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운악산 단풍
운악산 단풍
  • 의사신문
  • 승인 2011.11.24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이정균 원장
산길걷기는 역사와 전설의 기행이다. 역사상 영웅호걸과 패배자들의 애절한 발자취는 역사상 기록이 명백하고 뚜렷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전달되는 풍성한 이야기로 구전으로 남아 있다. 나라 잃은 궁예가 대성통곡하자 산까지 울어 울음산, 명성산 이야기처럼 운악산 산성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산꼭대기에 옛 나라의 궁궐터가 있다” 현재 성곽형태가 잘 나타나 있는 위치는 무지개 폭포와 소꼬리 폭포사이 암릉지역이다.

“1100년 전 초라한 선비 한 사람이 다리를 끌며 산으로 들어왔다. 전신이 피투성이, 선혈이 낭자했다. 태봉국의 왕 궁예, 농사꾼의 가래에 머리를 찍혀 운악산으로 들어왔다. 폭포에 피를 씻었다” 홍폭(虹瀑) 무지개 폭포 그리고 만경대에 얽힌 전설이다. 산성을 쌓고 왕권에 대항하며, 반년을 버텼다. 신라의 왕자로 태어나 왕위다툼에 밀려 철원에 태봉국을 세웠지만, 잔혹한 성격으로 민심을 잃었다. 그래! 민심을 천심이라 했던가. 지배하려던 민초 농부의 농사도구에 머리를 맞고 몰락했던 궁예, 죽은 궁예의 모습은 천 년을 두고 무지개 폭포 물줄기에 어른대고 있을게다.

산 상봉은 암봉들이 살아 숨쉬는 듯, 인체부분에 흡사하여 금강산 만물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는 산, 깨끗한 물, 울창한 산림, 여름의 활엽수림에 시원한 폭포, 봄의 개나리, 진달래, 기암절벽의 노송은 동양 산수화의 전시장이요, 고사리, 취나물 철 잊지 말고 가을 단풍을 어찌 빼놓을 수 있을까.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운악산을 적어도 4번은 올라가 보아야 그 매력을 더 잘 알게 된다고 말한다. 운악산 운영자, 경기도 포천시와 경기도 가평군은 등산 코스를 영어 alphabet과 숫자로 등산코스를 차별화했다. 운악산 동쪽 가평군 하면 하판리 현등사 방면 A코스는 미륵바위∼철사다리∼동봉, B코스는 현등사∼절고개∼동봉으로 정했고, 서쪽 포천시 방면에서는 제1코스는 운악산 광장∼폭포전망대 능선∼연습바위∼무지개 폭포위∼대궐터∼아기바위∼서봉이고 제2코스는 운악산광장∼자연휴앙림매표소∼운악사∼망경대서릉∼서봉이여, 제3코스는 대안사∼절골∼동봉이다.

현등사 일주문은 한글로 `운악산 현등사'라는 현판을 달고 있다. 좀 특이하다.

우리 일행은 가평쪽에서 활엽수와 소나무 숲을 따 오르다 B코스와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올라, 눈썹바위를 우회하여, 안부를 만나 다시 가쁜 숨 쉬다보니 625m봉, 통나무의자 4개, 일행4명은 사자회담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정상은 1.48㎞ 남겨 놓고서…

능선 길을 돌아 5분후에는 고인돌 닮은 기암(奇巖)이 반겨주는데 다시 숲 속 오르막 20분쯤 지나니 725m봉에 다달았다. 정상은 1.04㎞! 내리막 테크층계 따라 내려서니 `병풍바위 촬영소(전망대)'다.

정면 (북서쪽) 깊은 협곡 건너 병풍바위가 마주 보인다. 웅장! 장엄! 아름다움에 가쁜 숨 쉬어가며 감탄사를 연발, 높이 150m, 폭 250m, 12폭 병풍 펼쳐 놓은 모습에 수직절벽, 칼로 잘라 마름한 듯! 수십 길 바위절벽, 기기묘묘한 바위, 수직 세로로 갈라진 바위틈엔 분재노송 그것은 거대한 한 폭의 동양화였다. 병풍바위 왼쪽 상단부에는 뾰족하게 솟은 하얀 미륵 바위가 시선에 들어온다. 미륵바위 위로는 철사다리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촬영소에서 5분가량 다시 하강하니 미륵바위 하단 안부다. 왼쪽 절벽 밑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바윗길 또 바위길 따라 두 번째 바위 안부에 이르니 이정표는 정상은 아직도 0.69㎞ 남았다 한다.

새벽을 공복으로 떠난 산꾼들. 힘든 산행에 시장기가 발동했다. 밥이라도 먹고 갔으면! 긴장의 순간 연속물을 마시고!

다시 안부에서 왼쪽 쇠줄설치 급경사 바위길 따르니 전망바위에 이른다. 뒤돌아보니 미륵바위가 낯설지 않다. 가평군 관광안내서마다 인쇄되어있는 그 사진의 바위가 아닌가. 10여분 치달으니 삼거리에 이르는데 오른쪽 바윗길 지나 급경사에는 U자형 발디딤쇠못이 수십 개가 박혀있는 바윗길이다. 발디딤못 옆엔 쇠줄이 묶여있다. 수십 길 절벽에 들어서 위험지대를 오르고 나면 오른쪽 절벽을 횡단하는 바윗길로 이어진다. 쇠줄에 의지해 10m 횡단 다시 왼쪽으로 굽어돌며 10m 철사다리로 들어선다. 철사다리 건너면 45도 경사로 설치된 철계단이 기다린다.

철계단 밑에는 낡고 오래된 철사다리도 있다. 새 철계단은 계단수가 48개여서 48계단으로 부른다. 철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바윗길에 쇠말뚝에 매인 쇠줄난간이 이어지고 다시 급경사 바윗길로 올라서면 10m와 30m 쇠줄을 잡고 오른다. 30m 쇠줄을 지나 두 그루의 노송이 있는 암봉에서 왼쪽으로 돌아 철판 난간, 드디어 서봉이 마주 보이는 동봉정상이다. Helipad다. 아등바등 기어올라가니… 단풍이…아!

612m봉, 923m봉, 병풍바위, 미륵바위 동양화 같은 산세에 오색 단풍은 일품이었다. 우리는 B코스를 따라 하산하였다.

이정균<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