 체념적이고 초월적이다.

제1악장 : Andante Comodo_ `대지의 노래'에서 끝맺는 봄의 아지랑이와도 같은 나른함과 내세적인 느낌을 주는 첼레스타의 살랑거림을 배경으로 위로하듯이 제1악장이 시작한다. 말러의 교향곡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장례 행진은 악장의 마지막에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여기서는 팀파니가 장례 행진 분위기를 잡아가고 이를 배경으로 트럼펫의 기상나팔과 종이 울리면서 말러 특유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제2악장 : 조금 서두르고 거칠게_ `죽음의 무도'라고도 하는데 이 악장은 크게 세 가지 무곡 주제로 이루어졌다. 편안한 렌틀러 춤, 거친 왈츠, 그리고 느린 렌틀러 춤곡이다. 마지막은 매우 피아노시모로 끝나면서 “무도회는 끝났다. 인생의 유희는 끝났다.”를 말하고 있다.

제3악장 : Rondo-Burleske_ 이 악장의 제목은 `농담(Burleske)'이라 하였지만 이는 역설적인 표현 같다. 주제가 퉁명스럽고 거칠어 전반적으로 완고하고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

제4악장 : Adagio_ 중간부터는 웅변적인 클라이맥스 후에 점차 규모가 줄어들며 실내악 형태의 현악 합주로 끝난다. 이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마지막 부분에 대해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마스는 `세상 구경을 다한 말러가 내려와 날개를 접는 것'이라는 묘사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네 번째 곡이 숨어 있는데 제1바이올린은 다음 가사 부분을 조용히 노래한다. “저 위에서는 좋은 날이 되겠지.”

■들을만한 음반 : 브루노 발터(지휘), 컬럼비아교향악단(CBS, 1959);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베를린 필(DG, 1979);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82); 오토 클렘페러(지휘), 뉴필하모니아 교향악단(EMI, 1967); 피에르 블레즈(지휘), 시카고심포니(DG, 199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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