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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랑스러운 흉부외과 의사다 - 오케 세닝
나는 자랑스러운 흉부외과 의사다 - 오케 세닝
  • 의사신문
  • 승인 2011.11.14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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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다가온다”

심장박동기를 처음 사람에게 심은 의사 - 오케 세닝(Ake Senning)

이번에는 스웨덴의 의사 오케 세닝의 이야기야.

세닝은 대동맥과 폐동맥이 바뀌어 태어나 살갗이 시퍼런 심장병을 수술하는 기술을 개발한 의사로도 유명해.

세닝은 어릴 때부터 기계를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

“어? 우리 아빠도 그런데….”

그래, 아빠도 고치고, 조립하고, 칠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그런데 세닝은 아빠보다 휠씬 더 좋아했던 것 같아.

그래서 세닝이 열두 살이 되었을 때는 진공관으로 라디오를 만드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였대요. 세닝의 라디오에선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해 파리에 도착했다는 뉴스가 나왔어.

“야, 린드버그! 정말 짱이야.”

모험심이 강한 세닝은 뉴스를 듣고 흥분되었어.

`위잉∼'

그때 책상 위에 있던 손전등에 손을 대자 라디오에서 갑자기 잡음이 시끄럽게 들렸던 거야. 세닝은 잡음을 줄이려고 바닥에 있던 전기줄을 잡았어.

그 순간, 세닝은 기절할 뻔 했대. 감전 당해 세닝의 심장이 잠시 뛰지 않았던 거야. 그때부터 세닝은 전기가 우리 몸속의 심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면, 반대로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대.

어느 날 한 젊은 여인이 불쑥 세닝을 찾아왔대요.

“세닝 박사님, 다 알고왔어요. 박사님이 심장박동기를 만들고 있죠. 제발 우리 남편에게 심어주세요.”

세닝을 보자 무릎을 꿇으며 다짜고짜로 울면서 매달리는 여인에게 말문이 막혔어.

그녀의 이야기는 글쎄, 국가대표 하키 선수였던 남편이 생굴요리를 먹다 배탈 나 입원했는데 처음에는 간이 나빠졌다는 말을 들었대. 그런데 며칠 후 엉뚱하게도 남편의 심장이 뛰었다, 말았다 한다는 거야.

심장에는 동결절이란 것이 있어 자동차 시동을 걸 때처럼 불꽃을 내는데, 그만 망가져 잘 뛰지 않게 된 것이지. 남편의 심장은 빨리 뛰었다가 느려지고, 때로는 아예 멈추곤 했대.

“세닝 박사님은 의사잖아요. 의사라면 뭔가 해보기라도 해야 될 것 아네요!”

그녀의 말에 세닝은 뜨끔했어.

“아빠, 아빠가 도와주라고 말해주세요.”

허허∼. 우리 윤이가 급하네. 그래서 세닝은 함께 개발하던 기술자 엘름크비스트에게 말했지.

“다급한 사람이 있어요. 동물실험이 안된 심장박동기라도 바로 사람에게 심어봅시다.”

그러나 기술자는 단호했어.

“동물실험도 하지 않은 기계를 사람에게 심었다가는 개발 자체가 아예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세닝 박사님! 박사님도 잘못되면 감옥에 가요. 알기나 해요?”

세닝은 같이 개발하던 기술자에게 혼이 났지만 당시 세닝은 서른일곱 살의 젊은 피가 넘치는 의사였어. 더구나 세닝은 동갑내기 젊은 남자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죽든 살든 의사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끝까지 밀어붙였지.

1958년 가을, 드디어 세닝은 두개의 전기줄을 남자의 심장에 연결하고 심장박동기를 등뼈 쪽 살에다 살짝 심었어. 세닝은 등에서 땀이 흘렀지만 수술은 기대했던 대로 성공적이었고 심장은 정확하게 일분에 일흔 번씩 뛰었지.

이 세닝의 수술이 세계 최초인 인공장기 이식수술로 역사책에 기록되는 거야.


어릴적 `감전 경험'으로 전기를 통해 심장 치료 가능성 생각
세계 첫 인공장기 이식수술·스텐트 개발로 의학 새전기 마련


아내 덕에 남자는 혼자 한 해의 절반 이상을 외국 출장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살았어. 그러니까 말이야. 남자는 심장박동기를 넣고도 무려 40여년을 더 살다가 21세기에 들어서야 살갗에 생긴 암으로 죽었다지 뭐야.

세닝은 심장박동기를 성공하여 기뻤지만, 예기치 않게 종교적인 문제로 마음고생을 했어. 글쎄 말이다, 세닝의 병원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세닝을 비난하는 손 팻말을 들고 시위를 했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세닝을 향해 소리쳤어.

“세닝은 반성하라.”

“세닝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여러 종교인들마저 신문과 방송에 나와 의사 세닝을 심하게 비난했어.

“하느님이 관장하는 생명을 한낱 인간이 조작해 목숨을 연장시키는 심장박동기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사악한 도구이다.”

심지어 심장을 진료하는 내과의사 가운데도 심장박동기가 윤리에 어긋난다며 수술하지 말라고 세닝을 다그치기도 했어.

이렇게 궁지에 몰린 세닝을 구한 사람은 박동기를 몸에 넣은 바로 그 남자이었어.

“세닝 박사는 하느님도 좋아할 참 멋진 의사예요.”

라르손은 잠시 쉬다가 이어서 말했어.

“나는 세닝 박사 덕분에 너무 건강해 몸속에 박동기가 들어있다는 사실조차 잊곤 했어요. 나는 할 일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후 세닝은 심장박동기 말고도 많은 성과를 남겼어.

심장을 처음 열어 심장병을 수술했던 의사 존 기본 말이야. 심장혈관이 좁아진 기본에게 친구 의사가 권했던 풍선으로 심장혈관을 늘리는 방법은 얼마가지 않아 다시 좁아들어 못쓰게 되곤 했어. 그래서 세닝은 어떡하면 혈관을 오래 넓혀놓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혈관 속에 넣는 볼펜 스프링 같은 그물망(스텐트)를 개발했어. 요즘 심장이 이상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시술이 이 방법이지.

참, 그런데 심장박동기를 넣는 수술을 하고 며칠 만에 몸속의 심장박동기가 고장이 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었어. 다들 어쩔 줄 몰라 당황했었지.

“아빠. 이젠 어떡해요?”

그런데 세닝과 엘름크비스트는 비시시 웃었어.

왜냐구?

망가질 것을 대비하여 하나 더 만들어 놓았거든….

파스퇴르가 말했잖아.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다가온다.”고.

우리 윤이, 알았지. 이렇게 일할 때는 잘못될 것을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구…, 하하??.

“아빠!! 스웨덴에 가보셨어요?”

응, 스웨덴 남자랑 결혼한 친구 누나 덕에 아빠도 가 봤지. 참, 스웨덴에는 우리나라 삭힌 홍어보다 시큼한 삭힌 청어, 수르스트뢰밍 (surstromming)이라는 음식이 있단다. 내뿜는 가스 때문에 폭발할 수 있다며 비행기로는 운반이 안 된다고 하더구만….

김응수 (한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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